[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알파고와의 공존,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알파고와의 공존, 삶은 어떻게 변할까
  • 이규식
  • 승인 2017.1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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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지혜의 왕으로 알파고가 선임이 되고 모든 인간은 알파고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칙령이 포고 되었다

오늘 결혼하는 두 사람은 최대 10년의 결혼 생활을 유지 할 수 있음을 축하드립니다.
단 재계약은 불허하나 다른 이들보다 장기간 허락 된 것은 두 사람의 계약조건이 세부적으로 잘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아직도 진화가 진행 중인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인간의 사랑이란 번식에 필요한 과정입니다. 결혼기간 동안 화학물질에 의해 일시적인 판단마비 상태에서 최대 3년 유지가 가능하며 그 관성으로 나머지 7년을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아이는 3년간 양육이 가능하며 그 이후는 국가가 맡아서 관리합니다. 두 사람은 면접권이 있으며 아이에 대한 소유권은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그동안 알파고의 소프트웨어는 결혼하는 인간의 모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간의 욕망이 이상 비대해져 더 이상의 남녀의 공존은 불가하고 분리 상태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므로 같이 살며 아이를 양육하는 결혼기간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이후 진화가 계속되어 자가생식이 가능한 시기까지 제한적으로 연장될 것입니다.

알파고가 보는 행복이란 각자의 마음이 편안함, 인간 뇌에서 나오는 세레토닌에 좌우되는 현상입니다. 3년 뒤에 중간 평가가 있음을 잊지 말고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 김선환, ‘알파고의 주례사’ 전부


[굿모닝충청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 문학의 영역 확장 

김선환 시인은 30여년 대기업 연구소에서 활동한 화학전공자다. 문학과는 직접 연관 없어 보이는 활동이었지만 연구소를 퇴직하고 대학으로 옮긴 이후 그가 보여준 문학열과 창작의욕 그리고 성과는 괄목할 만 하다. 자연과학 전공자가 쓴 작품이라 해서 원소기호나 생소한 화학용어가 즐비할 것으로 생각한 독자들께서는 의외로 가독성이 높고 삶에 근접한 시어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AI의 대명사로 불리는 ‘알파고의 주례 사’는 다소 난해하다.

우리가 접하는 현대시 많은 작품이 1990년대 이후 대체로 일상의 미세한 개인사나 독특한 경험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연역하는 독백투에 머물고 있는 이즈음 SF같은 느낌을 주는 이러한 성향 의 작품은 호기심과 신선함이라는 미덕과 아울러 생소함, 익숙한 운문의 리듬으로부터의 일탈이라는 여러 속성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나날이 진보하는 과학기술이 형성할 미래의 삶은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정작 맞닥뜨린다면 어찌할 것인가 라는 착잡하고 불안한 심회로 읽어본다. 그리하여 결론적으로 분량을 상 당부분 덜어내고 사이사이 내재율의 리듬감을 조금 더 북돋우는 노력을 주문해 본다.

 

#. 시와 테크놀로지

테크놀로지가 상상의 차원이 아니라 바로 일상 한복판으로 틈입해오는 이즈음 시를 통한 미래첨단 시대를 친숙하게 대비하고 일상화 하는 일은 요긴하다. 김선환 시인처럼 문학과 과학기술을 유연하게 접목하여 우리 시의 영역을 넓혀 개척해야 할 임무를 부여 받은 믄인들의 역할은 그래서 중차대하다.

과학이 인문정신의 유연한 포용력으로 인도되고 시 정신이 테크놀로지의 정밀성과 실용성에 접목된다면 21세기 시의 미래, 문학의 쇄신을 일정부분 낙관해도 좋지 않을 까. 알파고의 주례사’ 마지막 대목을 눈여겨본다, “알파고가 보는 행복이란 각자의 마음이 편안한, 인간 뇌 에서 나오는 세레토닌에 좌우되는 현상입니다. 3년 뒤에 중간 평가가 있음을 잊지 말고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주례 알파고 선생의 상징적인 맺음말은 의미가 확산되면서 여러모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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