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을지대병원 파업, 쉼표 아닌 마침표이길
[취재수첩] 을지대병원 파업, 쉼표 아닌 마침표이길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7.1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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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우 기자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지난 25일 을지대병원의 길고 길었던 파업이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25일 토요일 이른 아침. 조금은 게으른 주말 아침을 보내던 중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을지대병원 파업, 드디어 끝났습니다.’

부랴부랴 침대 맡에 둔 노트북을 열었다. <을지대병원 47일 파업 ‘마침표’> 기사를 쓰고 난 뒤 물 한 모금을 벌컥벌컥 마셨다.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몸을 웅크려봤지만 정신이 또렷해졌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기자생활 중에서 가장 긴 취재를 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을지대병원이다.

여러 가지 내용의 기사가 있겠지만 그 중에는 임금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1년 6개월 가까이 동일한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가 다수 있다.

일주일 전, 한 달 전, 수개월 전에 썼던 같은 내용의 기사를 약간의 내용을 추가해 또다시 쓴다는 것은 지겹다.

을지대병원의 모습을 보면서 ‘지겹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비난하는 것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 파업에 이어 올해 파업까지 쫓아다닌 기자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느낀 솔직한 감정일 뿐이다.

또 들었던 감정은 ‘왜 이제야’였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을지대병원 파업은 수많은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한 달 하고도 보름을 훌쩍 넘긴 47일 만에 끝났다.

간호사를 비롯한 진료부서, 비정규직 직원들이 자리를 비웠고,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제외한 병동의 3분의1 폐쇄, 당일 방문 환자의 진료 차질 등 너무나 예상 가능하고 해결이 시급한 문제를 한 달이 넘도록 방치했다.

동급 병원들에 비해 열악한 수준의 임금 처우, 근로 여건과 관련한 각종 부당노동행위 등 파업을 일으키게 만든 원인에 대한 책임은 병원에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노동청으로부터 받은 복수의 시정지시 사항 등을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파업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책임은 온전히 병원에만 있다고 보진 않는다. ‘20여 년 가까이 삶을 투자한 병원에 이제는 할 말은 해야겠다’는 노조의 외침에도 객관성과 현실성이 담겨야 한다.

이번 파업 사태에서 한창 갑론을박이 많았던 이슈는 몇 개 있겠지만 가장 컸던 부분이 ‘을지대병원의 임금은 동급 사립대병원의 60% 수준’이라는 노조 측의 주장이었다. 병원 측이 자료 제공을 거부해 자체적으로 수집하고 확인한 자료를 분석한 것이었다.

뒤늦게 병원 측은 ‘60% 수준은 아니다. 외래교수 임금이 누락된 것이다. 종합해 보면 80% 수준’이라고 밝히며 ‘노조가 비교한 병원은 을지대병원보다 수익이 훨씬 높은 병원들’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결론은 동일했다. “을지대병원 임금은 짜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5% 이상 인상 할 것을 권한 것 내용까지 짚어본다면 위의 결론은 답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총 8%대의 임금 인상으로 결론이 났지만, 파업이 한 달을 넘길 때 즈음까지도 노조가 15% 임금 인상안을 내놓고 양보하지 않았던 것 또한 시민들에게 ‘잘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 것 같다.

더 자세한 내용과 추이는 계속 주시해야 하겠지만 파업 사태가 일단락 됐다는 점은 대전 시민으로서 환영할 일이다. 이번 파업이 또 다른 파업을 위한 ‘쉼표’가 아닌 마지막 ‘마침표’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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