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무용의 경계를 찾아 탐험하는 무용가 허은찬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무용의 경계를 찾아 탐험하는 무용가 허은찬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27)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12.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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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대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허은찬 씨는 스스로 안무가이자 동시에 무용가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를 처음 만나는 순간 느끼는 악동 같은 이미지와 더불어 그가 속한 무용단 단원들에게 보내는 무한의 사랑처럼 따듯한 속내 또한 함께 가지고 있다.

강렬하고 힘찬 스트리트 댄스에서 출발하였지만 현대무용에 발을 내디딘 후, 이 시대의 무용이 가진 새로운 경계를 찾아 헤매는 탐험가의 모습도 있으며, 춤에 관한한 고집스러운 외골수라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믿고 마음을 주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누구보다 대중과 호흡하는 무용을 만들려 노력하는 무용가이면서 무거운 주제를 춤으로 보여주려 노력하는 안무가이기도 하다.

허은찬 씨는 오리지널 대전 사람으로 생활했으며 어릴 적부터 백댄서가 꿈이었고 그렇게 성장하면서 댄스 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기에 계속 스트리트 댄스와 함께 지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권유로 충남대학교 무용학과 진학했을 때 남자 무용수로는 첫 학생이었다.

“그때 우리 댄스 팀은 꽤 유명한 팀이었어요. 나름대로 고정 팬들도 있었고 공연을 하면 수익도 꽤 괜찮았어요. 그래서 대학에 입학하고 2학년 때까지는 학교에서 생활하기 보다는 거의 스트리트 댄스를 하면서 지냈는데, 그래서 교수님들에게 혼도 많이 났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춤과 공연을 만드는 일이 하고 싶었기에 같은 공연을 반복하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여기에 현대무용으로 충격을 주는 무용가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3학년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현대무용에 집중해 지내기 시작했다.

“현대무용이 출발한 철학 자체가 자유이고 몸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창작예술입니다. 발레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기 때문에 무엇 하나로 규정할 수 없죠. 저에게는 스트리트 댄스를 했던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현대무용이 진화해 컨템퍼러리 댄스, 그러니까 동시대의 춤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스트리트 댄스를 기반으로 모든 것을 섭렵하고 포괄하는 경향이 있어요. 발레에 국한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프랙털로 진화하는 무용
허은찬 씨는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관객들과의 호흡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를 찾고 있으며 재미있어서 다시 찾을 수 있는 무용 무대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 결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들의 삶을 무용으로 올리기도 하고 올해 DNA프로젝트에서 선보였던 것처럼 이 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소재로 삼기도 한다.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은 무대 예술은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잖아요. 현대무용은 재미없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철학적 관념이나 이야기를 몸짓 하나로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몸짓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몸짓이기 때문에 흥을 이끌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를 넣죠. 코미디나 장난 같은 요소와 더불어 대중에 익숙한 테크닉도 넣고 가능한 많은 시각적인 요소들을 활용하면서 소통하는 겁니다.”

그가 사용하는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난 DNA프로젝트에서는 예술가들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과 협연했지만 같은 공연을 올리는 다른 무대에서는 음악을 빼고 내레이션으로 직접 설명하기도 한다. 

현대무용을 올리는 무대는 대중 공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용 페스티벌에서는 자신의 철학적인 관심을 가지고 공연을 올린다.

허은찬 씨가 3회를 이어온 주제는 뜻밖에 과학의 프랙털 이론이다. 프랙털은 자기 유사성을 가리키는 수학적인 용어로 하나하나의 작은 구조가 반복되면서 더 큰 구조를 만드는데 기하학적 모양이 작은 구조와 유사한 경우를 말한다.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예로는 구름이나 산의 모양, 해안선, 나뭇가지의 갈라지는 모양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허은찬 씨는 이런 과학적 특징을 무용수가 취하는 하나의 동작과 이것이 증식해서 만들어지는 형태를 많은 무용수들이 모여 만드는 군무로 표현하였다.

그렇다보니 높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동작과 파워풀한 안무가 만들어졌고 보는 이들과는 다르게 무용수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프랙털로 3개의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1편은 나만의 에너지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고 2편은 ‘무아지경’이라는 제목으로 서울무용제에 출품했죠. 3편의 제목은 ‘자기복제’로 저 혼자 솔로로 하는 동작을 넣고 점점 이동하면서 증식하는 작품인데 일단 영상으로 만들었어요. 기회가 되면 무대에서 재현해볼 예정입니다.”

무용가 허 씨가 이런 전문적인 소재를 찾는 방법도 특이했다.

“미술학과 교수인 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예술적 소재들을 찾아냅니다.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소개하고 그러다가 꽂히는 것을 만나죠. 아버지도 제 무용을 보고 영감을 받아 미술작업을 하기도 해요. 아주 재미있는 부자관계죠.”

파워풀한 미래를 준비하는 무용가
허 씨가 무용가로의 활동을 이어가는데 큰 힘이 된 경험이 바로 차세대 아티스타였다. 2013년부터 첫 아티스타로 활동한 허 씨는 2년간의 활동을 마치고서도 올해까지 매년 DNA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다른 아티스타는 역량강화 한 해를 거치고 다음 해에 공연을 하는데 저는 반대로 첫해에 공연을 하고 두 번째 해에 아티스타 자격으로 세계를 돌았습니다.”

허 씨는 2013년 첫해에 아티스타 공연으로 프랙털을 소재로 한 에너지 공연 1편으로 만들어 선보인다. 그리고 이 공연에서 대중적인 요소를 조금 걷어내고 다시 구성해 전국무용제에 출품한다. 그리고 최우수연기상을 받는다.

이후 서울무용제에도 나가고 ‘크리틱스 초이스’라고 평론가들이 뽑는 안무가들에 선정되기도 한다. 두 번째 해에는 프랑스를 거쳐 비엔나 페스티벌에서 한 달 동안 있으면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현대무용을 준비했다. 그의 춤이 에너지가 넘치면서 파워풀한 만큼 그가 준비하는 미래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춤을 구성하는 주변요소들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무용가의 몸짓을 제외하고도 무대, 조명, 음악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죠. 이런 기획을 하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중적인 예술 공연인데 무대기술부터 전체적으로 해보고 싶은 모든 것을 동원할 생각입니다. 시각, 청각, 심지어 촉각까지 활용하는 기획이고요. 전체적으로 1년 정도 준비할 생각입니다.”

그는 주제에 대해서는 비밀이라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외골수 성격을 가진 그가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이면 일이라면 반드시 좋은 공연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무용가로서 이루고 싶은 일에 관해 물었다.

“더 많은 사람과 무용으로 소통하다가 무대 위에서 죽는 겁니다.”

귀에 익숙한 말이기도 하지만 허 씨의 목소리는 절실했다. 그리고 또 한마디.
“우리 함께 하는 무용단원들 사랑합니다!”
역시 익숙한 말이지만 또 악동 같은 표정에서 나온 절실한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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