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기부금 252,400원을 모았습니다”
[어르신 고민 Q&A]“기부금 252,400원을 모았습니다”
  • 임춘식
  • 승인 2017.1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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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우리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뜻으로 252,400을 모았습니다. 모금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적은 금액이지만 어디로 기부금으로 보내야 바르게 쓰일까요?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믿을만한 곳으로 보내 주고 싶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기부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합니다.(대전, 남 76)

A. 기부문화가 건강한 사회를 만듭니다. 어르신들의 쌈지 돈을 모아 기부하시기로 했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될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선행을 하셨습니다.

우선 기부금을 이웃의 노인복지관이나 사회복지관을 방문하여 취지를 간단히 이야기 하고 직접 전달하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그러면 영수증과 아울러 어디에 쓰고 후에 그 결과도 자세히 알려 줄 것입니다. 어르신들의 뜻에 부합하도록 바르게 사용할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불우한 이웃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올해 기부 민심은 얼어붙은 상황입니다. 즉 “한마디로 삼각파도에 빠졌다.” 올해 한국 사회의 기부 민심을 지켜본 비영리단체(NPO)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기부문화의 위축은 당장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NPO단체들은 후원금이 ‘반 토막 났다’며 깊은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어르신들의 기부금은 한국 사회에 희망을 던져 준 사건입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말 국정농단 사태는 악재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습니다.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논란 등의 여파로 사회공헌 비용을 줄이거나 그 절차를 매우 까다롭게 진행했습니다. 특히 단체 이름에 ‘재단’이 들어간 곳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봤다는 후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대형 악재의 연속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겪었고 불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도 전에 기부단체 새 희망 씨앗의 128억 원대 횡령 사건과 맞닥뜨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9월 희귀병 딸의 기부금을 악용한 이영학 사건까지 터졌습니다. 선의가 ‘배신’으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닫았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주변을 돌아보는 우리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최근에는 기업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옛 보좌진 2명이 현직 NPO·시민단체 활동가라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새로운 후원자의 증가 폭은 줄고 기존 후원자 중 후원을 해지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왜 후원을 해지하는지’ 물어도 뚜렷한 이유를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분은 그냥 ‘다 귀찮다’고 얼버무리고 있습니다.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연말이지만 좀처럼 호주머니 열기가 어렵습니다. 빠듯한 가정경제 때문에도 그렇지만 늘어나기만 하는 가계부채와 금리 인상 예고는 우리의 기부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희망도 있습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 3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부경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달 일정액을 꼬박 기부한다고 밝힌 정기적 기부자는 무려 전체 응답자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귀하께서는 크고 작은 기부경험이 있으신가요’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94.5%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은 하나같이 따뜻했습니다.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기부는 ‘현금기부-국내아동 후원, 결연 (빈곤가정, 저소득층 등)’(21.3%)이었습니다. 이어서 △현금기부-연말연시 사랑의 우체통(사랑의 온도탑) 성금 납부(16.0%) △현금기부_해외아동 후원, 결연 (빈곤층, 난민, 질병 감염 어린이 등)(14.8%) △현금기부-국내구호 후원 또는 피해성금 기부(10.2%) △현금기부-국제구호 후원 또는 피해성금 기부(10.1%) △현금기부-각종 관공서 등에 비치된 기부함, 저금통에 모금(7.7%) 등 전체기부 중 “현금기부”가 80%에 달했습니다.

비(非)현금성 기부로는 △후원단체를 통한 물품 기부(6.4%) △어려운 이웃에게 재능 기부(3.6%) △각종 구호물품 기부(2.8%)등이 확인되었습니다. 순위권은 아니었지만 ‘헌혈’, ‘ARS’, ‘네이버 해피빈’, ‘빅이슈(잡지) 구매’, ‘동물자유연대 매월 기부’, ‘아름다운 가게 천사 활동 중’, ‘유기견 보호소 사료 후원’, ‘정치후원금’, 포인트 기부’ 등 기부활동은 그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기부금은 ‘매달 3만원’, ‘달에 7만원’, ‘2만원 정기후원’ 등 크고 작은 금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응답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비현금성 기부, 즉 기부물품으로는 의류, 식량 등 각종 생활용품의 비중이 컸고 그 외 헌혈, 봉사활동, 재능기부 등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온정들도 가득했습니다. 모두가 힘들다고 말해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나눔의 정은 작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기부 활동에는 현금, 물품, 재능기부, 자원봉시활동 등으로 크게 나누고 있는데 어르신들은 자원봉시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비교적 바랍직한 일입니다. 선진국 어르신들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바빠집니다. 마치 1년이 한꺼번에 훅, 달아나는 듯한 체감시계로 더 부산해집니다. 추위가 몰려오는 계절 탓에 사회도, 경제도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연말이지만 좀처럼 호주머니 열기가 어렵습니다.

한 사례입니다.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독일 국민들의 기부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의 회사원들은 자신의 월급 7%를 사회에 기부하는 게 문화로 정착돼 있습니다. 일정액을 자신이 희망하는 시민사회단체에 매달 기부함으로써 단체가 건강한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적극 후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후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진 단체는 시민들이 원하는 사회 만들기에 자부심을 느끼고 일을 한다고 합니다.

기부문화에 불신을 가진 우리로썬 너무 먼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한 단계 성장하려면 국민의 인식도 확산해야 합니다.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살기 좋은 국가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시민으로 발전시켜가야 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입니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경제사정에 따라 기부와 후원이 널뛰기하는 형태의 기부방식에 개선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토대가 기부문화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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