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마음을 전하는 공명의 소리 피아니스트 박상희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마음을 전하는 공명의 소리 피아니스트 박상희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12.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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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대부분의 시작은 음악학원이다. 그곳에서 잠재적인 능력을 발견하거나,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 자연스럽게 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한다. 대전의 아티스타를 취재하면서 만난 대개의 연주자들은 그랬다. 피아니스트 박상희 씨도 마찬가지다.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발전 속도가 빨랐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나가는 콩쿨마다 1등을 했다.

“여기저기서 상을 받아오니까 어머니가 본격적으로 권유를 했어요. 피아노로 전공을 해보자고요. 물론 저도 피아노 치는 게 좋았어요. 선생님과 같이 있는 것도 좋아서 학원에서 거의 선생님과 살다시피 했죠.”

11살 데뷔, 쉼없이 달려왔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대전시향과 협연을 했다. 일종의 데뷔무대였다. 당시 나이 11살이었다. 큰 무대에 선 이후 박상희 씨는 더욱 열심히 레슨을 받으며 기량을 연마해 나갔다, 서울에 있는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할 생각도 했지만 그녀를 가르치던 선생님은 청소년기에는 부모님과 같이 생활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주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열정적이었다. 에너지도 넘쳤다. 흔들릴 때 옆에서 잡아주며 이끌어주었다. 가족의 힘은 어려울 때마다 큰 언덕이 되었다.

서울대 음대에 입학하면서 음악을 이해는 폭이 넓어졌고 시야는 더욱 깊어졌다. 다양성의 세계를 알아가는 시기였다.

“대학에서 서로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면서 다른 장르도 눈을 돌려봤죠. 연주 활동도 굉장히 다양해졌어요. 세상에 좋은 음악이 많다는 것도 느꼈고 재즈에도 관심을 갖기도 했죠”
대학 졸업 후 독일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10년 가량 있었다. 예술가가 생활하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그곳 사람들과 교감하는 것이 좋았다. 독일의 지인들은 좋은 연주회가 열리면 삼삼오오 모여서 공연을 보러 갔다.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유학가면서 음악을 진심으로 즐길 줄 알게 됐어요. 그 전까지는 무엇인가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요. 공부를 하면서 이 곡이 왜 아름다운지 왜 스토리로 이어지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죠. 소리가 깊어지고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녀는 소리를 내는 사람의 마음을 듣는 사람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가 꿈꾸는 연주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하는 연주다.

피아노는 마음의 가교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유학시절을 마무리 할 당시, 바덴바덴 필하모니와의 연주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그 당시 어머니가 아팠을 때였는데요. 가족들이 함께 독일까지 와서 객석에 앉아있었어요. 꽉찬 객석의 한가운데 가족들이 있었던 게 뿌듯하기도 하고 힘이 나는 일이었는데요. 무대에서 첫 음을 치는 순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암전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집중과 몰입도가 상당히 좋았는데 그 첫 음을 친 느낌은 지금도 생생해요”

의례적인 질문을 했다. 좋아하는 작곡가가 누구냐고. 박상희 씨는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하면 거기에 갇히는 느낌이 든다는 말을 먼저 했다. 그러면서 브람스를 말했다.

“브람스는 외면과 내면의 스토리가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하면서 어우러지는 하모니가 있어요. 굉장히 곱씹게 하고 씹을수록 맛이 나는 작곡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부 할 때마다 새롭고 보물 발견하는 느낌이 들어 재미도 있고 표현해야하는 깊이도 있죠”

우연히 박상희씨가 브람스에 대해 쓴 칼럼을 보았다. 그녀는 글쓰기에도 관심있는 연주자다. 그녀는 브람스를 이렇게 썼다.

“브람스의 음악은 대체로 무겁다. 들어서 기분이 쉽게 좋아진다거나, 고요한 명상에 빠지게 한다거나, 아니면 화려함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한다거나 하지 않다. 처음 접하는 브람스는 투박하고 겉멋도 들지 않은 어느 나무 의자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우직하게 박혀있는 다리와 세세한 결로 이루어진 면을 시각이 아닌 촉각으로 옮겨와 느끼게 되는 그 순간에 펼쳐지는 스토리가 주는 감동이 있다고 할까. 오래 보고, 듣고, 만지면서 얻는 희열을 주는 작곡가가 브람스가 아닌가 한다”

그녀는 칼럼의 말미에서 자신의 글이 작품을 찾는 동기가 되고, 연주회를 찾게 되는 호기심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브람스 교향곡 3번의 3악장을 추천했다.

박상희 씨는 자신의 명망을 위해서만 연주하지 않는다.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 주목받기를 바란다.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지내지만 뛰어난 능력을 갖춘 숨겨진 연주자들이 널리 알려지기를 소망한다.

“예술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생명력이 길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의 노력이나 욕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지만 매우 실력있고 유망한 연주자들이 어떤 제도 속에서 사라지거나 기회를 얻지 못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에 좋은 연주자들이 많은데 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이런 바람은 대전문화재단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결합해 공연을 하는 프로젝트와도 관련이 있다. 그녀가 쓴 칼럼을 통해 피아니스트 박상희 씨가 지향하는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들이 성장하는 배경은, 대부분 그 분야에 국한되어 깊고도 좁은 터널을 걸어가게 된다. 물론, 그런 집요하고도 정제되어있는 길을 걷지 않았다면 그 분야의 두각을 나타내는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없을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한 길에 갇혀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거나, 그 세상에 갇히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피아노의 매력에 대해서 물었다.

“현악기는 사람의 마음을 아릿하게 하고 관악기는 사람의 호흡과 직결되는데요. 피아노는 줄이 해머를 맞으면서 내는 공명으로 소리를 내는데요. 공명을 잘 다루는 사람이 좋은 연주자이고 그 소리가 매력이지 않나 싶어요”

독일에서 돌아온 이후 수 많은 연주회와 학생들 지도 등 바쁜 생활을 이어가면서 삶의 반경이 확장되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상희.

그녀는 공명의 진동과 울림처럼, 자신의 소리가 관객의 마음으로 스미길 바라고 있다. 그녀가 두드리는 건 건반이 아니라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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