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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지금, 우리를 볼 수 있는 글자를 만나다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67) 몽당연필 캘리그라피 전시회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12.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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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우리에게 글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에 머물지 않았다. 글은 그것이 품고 있는 내용과 더불어 글을 쓴 사람의 인격과 정서까지도 함께 전달하는 복합적인 정보전달 방법이었다. 글의 내용이 정보를 담고 있다면 사람의 손으로 직접 쓴 글자의 형태는 바로 인격과 정서를 보여주는 조형물이었다. 이런 전통은 서예라는 예술로 오랜 시간 전해지고 있다.

    반면 현대의 출판물들은 획일화된 글자의 형태로 오로지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만 가지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정보와 또 이들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사회구조, 그래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회현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지금도 그 안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통신이 발달해 지구 반대쪽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이지만 그래도 사람과 사람은 틈만 나면 만나려고 한다. 사람에게는 단순히 정보만을 주고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를 같이 나누려고 하는 본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쉽게 문서를 출력하고 인터넷으로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지만 아직도 연필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를 주고받는 이유이다.

    전통적으로 글자의 형태에 정서적인 사람을 담아온 예술이 서예라면 캘리그라피는 현대 사회를 담고 있는 서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현대인의 정서를 담은 글자의 조형예술을 캘리그라피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여기의 캘리그라피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렸고 진행 중이다.

    12월이 가기 전에(21일 까지) 시간을 내어 옛충남도청 1층, 근현대전시관 2관과 3관에 들러볼 일이다. 그곳에서는 지금 대전을 중심으로 어떤 글자들이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캘리그라피를 즐기고 있는 ‘몽당연필’의 두 번째 회원전이면서 이들이 속해 만들어진 ‘대한민국 캘리그라피 아카데미 협회’의 창립을 기념하는 전시회이기도 하다. ‘몽당연필’이라는 단체는 ‘夢堂緣筆’이라고 쓰고 ‘붓과 인연이 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꿈을 꾸는 곳’이라고 읽는다.

    이 전시회가 더욱 뜻 깊은 이유는 대전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모임인 대전작가회의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대전적회의의 시인 22명이 시에 캘리그라피 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더해 신선한 조형예술로 탄생한 것이다. 전통적인 글씨부터 소담한 전각, 그리고 오브제를 이용한 회화까지 그 형태는 다양하다.

    이 두 단체가 같이한 일이 뜻 깊은 이유는 두 가지이다. 전시회는 고전의 글들을 새로운 해석으로 보여주고 있음과 동시에 지금 시를 쓰고 있는 대전작가회의 시인들의 시를 조형적 글자로 보여주고 있다. 이 기획은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의 고민과 이곳의 미학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 하나는 시를 비롯해 여러 예술들이 다시 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시를 자유로운 글자의 형태로 새롭게 해석하고 전각과 같이 전형적인 내용을 담았던 형식에 시를 비롯한 자유로운 내용을 추가함으로 내용과 형식의 경계를 조금씩 넓혀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시회를 둘러보기 전에 들어본 협회장 양영 씨의 인사말도 귀 기울일 만 하다.

    “서예, 문인화, 전각, 캘리그라피 이렇게 네 가지 영역이 다양하게 융합되어 새로운 예술로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물론 대중과 소통하면서 지역의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일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새로운 예술로의 발전 가능성을 짚는 인사말에 이어 대전작가회의 회장인 김희정 씨는 시의 외로움을 토로했다.

     “예로부터 시서화(詩書畵)는 한 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따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갈 길 바쁜 나그네처럼 언제 한 몸이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졌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친구가 되자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외로움을 내칠 새 친구를 만난 기분입니다.”
     반가운 인사말 이후에는 현장에서 직접 글씨를 써 보이는 퍼포먼스가 이어졌고 여기에 직접 해설까지 덧붙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한지에 쓴 전통서예가 관람객을 맞는다. 회재 박광옥과 춘효 맹호연의 한시를 지나면 금분을 입혀 새롭게 태어난 반야심경을 만난다.
    이제 홀 중앙을 채우고 있는 전각의 차례. 잊고 살았던 탐심이 울컥 올라올 정도로 전각 작품들은 아름답고 조형적이었다. 그 내용도 농담 같은 구절에서 윤동주의 시, 법구경까지 다양했다.

    돌아서면 먼저 눈을 잡아끄는 작품을 만나다. 단아하게 불 켜진 등이 하나 있고 등을 감산 한지에는 윤동주의 ‘소년’이 따듯한 빛을 등에 업고 있다. 3전시관으로 자리를 옮기면 가장 먼저 벽을 가득 채운 엽서를 만나다. 

    벽은 갖가지 색을 입은 작은 엽서들은 품고 엽서는 다시 그들의 글씨를 품고 있다. 다음 작품은 대형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커다란 두 장의 한지는 희고 검음이 대각선을 이루며 긴장하고 있고 그 위에는 황희순 시인의 시 「아무도 모르는 섬이 있었네」가 묵직하게 앉아있다.

    어떤 시는 벼루의 검은 살 속에 깊이를 파고 앉아있고 또 어떤 시는 천장에서 바닥까지 흘러내리며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다.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에 꼬깃꼬깃 들어앉은 시를 만날 수 있고 진짜 삽이 오브제로 벽에 붙어 시가 된 경우도 있다.

    이렇게 조형적으로 다시 태어난 시편들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 새롭게 감상해볼 수 있다. 이 전시회는 전통적인 서예의 의미와 현대의 캘리그라피, 새로운 내용과 모양으로 태어난 전각, 그리고 새로운 조형으로 탄생한 시들을 마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렇게 원도심에 다시 걸음을 내어줘도 좋을 연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and3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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