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월평공원 천막농성과 하나로 시민검증단
[시사프리즘] 월평공원 천막농성과 하나로 시민검증단
  • 김종남
  • 승인 2017.12.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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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월평공원 택지개발사업을 둘러싼 민관갈등이 분수령을 넘은 듯하다. 민간특례사업 진행에 하자가 없다는 대전시와 주민의 삶의 질과 대전의 미래를 망치지 말라는 주민들 사이에는 한 치의 접점이 없어 강대강 대결국면이 조성됐다.

촛불혁명에 의해 정부가 바뀌고, 도시공원일몰제의 제도적 개선을 약속한 정부의 조치가 예정돼 있음에도 월평공원 택지개발을 추진해온 대전시의 행정은 분노한 주민들의 천막농성을 초래했고 오늘(12월 19일)로 64일째다.

택지개발사업을 결정한 시장이 궐위되고 행정부시장 대행체제가 들어선 대전시에서 지역최대의 갈등사안을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정치적 감각이 있고 미래지향적 가치를 이해하는 행정가라면 이러한 갈등상황의 지속은 더욱 불편할 일이다. 그래서인지 뒤늦었지만 대전시가 주민대책위와 대화를 나누고 어색한 만남을 통해 해법찾기에 나섰다. 일정한 논의와 연구조사 등 숙려기간을 거쳐 최종 대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로써 가을부터 겨울까지 24시간 대전시청 앞을 울렸던 대전의 허파지킴이 발전기는 일단 멈추게 되었다. 같은 길을 먼저 간 다른 사안을 하나 보면 앞으로 대전시나 시민사회가 어떤 자세로 이후의 과정을 준비하고 대해야 하는 지 알 수 있다.

지진위험설비를 위해 3년 5개월 동안 멈췄던 하나로원자로가 지난 12월 5일 재가동한 후 6일 만에 멈춰 섰다. 원자로 내부의 고온층형성 미달이란 이상현상이 며칠 계속돼 수동으로 멈춘 것이다.

안전성 검증이 미흡한 상황에서 성급한 재가동이라며 반대해온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원자력안전 불감증이 가져온 참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시는 지난 해 내진보강공사 과정의 부실시공 등이 논란이 되자 지역주민, 시민단체와 협의해 일정시간을 투여하는 시민검증단을 구성, 하나로원자로 전반에 관한 안전성 검토를 불안해하는 시민의 눈높에서 실시해왔고 완벽하지는 않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마무리할 시점에 와 있었다.

그러나 시민검증단 활동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력연의 재가동 의지를 억제하지 못함으로써 시민사회와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오랜 시간 동안 멈춰있던 하나로원자로는 방사능 누출억제장치의 불안정이라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이했고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수동 정지되기에 이른 것이다.

쾌적한 환경과 안전, 복지, 그리고 전반적인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행정목표 이행을 요구받는 지방정부에서 정치적 판단과 선택이 매우 경직된 관료제에 의한 행정의 결과는 자못 비극적이다.

행정에 대한 시민기대와 요구를 벗어난 것에서 모자라 시민의 안전을 담보해주지 않는 무책임한 권력행사를 원하지 않았으되 결과적으로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월평공원 민간택지개발이 대전시가 해온 것처럼 일방적으로 추진되지 않았더라면, 이 결정을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었더라면, 시민사회와의 개방적인 소통과 참여적 의사결정을 통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5월 이후 12월까지의 시간을 우리는 시청 안과 바깥에서 적대시하는 시민과 행정가로 만나지 않고 대전의 환경민주주의를 아래로부터 튼튼하게 다지는 데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약속한 시간을 훨씬 더 긴밀하고 효과적으로 쓰면서 관료제의 유연화와 민주적 책임성을 강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숙하고 부족한 과거의 경험과 반성은 다가올 일에 있어서는 교과서이다. 하나로원자로 시민검증단의 미숙한 거버넌스 경험이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민관갈등해결에 있어서 귀중한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월평공원 도솔터널 건설을 위해 서식지를 강제로 옮겨야했던 희귀식물 ‘이삭귀개’는 어떻게 됐을까? 식물학자들에 따르면 ‘이삭귀개’처럼 민감한 식물은 인위적으로 이식돼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전시는 이삭귀개를 옮겨 심었고 그 결과는 지금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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