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열린 책장, 소리를 보다
[시민기자의 눈] 열린 책장, 소리를 보다
  • 이희내
  • 승인 2017.1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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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현대사회는 하나의 제품을 함께 공유해 쓰며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공유경제’ 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사회적 기업 ‘열린 책장’의 출발점도 바로 공유경제로부터인 책장 공유 서비스였다. 누구나 자신의 책장을 등록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책나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는 강화평 대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려 있는 책장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이 고스란히 회사 이름에서부터 나타나 있었다.

처음 책을 공유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거의 ‘recycle’개념으로 ‘버릴 책’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recycle’이 아니라 ‘reuse’란 개념을 이야기 하며 책장에 잠자는 책들을 공유하자고 건의했다.

*recycle : 선별, 파쇄, 세척, 건조, 정제, 감용, 고형화, 펠릿화, 분체와 등 중간처리 과정을 거처 이를 원래의 용도 또는 타 용도의 원료로 재사용하는 것.
*reuse : 현 상태 그대로 또는 변형하여 원래의 용도 또는 타 용도로 재사용하는 것.

책무덤으로 평가되는 각 가정의 책장들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 책의 가치가 떨어질 때 까지 묻어놨다가 이사를 가거나 새 책이 생기면 기존의 책을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 그래서 강화평 대표는 누구나의 집마다 갖고 있는 ‘책무덤’ 속의 책들을 활용해  서로간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공유 서비스를 생각해냈고 그게 바로 열린 책장의 시작점이 되었다.

“내 것부터 공유해야 더 큰 걸 얻는다”는 신념으로, 강대표가 자신의 책부터 사람들에게 공유하자, 전국에서 책들이 쇄도했다. 더 많은 것을 모으기 위해서는 내 것부터 공유해야 더 큰 걸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사람들과 책을 주고 받으며, 책보다 더 소중한 정과 고마움도 함께 공유했다고 말한다.

책으로 즐거운 일을 해보자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며, 그는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하며, 가치를 찾는 일에 매진했다. 책을 통해 즐거운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창업 속엔 강화평 대표가 늘 생각했던 꿈이 있었다. 대한민국 장애인들의 70%를 차지하는 청각장애인들. 그들을 위한 수화 문화컨텐츠가 대한민국에는 왜 없을까?

그 동안의 생각을 자료로 만들어 대기업에 가져갔다. 그의 신념을 본 대기업에서 PT의 기회를 줬다. 사회적 공헌사업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자는 강대표의 건의에 대기업에서 베이어프리 디지털 도서관을 만들 자본금을 대주었다.

그리고 그의 “열린 책장”은 대한민국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콘텐츠를 제작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다시 재탄생했다. 하지만 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수익을 달성은 당연지사. 힘들게 만든 수화영상 도서들을 도서관에 납품하려했지만 도서관의 문턱은 높았다

기본적으로 왜 수화영상도서가 필요한지에 대해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1000곳이 넘는 대한민국 공공도서관중 수화영상 도서가 있는 곳은 단 70여곳뿐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회사 역시 판로가 막혔으니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와 직원들은 한 포탈사이트를 통해 전국 도서관에 수화영상도서를 전달하기 위한 모금 프로젝트 “같이 가치”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수화영상도서를 도서관에 기증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열린책장의 청각장애인인 디자이너인 지혜진씨가 디자인한 수화 이모티콘이 작년 4월 출시 한달간 다운로도 1위를 차지했던 적이 있다.

농아인의 날을 맞이해, 이모티콘 하나를 구입하면 1000원씩 기부가 되는 이벤트를 업체측에서 마련해 주었는데, 한 달 판매수익으로 2300만원이 모였다.

이렇게 모은 기부금으로 우리는 수화영상도서 10권을 제작했고 콘텐츠가 담긴 DVD를 전국 도서관 100곳에 무료로 배포했다. 강화평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 흘린 구슬땀의 결과가 서서히 보여지기 시작했다. 지역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청각 장애인 자막을 맡겨주었고, 수화방송국 진행도 맡게 된 것이다.

소리를 보다
책으로 좋은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이 되었다. 동화책을 모르고 살던 청각장애인의 이야기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어느덧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회인식개선을 목표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발전했다.
그는 생각했다. 듣지 못하는 언어,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열린책장’은 듣지 못하는 그들에게 허락된, '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글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1언어인 '수어'로 소통하는 '수어영상도서' 컨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좀 더 특별한 것은, 어떠한 예산 지원도 없이 수어영상도서 컨텐츠를 제작하여 보급하는 일이, 이들을 통해 최초로 시도되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열린책장'은 수어영상도서 뿐만 아니라 수화TV채널 SON(Sign language ON)TV를 운영하며 24시간 영상콘텐츠를 배포하고 있고, 그와 함께 웹툰, 이모티콘 등을 통해 다양한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다.

스스로 꿈을 성장시키다
강화평 대표는 자신이 한일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을 청각 장애인들에게 “꿈”이라는 선물을 준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예전 청각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의 꿈은 수화 통역사나 복지관 직원이 다였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의 꿈은 이모티콘을 디자인하는 웹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수화방송국에서 수화로 행복을 전하는 피디가 되겠다고 말한다.

사운드가 생명인 영상 편집.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열린책장“에서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앞으로도 열린 책장이 제작하는 다양한 컨텐츠들은 소리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청각장애인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건내줄 것이고, 소리를 대신하는 또 다른 언어인 수화에 진정성을 담아 세상의 행복을 전달할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이 꿈과 희망의 날개를 달아줄 준비를 하고 있는 열린책장.
2017년 그토록 꿈꾸던 사회적기업을 이루었고, 더 나은 2018년을 위해, 오늘도 더 열심히 뛰고 있다. 꿈을 향해 함께 노력하고, 같이가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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