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안철수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2일 저녁 안 대표와 배석자 없는 비공개 회동을 가진 손 상임고문은, 안 대표의 손을 사실상 번쩍 들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안 대표는 천군만마의 구세주를 만난 셈이다.
손 고문은 회동 후 "안 대표도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얘기가 없는 것 같고, 나도 보수통합을 얘기한 바 없으며, 개혁적 중도통합을 오랫동안 주장해왔다"고 말했다고 <뉴스1>이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는 통합을 하되,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는 선을 긋는 안 대표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손 고문은 안 대표의 ‘중도통합(국민의당+바른정당)’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으며,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한 통합 반대파와는 전혀 다른 지향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반대파의 구애작전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이야기다.
정치인 손 고문이 보여온 정치 노선과 색깔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손 고문의 중도통합 노선은 종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오래 전부터 명목상 중도통합을 주장해왔던 정치인이다. 다만 ‘개혁적’이라는 수식어와, ‘보수통합은 아니다’라는 레토릭을 덧붙였을 뿐, 사실상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또한 무엇보다 손 고문의 정치적 이력이 과거 ‘3당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민자당의 간판에서 정치인으로 데뷔했던 사실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다. 정치적 색깔과 노선에서 안 대표가 지향하는 방향과 어쩌면 ‘태생적 동색(同色)’ 관계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런 데다 통합의 카운터 파트인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 구상까지 짚어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이미 언론을 통해 밝혀온 바와 같이, 유 대표는 1차로 국민의당과 합쳐 덩치를 키운 다음, 궁극적으로는 외연을 자유한국당으로 넓혀 2차 ‘보수통합’을 상정하고 있다.
공학도 출신인 안 대표가 이런 정치공학의 로드맵을 이해하고 동의해서 통합을 추진하는 현재 상황이 손 고문에게는 낯설기보다는, 외려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공감대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앞으로 손 고문이 취할 미션은 우선적으로 안 대표를 돕는 일이다. 서로 지향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당내 통합 반대파를 설득시키면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부드럽게 쪼개질 수 있도록 중간 조정자 역할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에서 "당이 잘 돼야 한다. 당 화합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안 대표의 주문에, 손 고문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다"며 화합 행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손 고문에 대한 통합 반대파의 구애노력은 더 이상 의미 없다는 목소리가 당 주변에서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