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판사 “나쁜 재판은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비판
김동진 판사 “나쁜 재판은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비판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7.12.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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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의 김동진 부장판사>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은 기각이 돼 구속상태가 계속된 반면에,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구속이 아닌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되는 등 27일 밤과 28일 새벽 사이에 서로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우 전 수석의 기각결정을 두고 사법의 정의가 일부 실현된 ‘좋은 재판’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조 전 수석에 대한 판결은 여전히 정의와는 동떨어진 ‘나쁜 재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국정농단에 연루된 김관진-임관빈 등 피의자를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시킨 신광렬 판사의 결정을 정면 비판했던 김동진 부장판사가 28일 간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재판을 수행하는 이 땅의 모든 법관들에게 고하는 쓴소리다.

인천지법의 김 부장판사는 이날 “법관이 재판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그것은 온갖 범죄와 불법에 대해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합당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김 판사는 이어 “범죄를 향한 쾌감은 사후에 처벌될 것이라는 불쾌감에 의해 억제될 수 있다”라는 형법학계의 대가 '포이에르 바흐'의 발언을 인용했다.

그리고는 최근 권력과 경제계 핵심인사 등 이른바 엘리트형 범죄와 관련해 의미 있는 견해도 제시하였다.

그는 “엘리트 계층이 범죄를 저지르다가 행여나 세상 사람들에 의해 발각되더라도, 나중에 시간을 끌면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빠져나가는 판결례들이 계속하여 많이 쌓이고 있다”며 “이들은 그러나 자신감을 갖고 점점 더 비중을 늘려가며 위법행위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발각될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낮은데, 혹시 발각되더라도 시간을 끌면서 적절히 대처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니, 이 얼마나 감행해 볼만한 일이겠냐”며 “더구나 우리 사회는 지난 10년 동안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여 왔고 명예 따위는 안중에도 없지 않았더냐”고 물은 뒤, 법관들에게 필독을 권하는 글을 이어갔다.

“나는 법관을 비롯한 많은 법조인들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한 번이라도 정독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과연 법조인들 중에서 몇 %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보았을까? 그리고 이 책에서 제기된 ‘정의’에 관한 이슈와 쟁점에 대하여, 그 맥락을 음미하고 이해하면서 ‘정의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법조인들은 과연 몇 %나 될까?”

김 판사는 끝으로 “좋은 재판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쁜 재판은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오늘날 법관의 판결이 과연 ‘정의 실현’이라는 재판의 목적에 맞게,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좋은 재판’으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성찰해보라는 메시지를 우리나라 사법부를 향해 냉엄하게 던지는 질문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내한 강연 모습>

한편,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는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책으로,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안을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고 종합적인 고찰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익을 얻는 공리주의적 관점, 어떤 일정한 규칙과 약속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누구라도 침해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인간의 기본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현대사회에서는 경제논리에 사회적인 논의가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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