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長위에 시골 里長
市長위에 시골 里長
[노트북을 열며]-신상두 세종시본부장
  • 신상두 기자
  • 승인 2013.06.16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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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세종시에 떠 도는 우스갯소리 하나.

"세종시에서 시장(市長)보다 위에 있는 사람은?... 정답은 동네 이장(里長)!"

여기서 ‘이장’은 단순한 ‘里의 장’이 아니다. 동네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을 대신하는 용어다. 시장은 세종지역 기관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대도시와 달리, 읍면 지역이 많은 세종시에선 시장이나 교육감 선거에서 이들의 입심이 상당한 파괴력을 갖는다.

지역이 좁고 유권자가 적다보니 “내가 〇〇〇을 그 자리에 앉혔다”거나 “〇〇〇은 내가 힘써서 만들었다”는 등 자칭 ‘킹 메이커’들이 많다.

광역자치단체 출범 1년이 다돼 가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세종시 한 기관장의 일정을 담당하는 A씨의 하소연은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떤 날은 각 지역행사 참여요청이 많아 식사도 못하고 이동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모임인원 10명도 안 되는 소규모 잔치에서도 ○○님을 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도 그 동네에선 그 사람들 입심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으니.”

그가 피치 못할 사정을 들어 행사참여를 거절하면 ‘누구 때문에 그 자리에 올랐는데... 당선되더니 사람이 변했다’는 등의 뒷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A씨는 “이같은 현상은 우리 지역 모든 선거직이 겪는 어려움이고, 단지 같은 시간에 행사가 중복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세종시는 지난해 7월 출범했다. 명칭만 바뀌었을 뿐 연기군 시절에 비해 인구수나 市예산 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종시는 엄연히 17번째 ‘특별 광역’자치단체다. 행정구역상 ‘급’으로 따지면 대전광역시보다 한단계 아래고 옛 상위기관이었던 충청남도보다 한 끗발 높다.

기관장들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다. 외부에서 보는 시장과 교육감, 시의회 의장은 차관급이다. 심지어 장관급 예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

연기군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올랐다는 얘기다. 지위가 오른 만큼 이들 기관장들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연기군때는 도나 교육청에서 내려주던 시책을 시행하고 대민 서비스에 치중했다.

반면 세종시장은 인구 50-60만명 이상의 행정중심도시로서의 마스터 플랜을 세우고 실행하는 큰 과제가 있다.

세종시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5-6개에 불과하던 학교가 수백개로 늘어나는 과정에 있으니 할 일이 많은 것은 자명한 일.

과거처럼 조그만 동네행사에 일일이 찾아가던 ‘〇〇님’역할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여건이다.

그런데도 몇 몇 주민들이 연기군 시절의 행태를 답습하려는 것은 심히 걱정스럽다.

물론, 각 기관장이 이 같은 일을 자초한 것도 없지 않다. 표를 의식해 최대한 많은 행사에 얼굴을 내밀거나 예전 선거에서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의 부탁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것도 인정 못할 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의식전환이 훨씬 중요하다. 시민들이 부르지 않으면 기관장이 조그만 행사까지 찾아서 가는 일은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장·면장이 가야 될 자리에 ‘장차관급’이 찾아다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특별시’에 걸맞는 행정을 펼치려면 역할 분담을 다시 짜야한다. 각 기관장은 불요불급한 행사 참여를 자제하고 행사의 격에 맞는 사람들을 참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 ‘동네행사’를 하면서 무조건 ‘최고 높은 사람’만을 찾는 일부 그릇된 유권자들의 행태도 ‘특별시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는 세종시. 각 기관장의 ‘기’를 살리고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키워 스스로 위상을 높여야 한다. 안(세종시)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수장들이 중앙이나 전국무대에서 제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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