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물 같은 배우·고집스러운 연출, 종합 무대예술가 남명옥 씨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물 같은 배우·고집스러운 연출, 종합 무대예술가 남명옥 씨
대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아티스타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12.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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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아드림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남명옥 씨를 종합 무대예술가라고 부른 이유는 그가 연극배우이자 연극연출가이며 무용에까지 예술적 역할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배우로서 남명옥 씨는 1993년에 극단 ‘새벽’에서 데뷔해 계속 대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에서 배우로서 또 공연교육이사로 역할을 하고 있다.

남명옥 씨의 첫 무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에서 올렸던 ‘옹고집전’이었고 역할은 가짜 옹고집이었다. 국어시간에 책을 읽는 소리를 듣고 좋은 목소리를 가졌으니 연극을 해보자고 이끌었던 담임선생님의 추천이 계기였다. 연극을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고 스스로도 잘하나보다 생각했지만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궤도를 찾아들었다.

“제 인생에서 연극은 제가 이성적으로 선택한다거나 저울질해 판단할 기회 같은 것 없이 당연하게 다가왔어요. 재미있었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 업이 된 거죠. 연극은 같은 것 같지만 항상 변화하고 또 언제나 현장에서 생생하게 진행되는 인생이잖아요. 그래서 삶과 가장 닮은 공연예술 장르라고 생각했어요. 삶의 한 단면이 무대가 되고 인생과 닮은 이야기가 무대에서 일상처럼 펼쳐지고요. 이런 변화와 새로움은 작품마다 장면마다 다르게 다가옵니다. 객석에 있는 관객에게 그 느낌이 전달되고요. 또 그 배경에는 추상적인 관념이 숨어있고 이것들 모두가 연극 안에서 펼쳐지니까 다채롭고 그 변화가 흥미로왔어요. 연극의 매력이죠.”

남명옥 씨가 말하는 연극의 매력을 들으면 극장을 찾고 싶은 욕망을 누르기 어렵다. 하여간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대전에 정착한 남명옥 씨는 교회에서 연극을 했고 신일여고로 진학한 후에는 연극 동아리를 찾아 무대 인생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갔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바로 극단으로 들어가 바로 배우의 삶을 시작했고 얼마 후 대학에 진학한다. 그러나 뜻밖에도 전공은 문예창작학과를 선택하고 그곳에서 시를 전공했다. 물론 많은 시간은 연극동아리에 쏟아 부었다. 

이후, 몇 개의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했고 또 긴 시간 동안 프리랜서 배우로 생활했다. 이런 남명옥 씨가 인생의 파트너가 된 단체인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을 만난 때는 2012년이다. 2010년에 창단한 ‘나무시어터’는 2년 동안 기반을 구축하고 2012년 첫 번째 연극을 올리며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이후 2016년 대한민국 연극제 대상을 비롯해 2017년 춘천연극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다. 이 극단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연극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또 다른 가족이 되는 풍경을 만들 정도로 권위적이지 않고 수평적 관계로 작업하는 전통을 만들어왔다.

“내 인생의 마지막 단체라고 생각하고 함께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창단공연작인 ‘뱃놀이 가잔다’가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해요.”

이 연극에서 남명옥 씨는 무당 역할을 맡았다. 사실 연극무대에서는 배우를 무당에 비유하기도 하고 무당을 배우에 비유하기도 한다. 배우는 역할을 입어야하는 사람이고 무당은 신을 받는 사람이기에 같이 뭔가 매개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배우에게 무당 역할은 매력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꼬레아드림
남명옥
낙타가 사는 아주 작은 방

무당 같기도 한 배우의 길
“무가에서 신내림은 한 대를 건너 전달된다는 얘기가 있더라구요. 알고 보니 우리 할머니가 그쪽과 연관이 있었다는 말도 있었어요. 약간 두려움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종교적인 접근보다는 예술적 가치로 다가왔죠. 연극을 준비하면서 찾아봤던 자료들 가운데 무당으로 수련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배우들이 훈련하는 과정과 아주 똑같았어요. 많이 웃기도 했죠.”

아닌 게 아니라 두세 번 비슷한 경험도 했다고 전했다. 연극 중 무곡에 맞춰 춤을 추는데 정말 몸이 가벼워지는 순간을 겪은 것이다. 순간 무섭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너무 기분이 좋았고 아, 이 순간 이럴 수도 있겠구나, 느끼면서 빈 그릇처럼 역할을 담아내는 배우의 삶에 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렇게 배우로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었던 무당 역할은 행복한 시간이었고 또 많은 기회를 낳았다. 배우로서 느끼는 쾌감과 객석의 반응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배우이고 또 어떤 길을 찾는 배우인지를 가늠하는 말은 이렇게 이어졌다.

“제가 연기할 때 마음에 새기고 있는 주문 같은 말은 물 같은 배우가 되는 것이에요. 물은 각각 모양이 다른 그릇에 담겨 바로 그릇의 모양이 되죠. 그런 유연함을 가지고 바로 그릇의 모양이 되는 물 같은 배우가 되는 것입니다.”

배우로서의 남명옥 씨가 가진 이런 모습은 연출가의 옷을 입으면서 많이 달라진다. 연출가로서 남 씨는 강하고 고집스럽게 원하는 곳까지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이런 자신의 강건한 모습을 발견한 기회이자 연출가로서 본격적으로 방향을 잡게 된 계기는 바로 차세대 아티스타 사업과의 인연이다. 이전에도 몇 작품 연출을 한 경험은 있었지만 자신의 작품이라기보다는 후배들과 함께 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제 안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연극을 꿈꾸고 있었어요. 전형적인 연극에서 벗어난 새로운 틀과 내용을 찾고 있었죠. 아직도 대전에서 젊은 여성 배우가 연출의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죠. 그런데 기회가 찾아온 거죠.”

연출가 남명옥 씨와 차세대 아티스타 사업은 인연이 깊다. 대전문화재단이 사업을 준비하던 2011년부터 이미 이 사업에 주목하고 있었고 2013년 사업의 시작과 동시에 연출가로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사업이 태어나기 전의 간담회에서부터, 사업이 시작되고 진행되어오던 면모들, 현재 5기까지 다양한 예술가들의 모습, 매해 진행되어온 DNA프로젝트를 통해 수많은 아티스타들과 협업했던 작업까지, 차세대 아티스타의 증인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저는 연출로서 방향이 갈급했어요. 그렇게 아티스타는 연출로서 큰 기회이자 내 색깔의 작품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연출가로서 제게 새 길을 열어준 거죠. 저는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첫해부터 바로 작품을 연출하고 또 주연도 같이했죠. 너무 하고 싶었으니까요.”

첫해 진행한 작품은 정미진 작가와 같이 한 ‘바보 누나’였다. 자폐를 앓고 있는 나이 많은 누나를 남동생이 강원도 산골에 버리고 어둠의 세계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버려진 바보 누나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노부부가 품어주는 과정을 보여줌으로 상처를 가진 인간을 사회가 어떻게 품어줄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나누는 작품으로, 남명옥 씨는 연출과 함께 ‘명옥’이라는 본인의 이름으로 주연도 맡았다. 이 작품의 특별한 점은 소극장에 영상을 시도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3D에 가까운 영상으로 장면과 장면을 잇는 배경을 처리하는 연출을 시도했고 이 또한 좋은 평을 받았다.

뱃놀이가잔다
피가로의 결혼
구름다리 48번지1

새로운 연극을 위한 발판
두 번째 해 공연은 ‘평강과 온달의 사랑, 그리고 환생’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 작품으로 1막은 평강과 온달의 이야기, 2막은 환생한 두 사람을 그렸고 3막은 퍼포먼스로 마무리하는 극이었다. 이 퍼포먼스 극은 대사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진행은 녹음된 내레이션을 이용하며 움직임과 춤, 마임과 광대놀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도쿄의 100년 된 교회에서 진행된 야외공연이었다. 이런 실험은 언어가 다른 일본 현지인들에게 우리 설화를 몸짓과 음악, 광대의 언어를 통해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 실험은 이후 한 연출가의 새로운 색깔로 발전하게 된다. 그 색깔은 아티스타 DNA프로젝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가 DNA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지금까지 ‘다섯 시의 시선’이라는 종합 공연을 연작으로 올해까지 세 편을 연출했어요. 이 극은 시를 모티브로 바탕에 깔고 배우들과 대본 창작을 함께 해 현대무용이나 움직임을 가미하는 작품이죠. 너무 좋았어요. 이것이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고 더 만들면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연출로서 꿈은 죽기 전에 ‘다섯 시의 시선’ 연작 100개 만들고 싶은 겁니다.”

남명옥 씨를 이루는 또 하나의 예술은 무용이다. 그 이유는 현재 한 무용단의 자문으로 대본이 필요할 경우나 내레이션처럼 연극적 연출이 필요할 때 기꺼이 함께 활동하고 있어서 만이 아니다. 연극 작품을 쉴 때면 항상 다양한 장르의 춤을 배울 만큼 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무용가로 살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많은 예술을 함께하는 남명옥 씨에게 요즘은 갈등의 시기이기도 하다. 연출로의 새로운 길과 배우로서 무게 있는 삶을 두고 저울질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연출로 기울었죠. 그러니까 배우로의 갈망도 커져요. 제 자리를 찾아가고 싶은 거죠. 이런 순간에는 배우로서 나를 대표하는 작품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연출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도 매력적이죠.”

모두 힘든 일이다. 그러나 어느 길이든, 힘든 모든 일을 합친다 해도 충분히 이끌고 나갈 에너지와 기백이 넘쳐났다. 무대예술가 남명옥 씨를 만나보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다.

바보누나
뱃놀이가잔다
평강과 온달의 사랑
평강과 온달의 사랑
바보누나
연출_다섯시의 시선
연출_다섯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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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_나르시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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