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과유불급의 교훈
[시민기자의 눈] 과유불급의 교훈
  • 홍경석
  • 승인 2018.01.02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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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근자(近者) 연거푸 술자리가 이어졌다. 먼저 아들의 장인과 장모님이 되실 사돈댁과의 상견례가 있었다. 꽃보다 수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며느릿감에 이미 내 마음까지 무장해제된 터였다.

그래서 처음 뵙자마자 마치 십년지기를 만난 양 금세 화기애애의 탑을 쌓을 수 있었다. 더욱이 사돈 양반 내외께서는 우리부부와 같은 ‘베이비부머’였다. 따라서 어떤 공통분모의 마인드까지 형성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예단문제에서 쉬 도출되었다. “작년에 딸을 먼저 결혼시킬 적에도 그랬지만 저흰 예단을 단 하나조차 안 주고 안 받고자 합니다. 저처럼 보기만 해도 꽃보다 고운 따님을 저희에게 며느리로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거늘 거기에 예단이라는 경제적 부담까지 드려선 안 되겠다는 게 우리 부부의 어떤 신념이거든요!”

사돈댁 역시도 흔쾌히 동의했다. 덕분에 기분이 더욱 낭창낭창해진 나는 거푸 술잔을 비웠다. 그렇게 상견례를 잘 마친 이튿날엔 고향 천안에서 죽마고우들과의 정기모임이 있었다. 그날 역시도 당연히 아들의 상견례가 화두에 올랐으며, 친구들의 술잔은 물밀 듯 몰려왔다.

“정말 축하한다! 아들마저 결혼시키면 누구는 단 한 명조차도 진출시키지 못한 S대 출신만 셋이나 되는 패밀리(family)를 구축하는, 그야말로 명문대의 고학력 ‘인플레이션’ 현상까지 빚어지게 생겼으니 참으로 부럽구나. 넌 진짜 자식농사에 성공한 친구다.”

거기서 대취하는 바람에 대전역에선 가까스로 하차할 수 있었다. 술자리는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이번엔 과거 몸담았던 모 언론사 간부들과의 송년회. 그 자리에서도 예비며느리와 사돈댁의 푼푼한 정의(情誼) 칭찬을 아낄 수 없었다.

덕분에 돌아온 것은 역시나 무수한 술잔. 하지만 그처럼 사흘 연속 마셔댄 술은 결국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었다.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속은 콘크리트가 비벼진 양 괴롭기 짝이 없는 게 꼭 싸다듬이를 당하는 느낌이었다.

‘아, 너무 달렸어!!’ 헛개차를 마셨어도 별무효과였다. 꿀물 역시도 비위만 와락 상하게 할 따름이었다. 사흘 거푸 ‘술과의 전쟁’ 이전, 이틀 연속 고된 야근과 악전고투의 이어진 근무가 불러들인 필연적 부작용이었다.

이럴 때의 비방(祕方)은 뭐? 그건 바로 충분한 수면과 옥답(沃畓)처럼 넉넉한 긍정마인드의 구축이 답이었다. 기운은 여전히 쇠잔했으되 억지로 일어나 뜨거운 물로 목욕부터 했다. 아내가 사온 감기 몸살약을 먹은 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이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그럼에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쉬어야 산다! 그것도 푹. 밤새 식은땀까지 흘러가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덕분에 오늘은 아침이 되자 비로소 하늘도 제 색깔로 보이기 시작했다.

연말연시가 되면서 송년회 등의 술자리가 빈번해지고 있다. 술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징검다리다. 하지만 과유불급이 시사하듯 적당한 술은 건강에 좋지만 과하게 마시면 건강을 해친다.

사람들은 과음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때론 미련스럽게 마구 들이켠다. 그 바람에 술은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때는 양처럼 온순하지만,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와지고, 거기서 더 발전하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엔 마치 돼지처럼 추해진다고 탈무드에선 경고했던 것이리라.

아직도 두 건의 술 약속이 남아있다. 과유불급을 교훈 삼아 이젠 술 대신 밥부터 먹고 볼 요량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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