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에게 2018년 1월 1일은 어쩌면 정치인생에서 가장 ‘서글픈 날’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영원한 비서실장’을 자처하는 그가, 새해 첫날에 어김 없이 찾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자택인 동교동에 세배를 가지 못했고, 김 전 대통령 묘소 참배도 못했기 때문이다.
딱히 무엇을 바라서가 아니라, ‘DJ 맨’으로서 갖는 상징성이라는 면에서 볼 때, 제때 인사드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쉽기만 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오늘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동교동 세배를 안 갔고, 물론 김대중 대통령님 묘소 참배도 못했다”며 “내일 홀로 묘소 참배를 하고, 모레 여사님과 오찬을 하시자고 말씀드렸다”는 말로 운을 뗐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정작 서글픈 이유는 따로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마저 동교동 세배를 생략해 버렸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까닭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른바 단체로 ‘단배식(團拜式)’을 거른 셈이다.
박 전 의원은 “국민의당은 DJ라고 했던 안 대표 등 지도부가 오늘 동교동 세배마저도 안 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정치가 진행되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단배식도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하겠냐. 분당 열차를 이끌면 어디로 가자는 것이냐”고 묻고는 이내 “새해 첫날, 새 출발이 아니라 ‘구 출발’을 하는 현실, 분열의 현실이 서글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교동계의 핵심인사는 “DJ 정신을 승계한다던 국민의당과 안 대표가 여럿이 모여 한꺼번에 절을 하는 의식인 ‘단배식(團拜式)’을, 아예 '끊어버린다’는 뜻의 ‘단배식(斷拜式)’으로 홀가분하게 해석하기로 마음 먹은 게 아닌가 싶다”고 탄식했다.
한편 안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 5층에서 별도로 단배식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