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겉 명분에 속지 말고,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라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겉 명분에 속지 말고,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라
    ⑦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The Prince’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8.01.05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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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ò Machiavelli,1469~1527)하면 ‘군주는 여우 같고 사자 같아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는 대놓고 인격의 이중성을 말한다. 그만큼 마키아벨리 이름 자체가 천하의 나쁜 놈이다.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 안 가리고 행하는 교활하고 무자비한 권모술수의 대명사, 한마디로 사탄급이다.

    그런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The Prince’를 읽고 나면 무슨 이유인지 속이 시원하다. 공자 맹자처럼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너무 위선적인 고담준론 속에서 놀아서일까. ‘군주론’은 불편하지만, 세상의 진실이 담겨 있다. ‘군주론’은 냉정한 현실에 기반으로 한 솔직한 고백서이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의 심성과 민중 심리의 본질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500년의 혹독한 비난을 이겨내고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유이다. 그는 백면서생이 아니다. 변화무쌍한 국제정세 속에서 조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필사적으로 분투했던 외교관 경험자이다.

    15세기의 대항해시대 개막으로 지중해의 전성기에서 대서양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와 같은 주변 국가들은 통일된 중앙집권 국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당시 이탈리아는 작은 도시국가들로 쪼개져 있었고 정치는 극심한 혼란기였다. 그가 살던 피렌체는 르네상스 시대의 전성기를 경험했고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예술계 거장이 활동했지만 시민들은 내부 분열이 심했다.

    메디치 가문의 50년 권력은 붕괴하고 이제 베네치아를 본뜬 공화정이 수립되었다. 당시 국가라고 하지만, 작은 도시국가의 한계로 나라를 지킬 자체 군대가 없었고, 안보를 외교와 용병, 원군에 의존하는 처지였다.

    예술문화 수준은 높고 시민의 자존심이 하늘을 찔렀으나 정작 자신을 지킬 힘은 없고 오로지 말의 성찬 외교에 기대어 국가를 보존하였다. 그는 이 위중한 시기에 29세 나이로 1498년 피렌체 공화국의 제2 사무국의 서기관으로 발탁되었다. 현재의 중앙부처 과장급으로 외교·안보 실무담당자이다. 그는 ‘군주론’의 실제 모델이 된 로마냐공작 체사래 보르자(Cesare Borgia)와 만남이 이때 이루어졌다.

    마키아벨리의 젊은 시절의 공직생활도 44세가 되는 1512년 끝난다. 정변이 일어나 공화정은 붕괴하고 피렌체에 메디치 가문이 다시 복귀하였다. 1513년 메디치가 요인을 암살하는 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투옥되었고 얼마 후 특사로 풀려나와 피렌체 남쪽 근처 농장에서 은둔하면서 그의 대표작인 ‘군주론’을 집필한다.

    ‘군주론’은 세상에 자기주의 주장을 펴기 위하여 쓴 것이 아니다. 순전히 정치 실세로 복권된 메디치 가문으로부터 일자리를 얻기 위한 피눈물 나는 자기추천서이다. ‘군주론’ 원문은 몇십 쪽의 분량이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군주론’은 당시 배경이나 뜻을 설명하느라 분량이 두껍다. 마키아벨리는 예술과 인문학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현란할 정도로 인문학적 지식을 집필에 활용하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를 인용하고 로마 황제의 정치적 판단력을 근거로 하였다. 이점이 마키아벨리의 책을 읽기 어려운 점이다.

    실직과 고독, 혹독한 가난에 시달리던 마키아벨리는 메디치가문의 수장 로렌츠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에게 ‘군주론’을 바친다. ‘군주론’은 로렌츠 데 메디치에게 하는 헌정사로 시작한다. 군주의 은총을 받으려는 사람은 군주가 받아서 기쁜 선물을 가져가는 것이 관례인데 자신도 전하에 대한 보잘 것없는 충성의 표시를 가지고 찾아 만나고 싶다고 정중히 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군주론》을 바친 이후,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이것조차 읽었는지조차 모른다. 해직당한 자신을 메디치 가문은 영영 불러주지 않았다.

    책은 그의 사후 5년 후에 출간되었다. ‘군주론’은 신흥국가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군주가 취해야 할 행동 양식과 정치적 판단을 가르치는 책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인간의 속성을 갈파한다.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쉽게 잊지 못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일차적으로는 밥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사람은 자기 부모를 죽인 원수는 세월이 지나면서 잊을 수 있어도, 부모의 유산을 가로채 간 이는 평생 기억한다. 어느 정권이든지 지나친 세율인상은 민심을 잃고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통치술도 말한다. 군주는 공동체의 지도자로 권력을 유지하려면 선하기만 해서도 안 되고 악인이 되는 법도 알아야 하며 또한 그 태도를 때에 따라 행사할 줄도, 중지할 줄도 알아야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마키아벨리를 권모술수의 창시자로 몰아간다.

    실은 아테네의 철학자 플라톤이 이미 이런 주장을 했다. 거짓말이 허용되는 사람은 공동체인 나라의 통치자들로서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그럴 수 있다.

    군주는 자기네 백성을 단결시키고 충성을 지키게 하려면 잔인하다는 악평쯤은 개의치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자애심이 너무 깊어서 혼란 상태를 초래하여 급기야 시민들을 죽거나 약탈당하게 하는 군주에 비교하면 소수의 몇몇을 시범적으로 처벌하여 질서를 바로잡는 잔인한 군주가 훨씬 인자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개인과 달리 민중을 이렇게 본다. 사랑과 자비로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이타적 개인들조차도 무리 지으면 집단이기주의로 변한다. 민중이란 머리를 쓰다듬거나 없애 버리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사소한 모욕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하나, 너무나 엄청난 모욕에 대해서는 감히 보복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날의 원한이 새로운 은혜를 베풂으로써 깨끗이 씻어진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가해 행위는 한 번에 해내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 짧은 시일 내에 끝내면 그만큼 민중의 분노도 쉽게 사라진다. 반대로 은혜는 민중이 오랫동안 음미하도록 조금씩 베풀어야 한다.

    부하에 대한 그의 인식도 아주 현실적이다. 항상 충성하는 부하는 없다. 평화 시에는 누구나 다 충실하고 헌신적이다. 죽음이 저 멀리 있을 때는 모두가 군주를 위해서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막상 역경에 처한 군주가 그런 부하를 정말로 필요할 때는 도저히 헌신적인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현명한 군주는 부하들이 충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들어놓고 그들 스스로 충성하게 만들지만, 우둔한 군주는 위급한 상황이 되고 나서야 충성을 요구하다 배신을 당한다. 그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을 받는 게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지도자는 연예인이 아니다.

    문제해결사이다. 리더십은 감정적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원칙에 따른 명확한 질서를 확보하는 두 가지 축에서 생긴다. 당나라 태종 측천무후의 공포정치나 김정은의 숙청도 여기에 해당한다.

    마키아벨리는 공자의 인의(仁義) 군주관과 다르다. 군주는 여러 가지 좋은 기질인 인자함, 신의, 신앙심 등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있다. 더 대담하게 말해서, 그런 훌륭한 기질을 갖추고 항상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우며,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로 그것이 더 유익하다.

    지도자는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지략을 겸비해야만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양면적 존재인 인간들의 집합체를 이끌 수 있다. 사자와 같이 힘을 이용하기도 하고 여우처럼 능숙하게 기만하고 위장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거짓말, 기만, 책략 등은 비난받아야 할 악덕이나 공동체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번영을 이끄는 지도자는 개인 차원의 윤리와 다르게 조직의 생존 위해 때론 이런 것들도 구사해야 한다. 스페인 보르자 가문 출신 교황 알렉산드르 6세는 매번 손쉽게 사람들을 속였다.

    너무도 확고하게 서약하기 때문에 모두들 믿지만 실상 그는 그러한 약속을 거의 지키지 않았다. 군주는 운명의 풍향과 변모하는 상황이 그를 제약할 때 거기에 맞추어 자유자재로 자신을 바꿀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결단력을 중요시한다. 군주가 경멸을 당하는 이유는 변덕이 심하고 경박하며, 여성적이고 무기력하며, 결단력이 없다고 보일 때이다. 군주는 이런 것을 하나의 암초로 생각하고 크게 경계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한 국가의 지도자 자질을 말했지만, 오늘날에도 통하는 것은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공동체의 장은 지도자로서 같은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40세 정도는 돼서 읽어야 한다. 팀장이라도 되면 마키아벨리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겉에 내세우는 명분에 속지 말고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라는 것이다. 냉엄한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뒤 숭고한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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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곱배기 2018-01-12 15:25:41
    모든 정치가들이 꼭 읽어야할 필독서네요. 평범한 일반인들도 처세술을 배워 실생활에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