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공감(共感)
[시사프리즘] 공감(共感)
  •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서기관
  • 승인 2018.01.15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서기관

[굿모닝충청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공감은 생존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공감능력은 인간의 잔인성을 억제해 준다. 대니얼 콜먼은 “인간은 공감하려는 본능적인 성향을 외면하면 타인을 사물화하고 사물처럼 대함으로써 세상은 위험해 진다”고 말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타적이라고 한다. 긴꼬리원숭이 과에 속하는 레서스원숭이에 대한 행동실험을 보면, 원숭이가 먹이를 집을 때마다 우리 안의 다른 원숭이들에게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원숭이는 먹이를 포기하고 굶어 죽는 쪽을 택했다. 먹이를 얻어먹을 때마다 다른 원숭이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리자 실험 대상 원숭이는 12일 동안이나 먹기를 거부한 것이다.

뇌신경학자들은 최근에 발견된 거울 뉴런(mirror neuron), 즉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뇌는 마치 자신이 행동하는 것처럼 느낀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세포가 거울 뉴런 신경세포다. 아기가 다른 아기들이 우는 것을 보거나 듣게 되면 더 쉽게 운다거나, 슬픈 영화나 감동적인 영화를 보다가 옆 사람이 울면 자신도 저절로 울게 되는 경우와 같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거울처럼 반영한다고 해서 붙여진 거울 뉴런은 인간의 공감능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 중요한 발견이다. 인간의 뇌는 타인과 관계를 맺도록 무선으로 연결돼 있으며 이는 생존의 필수요건이다. 이 신경세포가 손상되거나 선천적으로 없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연민과 관심이 결여되어 있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이기적이거나 자기중심적으로 고착화되고 자폐증이나 소시오패스, 또는 극단적인 사이코패스로 나타난다.

공감의 부족은 진정한 인간관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EBS TV에서 매주 저녁 늦게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애견훈련사는 반려동물인 개의 이상행동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상상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개의 마음을 읽어 내고 공감함으로써 짧은 순간에 개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원래대로 바꾸어 놓는다. 양파의 생육실험도 같은 경우다. 두 개의 양파를 각각의 컵에 올려놓고 물을 주기 전에 한쪽의 양파에게는 따뜻한 말을 하고, 다른 쪽의 양파에게는 전혀 무관심한 채 물만 주었더니 좋은 말을 들은 양파는 싹을 틔우고 줄기가 곧게 자랐으나, 그렇지 않은 양파는 채 싹도 틔우지 않았다. 불과 2, 3주 만에 나타난 변화다. 인간이 개에게 보여준 공감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게 했지만, 식물이지만 양파에게 보여준 공감은 성장을 멈추고 시들게 한 것이다.

공감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식물에도 변함없이 작용한다. 인간과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공감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편안함과 행복의 물질적 풍요 속에 사람과의 정서적 관계를 회피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아파트는 점점 더 높아지고 수직의, 성장과 쟁취에 마천루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수평의 관계에서 맺어진 공감을 통한 배려와 겸손은 폐쇄적인 아파트 공간과 수직적 상승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어제오늘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부작용으로 이웃과는 담을 쌓고 자신의 벽이 더욱 공고히 세워진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성적지상주의에 빠져 미처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유치원과 학원에 몰아넣고 있다. 자녀에 대한 헌신을 이유로 다른 아이를 밟고 넘어야만 살아날 수 있다는 경쟁논리는 숨겨진 재능을 무시하고 다원화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었다. 인성이 설자리를 잃은 교육 앞에 공부 잘하는 아이만 우선함에 따라 개인의 가치가 소외되고 승자독식 사회로 변질되고 있다. 자타불이(自他不二)의 공감은 없고 특정 개인의 우수성이 지배하고 위치를 점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2017년 한 해도 지구촌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기쁘고, 분노하고, 슬프고, 환호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손바닥 안으로 들어와 버린 21세기는 타인의 아픔을 방관한 사회가 만연되고 있다. 기쁜 일이 타인에게는 분노가 되고, 즐거움이 슬픔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자신에 집착한 삶만이 최선이 될 수는 없다. 주변을 돌아보면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도움주다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은 개를 무한한 사랑으로 돌보는 사람, 홀몸으로 바다를 건너와 수년째 일하는 외국인과 그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현지인 가족,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병마와 죽음 앞에서 사랑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들은 더불어 사는 공감으로 한 생애를 끈덕지게 살고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역지즉개연(易地卽皆然), 새해는 “내가 만약 그러한 처지였으면 나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라는 내면의 마음이 확산되는 사회, 공감의 가치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성찰함으로써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평범해진 악(惡)이 판치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