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학교 앞에서 흰 장갑을 끼고 교통지킴이 활동을 하시던 양승진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세월호 생존자 양정원(19) 양이 고 양승진 교사의 묘비 앞에서 슬픔에 잠긴 채 남긴 말이다.
세월호 참사 3년 9개월 만에 단원고 순직교사 9명이 국립대전현충원(이하 대전현충원)에 안장, 영면에 들었다.
16일 대전현충원 현충관에서 故 양승진, 박융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등 9명의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에 대한 합동안장식이 진행됐다.
이날 안장식에는 김성욱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희생교사 유가족 대표와 유백형 고 양승진 교사 부인을 비롯한 유가족들과 양동영 단원고 교감, 경기도교육청 강영순 제1부교육감, 차근호 안전지원국장, 시민 등이 참석했다.
강영순 부교육감은 이날 추모사에서 “분필 대신 아이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셨을 선생님들이 그립다”며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희생이 우리나라의 교육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고인들의 안식과 명복을 기원한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어 권율정 대전현충원장은 “현충원의 순직공무원 묘역에 순직교사를 모시는 건 처음”이라며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살신성인하신 아홉 분의 명복을 빈다. 현충원은 성심을 다해 가꾸고 보살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9명의 교사는 참사 당시 탈출이 비교적 쉬운 5층에 머물렀으나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학생들이 있던 4층으로 내려가 구조에 나서다 자신들은 빠져나오지 못한 채 끝내 사망했다.
영결식 이후 아홉 유해는 앞서 지난해 11월 13일 안장된 고창석 교사의 오른쪽에 나란히 묻혔다. 순직교사인 고 남윤철 교사는 유가족의 요청으로 청주 성요셉공원에 안치됐다.
이들은 특별히 현충원의 안장 절차인 ‘예비목비(木碑)’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석비(石扉)안장’으로 진행됐다. 현충원은 “선생님들의 넋이 지난 3년 9개월 동안 각종 추모행사를 떠돌며 편히 잠들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영면에 드시라는 의미로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순직공무원묘역에 유해가 묻히기 시작하면서 유가족들은 참아 누르고 있던 눈물을 쏟아냈다. 고 이해봉 교사의 모친은 유해 위에 흙을 덮으며 “해봉아. 편히 쉬어”라며 아들의 이름을 수차례 외쳤다.
특히 안장식에 참석한 세월호 참사 생존자 양정원(22, 당시 단원고 2학년 3반) 씨는 “선생님이 학교 교문 앞에서 흰 장갑을 끼고 교통지킴이 활동을 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학기 초라서 선생님과의 추억이 많지 않아 더 그립고 보고싶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10명의 세월호 참사 순직교사는 ‘순직공무원’보다 높은 예우를 받는 ‘순직군경’으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