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숨] 대와 나눔의 보통명사 ‘유랑자’ 노란리본 아저씨 고 이명영 씨를 생각하며
[세상의 숨] 대와 나눔의 보통명사 ‘유랑자’ 노란리본 아저씨 고 이명영 씨를 생각하며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 - 세상의 숨 (1)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01.18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숨쉬는 4.16>이라는 기획물의 연재를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를 지나간 과거로 묻을 수 없었던 것은 슬픔과 고통, 그리고 분노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었다. 처음 계획은 2017년 4월16일, 3년 상이 끝날 때까지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 계획은 지난 달 까지 이어졌다.

이제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우리사회의 상처와 고통을 폭넓게 들여다보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보려고 한다. 지역 사회에서 벌어진 많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짚어봐야 할 이슈들을 살피며 세상을 보듬는 글을 써 나갈 것이다. 아픈 상처가 아물며 치유되기를 바라고, 또 많은 이들이 세상에서 편안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에서 타이틀은 “세상의 숨” 으로 바꾸었다.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정말요?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지난해 12월 30일은 대전의 세월호 노란리본 아저씨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유랑자 이명영 씨의 마지막 으능정이 노란 리본 나눔이 예정되어 있던 날이었습니다.

스토리밥 또한 세월호 관련 글쓰기로 3년 상을 치러오던 ‘숨쉬는 4.16’을 마무리하고 사회적 트라우마와 치유에 대해 새로운 글쓰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첫 시작이자 지역의 대표적인 세월호 활동가 유랑자 이명영씨와의 마지막 지면이 될 것 같습니다.

유랑자 이명영씨가 12월 28일 오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굿모닝 충청 12월 29일, 대전 ‘노란리본 아저씨’ 유랑자(이명영) 시민사회운동가 별세)

1월 한파가 극성을 부리던 주말이었습니다. ‘유랑자’ 故 이명영을 추모하며, 그의 유품인 세월호 피켓과 노란리본을 들고 으능정이에 섰습니다. 노란 리본을 가져가려던 청년 커플이 멈춰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합니다.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한동안 유랑자 이명영씨의 모습을 바라보다 갔습니다. 청년 커플의 가방엔 이미 노란리본이 달려 있었습니다.

주말 으능정이에 노란리본을 나눠주고 보니, 많은 리본이 눈에 들어옵니다. 2030 청년들은 대개 노란리본을 달고 있었습니다. 주황색에서 초록색까지 그라데이션 염색을 한 젊은이에게도, 얼굴에 여드름이 꽃처럼 올라와 수줍게 웃는 소년의 가방에도, 길바닥에 바짝 엎드려 도움을 구하는 허름한 아저씨의 가방에도 노란리본이 반짝이며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유랑자 故 이명영 씨께서 2015년부터 햇수로 3년 간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나눔을 해온 결과입니다. 거리엔 수많은 사람이 지나고,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노란 리본을 통해 ‘세월호의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눈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직도 잊고 있지 않고 희생자들을 기억하겠다’는 마음은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커져가고,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자’는 의지는 새로운 특조위를 향한 무언의 강한 압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마음과 의지를 거리의 ‘노란리본’ 속에서 확인하고 연대합니다.

누군가에겐 세월호이고, 나에겐 유랑자인 ‘노란리본’
그래서 노란리본은 누군가에겐 세월호이고, 또 누군가에겐 유랑자 이명영 씨입니다. 생전 이명영 씨는 ‘유가족의 아픔이 씻길 때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작가에게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가 3년 간 꾸준히 으능정이에서 노란리본을 나눈 것은 잊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의지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세월호의 아픔과 함께 하고 있다는 뜨거운 연대였습니다. 광화문에서, 제주에서, 팽목에서 또 대전에서 나누는 노란리본의 손길과 마음은 세월호를 통해 다친 우리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촉매가 됐습니다.

유랑자 故 이명영 씨는 사회적 트라우마와 아픔을 극복하는 힘이 곧 ‘연대’와 ‘나눔’임을 스스로 증명해 주었습니다. 세월호 노란리본 나눔을 비롯해 화요일 세월호 기억행동 ‘님들의 행진’, 참교육학부모회의 매월 16일 세월호 활동에 늘 참여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국민TV 노란리본 나눔에도 그가 있었습니다. 숨쉬는 4.16이 찾아가는 모든 세월호 기억활동에 그가 있었던 겁니다.  故 이명영씨는 15년 넘게 대전역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을 진행하기도 했고, 도솔산 지키기 천막 시위, 한남대 비정규직 시설노동자 집회 등 지역 사회의 사회적 약자와 정의로운 현장에 늘 서 있었습니다.

목수로 손재주가 남달라 주변인들의 ‘이것 고쳐달라 저것 고쳐달라’는 요구에 뚝딱 찾아가 고쳐주고 돌아오는 사람이었습니다.  ‘누구’와 ‘무엇’의 존재가 아니라 그저 뒤에서 그늘이 되어 주는 사람처럼 말이죠.
그래서인지 그의 비보가 전해지자, 그를 추모하는 많은 사람의 사연이 이어졌습다. ‘낮은 곳에 계신 분’, ‘언제 어디서나 뒤에 서 계셨던 분’,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했던 분’, ‘정파와 이념을 떠나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셨던 분’ 이셨다고, 그래서 더욱 슬프다는 비보들입니다.

우리는 모두의 유랑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유랑자 故 이명영 씨는 항상 트레이드마크처럼 가방에 <세월호 진실을 인양하라!>는 몸자보를 걸어 매고 다녔습니다. 그가 하늘로 유랑하던 날, 지인들은 처음으로 그의 허락없이 가방을 열어보았습니다. 세월호 우산, 세월호 노란 리본과 바구니, 세월호 깃발 피켓, 세월호 노란 리본 배지 그리고 물 한 통... 세상에 욕심 없었던, 가방 속이 온통 세월호 였던 사람임을 다시 한 번 알게 됩니다.

하나의 존재가 그것도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뙤약볕 아름드리나무 같았던 큰 사람이 떠난 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슬픔에서 멈춰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모두의 유랑자가 되어야 합니다. 당신의 희생에 아파한다는, 당신의 고통과 싸움에 함께하겠다는 노란 리본을 나눠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 손 내밀어야 합니다. 사회적 참사를 통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 그것이 대전 으능정이 노란리본 아저씨 유랑자의 연대와 나눔이 아닐까요?

“참 신기혀요. 매주 노란 리본을 나눠주는데... 나는 한 번도 길거리에 버려지거나 떨어져 있는 것을 못 봤어요. 어딘가엔 달았다는 거거나, 누군가에게 줬다는 얘기거든. 그래서 춥거나 덥거나 매주 거리에 나와 리본을 나눠주는 일이 전혀 힘들지 않아요.”     

-2017년 3월 故  이명영씨와의 인터뷰 중에서-

 

 

스토리밥의 <숨쉬는 4.16>이 <사회적 참사와 상처, 치유에 대한 글쓰기로 전환>하며 지면으로 인터뷰로 함께 했던 그를 떠올려 봅니다. 

노란리본 나눔에 함께한 청년 박정현
세월호 아이들과 함께 유람을 즐기고 있을 노란리본 아저씨에게....
유랑자님은 자기를 챙기기보다는 낮은 곳에 있는 분들을 먼저 챙기신, 천사같은 분이셨습니다.

세월호 활동으로 깊은 인연을 맺은 강영미
유랑자님은 세월호 아이들이 맺어준 귀한 인연이에요. 2014년 5월, 거리에서 처음 뵈었던 그때부터 항상 든든한 보디가드 역할을 해주시며 곁을 지켜주셨지요. (엄마들끼리 서명 받다가 위험한 일이라도 생길까 항상 동행하며 챙겨주셨던 당신... 아이들 얼굴에 햇볕이 드리우면 혹시라도 따가울까 그늘을 만들어주시던 나무같던 당신...) 다시 만날 날까지 저도 행복하게 살게요. 사랑합니다 유랑자님 

유랑자 이명영씨와 노란리본을 나누던 동지 곤해
미안합니다. 쉼없이 나르던 노란 리본과 많은 짐 그동안 더 많이 들어 드리지 못해서
고맙습니다. 숨어서 눈물만 몰래 훔치던 저에게 곁에서 함께 할 많은 용기를 주셔서
기억합니다. 그날의 아픔을 위해 헌신을 마다한 당신이 나누신 노란 리본의 약속을.

추신:‘연대와 나눔의 보통명사 유랑자’라는 말은 이명영 씨와 뜻을 함께 했던 이성우 님의 시 ‘실색(失色)’ 에서 빌려온 제목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