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이미 '판도라 상자'는 열렸다고 본다. 게임 끝이다. 그 사람보다 상황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MB 본인밖에 없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으로 한때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핵심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의 말이다. 그는 1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근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이 결정적 진술을 한 것을 두고, 함축된 분석을 내놓았다.
정 전 의원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검찰에 소환된다는 소식을 듣고 힘을 내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더 이상 아이들한테 부끄러운 아빠가 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답장 메시지가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 전 실장과 함께 소환돼 검찰수사를 받았던 나머지 2명은 모두 구속영장이 발부돼 현재 구속중인 상태다. 당연히 함께 구속됐어야 할 김 전 실장만이 유일하게 풀려났다. 예사롭지 않은 경우다.
정 전 의원은 바로 이 점에 포커스를 맞춰 전체적인 그림을 분석해냈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을 떠올린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게임을 살펴보자. 이 게임의 두 참여자 A와 B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용의자들이다. 이 용의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유일한 길은 용의자 중 한 사람이라도 자백을 하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만약 한 명이 자백하고 다른 한 명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자백한 용의자는 풀려나고, 다른 한 명은 무거운 벌을 받는다. 물론 이 두 용의자는 서로 격리되어 있어, 서로 상의할 수 없고, 각자 따로 결정해야만 한다. 이런 가운데 검사의 제안을 받은 용의자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를 연구하는 것이 바로 ‘죄인의 딜레마’다.
요컨대, 이런 딜레마에 빠진 김 전 실장이 모든 걸 털어놓는 선택을 했다는 설명이다. ‘플리바게닝(Plea Bargaing: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을 통한 면죄부가 주어진 셈이다.
결국, 김 전 부속실장의 진술로, MB를 둘러싼 말도 탈도 많았던 의혹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MB와 벌였던 팽팽한 게임도 사실상 끝이 났다는 이야기다. 즉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는 의미다.
MB가 전날 ‘골방 성명’을 통해 보수궤멸을 언급하며 보수진영에 SOS를 친 것은, 바로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현재 각종 의혹들에 관한 정리를 위해 마지막 퍼즐 맞추기에 들어갔고, MB를 포토라인에 세울 타이밍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