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의 영화읽기] 내 가족을 살리고자 적을 죽일 뿐…
[고광률의 영화읽기] 내 가족을 살리고자 적을 죽일 뿐…
10편 10색 - 영화, 생각을 지배하다 : 탑건 ②
  • 고광률 소설가
  • 승인 2018.01.20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제공격은 하지 않는다
‘탑건’은 인도양―태평양, 대서양이 아닌 인도양인 까닭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항모 위에서 전투기(F28)가 이착륙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전투를 다룬 영화답지 않게 시작부터 록큰롤 음악과 환상적 비주얼로 남성성과 오락적 성격을 가미하여 미화하고자 하는 폭력에 대한 에로티시즘이 강조됩니다. 살상에 대한 기존 부정적 인식의 프레임을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훈련 중에 적기가 출현하는데, 정체가 모호(아랍권 국가와 구소련의 이미지를 믹싱한 별 로고를 단 전투기)합니다. 상대가 먼저 싸움을 걸어온 것이 아니기에 싸우지 않고 대응 경고 비행만으로 적을 격퇴합니다. 이때 “적이 공격하기 전에 절대로 선제공격을 하지 마라”는 명령이 반복됩니다. 이 말은 의미 있는 말로 미국은 절대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미국이 정말 이런 나라인가요? 적대적 징후만으로도 공격할 수 있다는 예방전쟁(Preventive War)의 개념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아니던가요.

아무튼 이때 비행의 귀재이자 영웅인 매버릭(톰 크루즈)이 신기에 가까운 반전비행술로 베일에 가려진 적기(미그기)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촬영합니다.

적기에 대응 출동해 작전을 수행하던 쿠거는 가족사진을 보며 죽음에 대한 통제 불능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낍니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요. 전투가 어디 전쟁놀인가요. 쿠거의 두려움과 공포를 통해 매버릭과 미국의 청년들은 가족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수행한다는, 역설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해주는 것이지요.

매버릭(비행 파트너는 구스)이 착륙 직전에 명령을 어기고 스스로의 공포로 비행 곤란에 빠진 쿠거의 전투기를 도와 안전한 유도 착륙을 합니다. 우수한 애국적 청년 매버릭이 동료의 목숨을 위해서는 자신을 돌보지 않을뿐더러 명령마저도 어긴다는 것이지요. 즉 제도에 얽매이는, 융통성 없이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군인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즉 자유로운 반항적 군인이라는 것이지요. 진자 그런가요. 쿠거는 결국 귀환 후에 조종사 직을 사직합니다.
명령을 어긴 매버릭은 상관에게 불려갑니다. 상관이 그의 ‘화려한 경력’을 읊는데, 영창을 비롯한 각종 사고 경력들이 나열됩니다. 구질서와 체제에 대한 저항의지가 있는 젊은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유능한 반항아도 최고가 되어 국가에 충성하겠다고 말합니다. 매버릭의 캐릭터는 미국이 원하는 젊은 엘리트 상을 상징합니다. 그는 어쨌든 실력을 인정받아 5주 과정으로 이루어진 탑건 학교로 선발되어 보내집니다.

엘리트는 국가에 반항하지 않는다
자존감과 주체성과 자기주도성과 반항정신을 고루 갖춘 영웅 매버릭은 경주용 오토바이를 타고 속도감을 한껏 즐기며 탑건 학교에 입교합니다. 군인도 사적 개성과 자유를 얼마든 누릴 수 있고, 또 보장되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탑건 지휘관 마이크(해군 중령)는 2등은 없다면서 최고가 되라고 강조합니다. 최고는 결국 한 사람일 터이니, 서로 죽을 둥 살 둥 경쟁하라는 것이지요. 최고가 되면 최고의 영예인 탑건 교관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살벌한 경쟁의 장에서 매버릭은 라이벌을 만납니다. 이른바 대립구도를 통한 긴장과 갈등이 유발되지요. [아이스맨 & 슬라이더] : [매버릭 & 구스]의 구도입니다. 눈여겨 볼 것은 아이스맨은 상류계층 출신이고, 매버릭은 서민계층 출신인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장면이 바뀌고 술집에 여성들이 잔뜩 등장합니다. 다들 하나같이 늘씬하고 예쁜 여성인데, 마치 조종사들의 소유물로 준비되어 있는 양, 소유 가능하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깁니다. 왜냐하면 여성들이 모두 조종사들을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다가가 꼬시지 않아도 꼬심을 당하는 분위기지요. 해군 항공대 소속 조종사들은 예쁜 여자들에게 둘러싸이는데, 여성은 덤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게 합니다. 중세 시대 여성은 전리품의 개념으로 다루어졌는데, 이 영화가 그 짝입니다.

여기서 드디어 찰리(켈리 맥길리스)가 도도하고 당당하고 보이시한 매력을 풍기며 등장합니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페미니즘의 보수주의적 전유를 상징하는 여성상을 한껏 보여줍니다.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이상적 여성상이지요. 동료들끼리 꼬드기는 경쟁을 하고, 여자화장실까지 따라들어 와 질퍽거리는 매버릭에게 말합니다. “당신 우수한 조종사예요?”, “여기서 할래요?”
화끈하고 터프하지요. 정말 그런가요. 이 여자가 민간인 전문가(1급 비밀을 취급하는 천체물리학 박사) 찰리인데, 매버릭 등을 가르칠 교관입니다. 그러니까 학생이 교수를 성희롱한 셈입니다.

“여러분에게 만 피트 이하의 훈련은 없다”는 말로 훈련생의 기를 죽이고, 반전비행으로 찍은 미그기 사진을 빌미로 교관 찰리가 학생 매버릭에게 접근합니다. 아무튼 매버릭은 여전히 뛰어나고 매력적이며 위험한 조종삽니다.

이런 매버릭을 위험하게 생각하는 파트너 구스가 고백합니다. 우리 안전하게 비행하자, 난 가족이 있다. 이 당부를 들은 매버릭이, 넌 나의 유일한 가족이라며 그러겠다고 약속합니다.

한편, 학교에서 매버릭의 부친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던 바이퍼 교관을 만납니다. 매버릭 아버지의 죽음은 미스터리입니다.

여성은 영웅의 소유물?
매버릭은 계속 여자 교관 찰리를 꼬드깁니다. 물론 찰리는 퉁깁니다만, 실은 퉁긴 것이 아니기에 이미 끝난 게임입니다. 찰리를 그녀의 집에서 만나기로 한 매버릭은 시간을 확인하면서도 약속 시간을 넘겨가며 동료들과 배구 경기를 합니다. 여자와의 약속보다는 동료들과의 게임이 우선이기도 하고, 또 밀당의 일환이기도 한 것같습니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그의 스포츠맨십도 보여주고, 근육질의 건강미와 섹시미도 보여줍니다. 여자들이 안 좋아할 수가 없지요. 이 시간 찰리는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유약한 모습으로 매버릭을 기다립니다. 계속 시계를 보지요. 매버릭이 나타나자 자존심 상한 여자는 너에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네가 찍은 미그기 사진에 관심 있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이 시점에 미그기는 베일에 싸여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찍 소리를 한 여자는, 자신은 능력 있는 여자고 지금은 승진운동 중이기 때문에 여기 오래 안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원하는 건 항상 얻는 여자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뻗대면 뭐합니까. 이미 매버릭에게 안달이 났는데요.

그러나 매버릭은 찰리가 튼 음악(언 올드 프랜드)을 들으며 미스터리하게 전사한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F-4와 함께 증발한 아버지 이야기를 합니다. 잠시 둘 사이에 키스 직전 분위기까지 오가지만, 영웅 매버릭이 피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지요. 이렇게 되자 찰리가 말합니다. “복잡해지겠는데” ‘의역’하면, 관심 많다, 사랑한다 쯤 되는 말이지요.

이튿날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둘이 조우합니다. 여기서 찰리가 깨갱하지요. “아무나 집에 초대하지 않는다”라고요. 정말 안쓰러운 장면인데, 남자인 저도 비위가 상할 정도였답니다.

전투는 생각을 허락하지 않는다
조종사 가족들이 면회를 오는데, 전용비행기를 타고 옵니다. 미국이 엘리트 군인은 가족까지 깍듯이 모신다는 겁니다. 다시 가족의 중요성이 등장합니다. 할리우드 영화는 결코 대놓고 애국을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가족애를 앞세우지요. 충성은 곧 가족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것이지요.

아버지 듀크 미첼(매버릭 성이 미첼입니다)의 전우인 바이퍼 교관이 매버릭의 비행을 분석하며 잘못을 지적합니다. 찰리가 여기에 동의하지요. 그러자 매버릭이 그 지적을 강하게 반발합니다.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면 이미 늦는다” 판단보다는 감각적 대응, 즉 선제타격의 중요성을 말하는 대목이지요.

뛰쳐나간 매버릭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고, 찰리는 스포츠카로 뒤좇습니다. 그리고 따라잡아서는, 이런 멘트를 날립니다. 내 마음을 들킬까봐 네 편을 못 들었다, 조종 실력은 천재다. 당황스럽지만, 밀당이 매버릭 완승으로 끝난 겁니다. 이어 키스하고, 수순에 의거 섹스까지 하고 한 침대에 잠듭니다. 이튿날 아침이 더 가관입니다. 찰리가 늦잠에서 깨어보니 매버릭은 없습니다. 메모 남기고 떠났습니다. 우리네 남성 영웅이 늦잠에 빠질 만큼 어디 한가합니까?

다시 복합 다수의 공중전 훈련이 벌어지고, 교관 바이퍼까지 떠서 가담합니다. 자유분방하고 자신감 넘치는 매버릭이 엄호기 이탈로 인해 뒤쫓아 오는 제스터의 표적이 됩니다. 라이벌 아이스맨이 매버릭에게 말합니다. 너는 조종기술이 아닌, 태도가 문제야.

매버릭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구스와 면회 온 그의 아내와 같이 술집에서 즐깁니다. 이때 구스 아내(맥라이언: 당시 미국 남성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여성 아이콘입니다)가 매버릭에게 각별한 친밀감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남편의 비행 파트너이기 때문일 터인데, 어딘지 묘하기도 합니다. 구스와 매버릭은 죽이 잘 맞는 콤비입니다. ‘화려한 불꽃축제(Great Ball Rire)’라는 노래를 부를 때, 함께 있던 군인들이 하나둘 모두 가세하여 합창을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전우애로 이심전심이고, 그래서 생사고락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