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 구성은 올림픽 정신이고, 경기출전은 선수 개인의 전유물 아니다!"
"단일팀 구성은 올림픽 정신이고, 경기출전은 선수 개인의 전유물 아니다!"
- 올림픽은 세계 평화와 긴장 완화를 위해 태동한 축제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8.01.22 12: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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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IOC.IPC 등 올림픽 관련 국제기구에 ‘남북 단일팀 구성 반대’ 서한 발송 파문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나 의원의 경우 이미 서한에서 밝혔듯이, '올림픽의 정치 도구화'와 '북한 체제의 선전' '선수들의 기회 박탈' 등을 이유로 여전히 단일팀 구성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역사학자 전우용 씨가 군더더기 없는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정곡을 폐부 깊숙이 찌르는 훈계이자 냉철한 일갈이다. 정치,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특유의 간명한 촌철살인으로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바로 그 비판적 지식인 전우용 씨다.

전 씨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학도로서, 올림픽의 태동 배경과 올림픽이 지향하는 가치 등을 설명하며 자신의 견해를 명징하게 밝혔다.

<역사학자 전우용>

그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엔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1991년 여자 탁구 남북 단일팀 구성 때에는 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다만 지난 4년 간 올림픽 출전을 위해 땀 흘린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도주의적’ 취지를 표방했기에,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다"며 "그런데 신문에 '정치 논리에 오염된 올림픽 정신' 같은 제목의 기사가 나는 걸 보고는 ‘올림픽 정신’에 대한 저질 언론들의 의도적 오해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알다시피 제1회 근대올림픽은 1896년에 열렸습니다.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식민지 분할 경쟁이 치열하던 때"라며 "당시 쿠베르탱 등이 그리스 고대 올림픽을 재현하자고 제창한 것은, 국제 스포츠 경기가 전쟁으로 폭발할 경쟁 압력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올림픽이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이유로, 고대 그리스 캘린더가 4년에 한 달씩 윤달을 넣어야 하는 체계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본다"며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 한 달을 ‘신에게 바치는 달’로 삼아 ‘제전(祭典)’을 치르고, 그 기간 중에는 하던 전쟁도 중단했으며, 쿠베르탱 등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전쟁을 쉬는 것’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고대올림픽도 근대올림픽도, 근본정신은 ‘진짜 전쟁을 피하기 위해 가짜 전쟁을 하는 것’이었다"며 "근대 올림픽 초창기의 대표 종목은 승마, 수영, 크로스컨트리, 사격, 펜싱의 5종목으로 구성됐다"고 상기시켰다. 말하자면, 말 타고 가다가 물을 만나면 헤엄치고, 뭍에 올라서는 달리다가 적을 만나면 총을 쏘고, 총알이 떨어지면 칼로 싸우는 일련의 전투 과정을 스포츠화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는 올림픽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논리를 이어나갔다. 그는 "올림픽 경기에 나가는 걸 ‘출전(出戰)’이라고 하는 것만 봐도, 스포츠와 전쟁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림픽을 ‘평화의 제전’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평화로운 전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러니 올림픽은 국제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주장은, 평화협상은 국제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며 "올림픽 정신은 처음부터 ‘정치적’이었고, 국제정치를 빼고 ‘세계평화’를 논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이 긴장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IOC가 남북 단일팀 구성을 결정한 것은 올림픽 정신에 정확히 부합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자기 팀보다 세계대회 성적이 한참 떨어지는 주최국 팀에 출전권을 양보 당하고도 항의하지 않는 게,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세계 평화와 긴장 완화보다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게, 오히려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언젠가는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자비를 들여 올림픽에 참가하고, 승자의 영예와 상금을 전유(專有)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올림픽 정신’은 그런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는 "올림픽이 선수들만의 무대라면, 국가가 대표선수를 선발할 이유도, 메달 땄다고 포상할 이유도 없다"며 "정치가 완전히 배제된 올림픽을 원한다면, 먼저 올림픽 메달리스트 포상 반대 청원부터 하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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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기 2018-02-12 10:01:06
120% 동감합니다. 정말 합리적 핵심으로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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