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인] “봉주르 행정실장님, 글쓰기 알려주세요”
[굿모닝충청인] “봉주르 행정실장님, 글쓰기 알려주세요”
대전교육청 대표 글쟁이 박봉주 전 충남기계공고 행정실장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01.23 09: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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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인터뷰 전, 예상 질문지를 보내주시면 제가 정리해드릴게요”

글 쓰는 것은 기자의 일. 그런데 오히려 인터뷰 대상자가 글을 정리해주겠단다.
‘일이 조금 줄어들겠다’(?)는 생각도 잠시, 이유가 궁금해 졌다.
여러 뜻이 있겠지만, 인터뷰 대상자 역시 글을 쓰고 싶어 했다.
소개가 늦었다.

대전교육청 대표 글쟁이, 박봉주(59) 가람문학회 회장(시교육청 사무관)의 얘기다.

5권의 책, 두 편의 논문을 펴낼 정도로 지역 교육계에선 알아주는 글쟁이로 통한다. 오죽하면, 충남기계공고 행정실장 시절, 학생들에게 글쓰기 강연을 할 정도였다. 그의 별명 ‘봉주르’는 충남기계공고뿐만 아니라 지역 교육계에선 멀리 퍼진 예명이다.

인터뷰 내내 그는 A4용지에 글을 써가며 답했다.
그가 적은 메모에는 수십 년 간 글을 써온 자신 인생이 담겨져 있다. 그 메모를 엿봤다.

연애편지 대필로 쌓은 글쓰기 실력.
25년 전, 당시 충남교육청 시절, 박 회장은 유럽 6개국으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당시만 해도 공무원의 해외 연수가 대중화될 시기가 아니었다. 첫 해외연수에 눈이 휘둥그레진 박 회장은 대학노트에 여행기를 써놓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박 회장은 통근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에서 이도현 국어담당 장학사를 만났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박 회장은 이 장학사에게 여행기가 담긴 대학노트를 보여줬다. 그리고 해당 장학사는 이 말을 했다.

“대학노트에 잠들어 있을 글은 아니네요”

이 여행기는 한 권의 책이 됐다. 1996년 박 회장의 첫 책인 ‘작은 수첩으로 본 유럽여행기’가 세상에 나온 순간이었다.

이처럼 박 회장은 글쓰기에 문외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보충 수업 대신 학교 도서관에서 자습을 했다. 도서관에서 본 수많은 책들이 그의 자산이 됐다.

이 자산은 고교 때 빛을 발했다. 이유가 재밌다.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대필해줬단다.

지난 1997년, 수필집 ‘작은 수첩으로 본 유렵여행’에 대한 출판기념회 때 사회를 본 친구가 “내 연애편지로 박 회장의 필력이 올라갔다”는 농을 던졌다.

충남기계공고에 게재된 글귀

충남기계공고 학생 백일장 입상시킨, ‘봉주르 선생님’
이달부터 공로 연수에 들어간 박 회장의 전 근무지는 충남기계공고 행정실장이었다.
학교에선 그는 행정실장이 아닌 선생님이었다.

공고 학생들이다보니,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기회가 적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한밭시조백일장 참여를 권유했다.

박 회장은 “만약 기업에서 전기 분야 인재를 채용한다면, 우리 충남기계공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전기 자격증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학생들이 백일장에 입상한다면, 인문학적 경쟁력이 생긴다고 생각, 참여를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대상 한 명, 장원 두 명 등 총 70여명이 입상의 영광을 누렸다. 한 때 충남기계공고에는 ‘백일장 명문고’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취업 10계명의 플랜카드를 만들어 학교에 걸어놓았다. 반응이 뜨거웠다. 교사들의 호응 속에 취업 10계명 액자 30개를 추가 제작, 학교 곳곳에 게재했다.

이에 대한 강연도 했다. 처음엔 4개 반 강의를 각각 했지만, 소문의 힘은 막을 순 없었다. “우리 반도 해달라”는 요청 끝에 결국, 2~3개 반을 묶어 강의를 했다. 이런 박 회장은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백일장 명문학교 칭호가 저를 보람차게 만들었습니다. 또 취업 10계명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게 됐습니다”

“글 쓰는거요? 재밌자나요”
박 회장은 유머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이번에도 충남기계공고에서 행정실장으로 근무할 때가 계기가 됐다.

4년 전 첫 발령 당시, 학교 분위기는 삭막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기계를 다루는 교사나 학생들은 안전에 신경을 쓰다 보니, 거칠고 분위기가 딱딱했다.

박 회장은 “이 모습을 보고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웃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매주 화요일 아침조회에서 준비한 유머를 교사들에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변화가 생겼다.

한 교사가 같은 직업인 자신 부인에게 박 회장 유머를 얘기해줬다. 부인 역시 자신의 학교에서 유머를 전파했다. 충남기계공고 학생들도 당연 재밌어 했다. 학교 분위기가 변했다.

이런 재능을 살려 앞으로 그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특히 두 종류의 책을 내고 싶단다. 하나는 유머집이고, 다른 하나는 한자의 인문학이다.

가령 기계(機械)라는 단어를 갖고 인문학적 의미를 풀어주는 게 한자의 인문학이다.

“글쓰기 매력은 자기만족이고, 자아실현입니다. 어느 주제를 갖고 자료를 종합, 새로운 글을 만드는 게 희열을 느낍니다. 나도 배우고,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주는 게 즐겁습니다”

이제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박 회장은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업무적인 부분이야 젊은 직원들이 잘할 거라 믿습니다. 다만, 후배들도 저처럼 자기계발을 통해 역량을 개발, 재능 기부를 했으면 합니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 1984년 공직사회에 입문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작은 수첩으로 본 유럽여행’을 비롯해 시조집 ‘뜨락만한 여유’, ‘하늘동 신번지’, ‘꿈꾸는 삶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갈등’, ‘광화문 촛불’ 등이 있다.

1998년에는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지금은 가람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가람문학회는 가람 이병기 선생의 시조혁신운동을 기리고자 39년 전 창간한 시조 전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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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2018-09-14 16:24: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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