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 이복희 作
나는 오늘 사랑을 무통장으로 입금시켰다.
온라인으로 전산 처리되는 나의 사랑은
몇 자리의 숫자로 너의 통장에 찍힐 것이다.
오늘 날짜는 생략하기로 하자.
의뢰인이 나였고, 수취인이 너였다는 사실만 기억했으면 한다.
통장에 사랑이 무수히 송금되면
너는 전국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 인출하여 유용할 수 있고
너의 비밀 구좌에 다만 사랑을 적립하고
이 세상 어디에서도 우리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서는 사랑하지 말자.
오늘도 나는 은행으로 들어간다.
무통장 입금 증에 네 영혼의 계좌번호를 적어 넣고
내가 가진 얼마간의 사랑을 송금시킨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너에게 충족하지는 않겠지만 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오늘도 무통장 입금 시켰다. 다른 애비처럼 재산이나 명예를 남겨 줄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것을 너는 잘 알고 있을 줄 안다. 다 똑같은 애비들의 자식에 대한 욕심이 어찌 나와 너 뿐이겠느냐 만은 그래도 우리 사이엔 믿음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기쁘구나. 우리 사회에서 항상 내몰리는 그리고 툭 튀어 나온 사람보다는 있어도 없는 것처럼 사는, 평범한 사람으로 마음껏 자유를 누리면서 평화스런 삶을 살기를 바란다.
다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 세상 살아보니 욕심만큼 극과 극이 아닌 것이 없더구나. 다 내려놓고는 살 수는 없지만, 탐식이 제일 문제더구나. 결국 과식 때문에 세상은 서로 간 에 벽이 생기고 이런저런 구분이 계급처럼 생기는 구나. 적당하면 될 것을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못해 꾸역꾸역 넘기다 보니 세상이 온통 소화불량증에 걸리고 마는 구나. 모든 욕심을 하늘 통장에 입금시키고 살아라. 늘 부족한 듯 사는 게 우리의 삶이란다.
사랑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