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안희정의 글로벌 마인드와 충남도정
[노트북을 열며] 안희정의 글로벌 마인드와 충남도정
대선 경선 과정의 발언이 인권조례 폐지 부메랑…지켜야 할 자리에 있어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8.02.04 18:37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인권조례 폐지로까지 연결될 줄은 안희정 충남지사도 몰랐을 것이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자신의 말 한마디가 인권조례 폐지로까지 연결될 줄은 안희정 충남지사도 몰랐을 것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동성애 관련 질문에 “리버럴하다”며 인권조례 제정 과정에서 기독교계의 반발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 부메랑이 된 측면이 크다.

이를 접한 지역 기독교계는 강경 대응에 나섰고,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와 인권단체 등이 인권조례 지키기에 나서면서 충남은 수개월간 극한 충돌을 겪었다.

안 지사로선 개인의 소신을 밝힌 것이겠지만, 도정에 미칠 영향을 생각했더라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 바로 이점이다.

안 지사는 자신도 20년 전에는 성에 대한 고정화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안 지사가 지금처럼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추측컨대, 안 지사의 남다른 글로벌 마인드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셈을 해보진 않았지만 안 지사는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다.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도정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갈 때가 적지 않다.

특히 인권조례 폐지안을 놓고 찬반 단체 간 매일 성명전이 이어지고,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충돌이 벌어졌을 때에도 안 지사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이었다.

안 지사는 복귀 후 기자간담회에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는데, 그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왜 인권조례를 둘러싼 극한 충돌을 그런 식으로 해결할 생각은 안했는지 납득이 안 간다.

“갈등의 현장에 정작 안 지사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안 지사는 갈등의 과정 역시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라고 여기는 듯하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그 논의가 엉뚱한 곳으로 흐르거나 본질에서 벗어났을 경우에는 안 지사가 뒷짐 지고 있어선 안 된다.

안 지사가 스위스 출장 대신 도의회 양당 지도부와 머리를 맞대 절충안을 찾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인권조례 조문 중 논란이 큰 제8조(인권선언 이행)를 일부 손봤더라면 폐지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을 수도 있다. 어차피 자유한국당이 문제 삼은 것은 이 대목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의 반발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권도정 전체를 중단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중재안에도 자유한국당이 폐지를 강행했다면 더 큰 역풍이 있었을 것이다.

안 지사는 도의회 임시회가 끝나자 마자 다시 호주로 출장을 떠났다. 물론 그쪽의 초청에 응한 것이다. 안 지사는 잦은 해외 출장에 대해 송구하다면서도 대한민국 지방정부를 대표해 가는 것인 만큼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지사로서, 그런 초청이 있다 할지라도 “살펴야 할 도정 현안이 너무 많아 참석이 어렵다”며 정중히 거절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도민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와 박수를 받지 않았을까?

안 지사는 호주 현지에서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돌아올 것이다. 그것을 도정에 접목시키기 위해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안 지사의 글로벌 마인드와 도정의 현 주소 간 괴리감이 너무 크다면, 공직사회는 물론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공교롭게도 안 지사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당진에서 AI 의심축 신고가 접수됐다. 안 지사는 도 방역대책본부의 본부장이다. 또 다시 악몽이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리더는 때로 특별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존재다. 지금 안 지사가 있어야 할 자리는 도정이다.

남은 임기 4개월여 동안 ‘차기 유력 대권주자’가 아닌, ‘도지사 안희정’으로서만 바라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갑수님께 2018-02-05 23:09:05
인권에 양보가 있을 수 있을까요? 양보하는 순간 인권이 아닙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권 조례 양보 했다가 어떤 일이 벌어진 줄 아시나요. 지금 충남 인권 조례와 관련된 상황은 이런 겁니다. 성경(인권)은 인정하나 기독교(동성애)인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말이 안되죠. 말이 안되는 상황을 만든 것은 2000년 로마의 박해를 받던 자칭 예수의 제자들이 만든 상황입니다. 도지사의 탓이 아닙니다. 예수의 이름을 팔고 구약의 율법을 따르며 정치와 결탁한 목사들의 탓입니다. 본질을 곡해하지 말아 주세요.

유미 2018-02-04 23:18:40
김갑수 기자님 항상 기사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정에 힘써 더 큰 리더로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여러 사람의 조언으로 지사님도 받아들이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남은 기간 충남도지사로서 최선을 다해 임기마치셨으면 하구요.
다만 인권조례안 폐지 관련해서는... 선거를 맞아 특정 단체의 표를 받으려는 자유한국당의 속내가 뻔히 보이는지라 아쉽습니다.

갑수기자님 2018-02-04 22:25:33
도정에 충실해달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러나 안 지사의 잦은? 해외출장으로 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선 자유한국당과 그 일부 찬성자들의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변하는것 같군요. 자한당과 보수기독계에서 이를 선거용,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걸 안 지사가 있다한들 달라졌을까요? 저는 그렇지않다고 봅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