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서대전시민공원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서대전시민공원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02.09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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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2 제2회 대전칼국수축제D05_8724
거리응원 서대전광장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상당기간 소유권 문제로 법적 분쟁을 겪었던 문화동 서대전시민공원이 시민의 공간으로 영원히 남게 됐다. 지난달 대전시는 서대전시민공원 매입과 관련, 토지소유주가 법원의 화해조정을 받아들임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받았고 밝혔다.

서대전시민공원은 1976년 일반광장으로 지정된 후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를 즈음해 시민휴식공간으로 조성됐다. 전체면적 가운데 절반이 넘는 부지가 사유지여서 토지소유주와 공원사용에 관한 마찰을 겪었다. 법정다툼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는데 최근 법원의 조정 끝에 분쟁이 마무리 된 것이다.
 
광장의 열린 목소리
서대전시민공원은 공원이기도 하지만 광장의 성격을 갖고 있다. 광장의 특징은 개방성에 있다. 열려 있기 때문에 닫혀 있는 것들을 토해 놓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억압과 분노, 열망과 환희를 맘껏 풀어헤친다. 우리는 역사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광장을 기억한다. 1980년대 광장은 민주화운동을 향한 외침의 공간이었다. 2002년 월드컵을 거치는 동안에 광장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서대전시민공원도 광장의 기능을 톡톡히 담당했다.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쉼 없이 이루어져 왔고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벌어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이곳에 모였다. 낯선 사람과 함께 박수를 치며 응원을 했다. 대형 화면을 통해 나오는 경기장면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골을 넣는 장면을 보면서 열광하던 모습은 광장이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이곳에서는 6·10 민주항쟁 30년 대전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은 개회 선언을 시작으로 6월 민주항쟁 경과 보고, 1987 대전시민선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 펼쳐진 문화제에서는 마당극과 노래 등 다채로운 공연이 이뤄졌다.행사가 끝난 뒤 사람들은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옛 충남도청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이후에는 이곳에서 추모제를 지냈다.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작가들은 시를 낭송했고 음악인들은 노래를 했다. 수많은 시민들의 추모의 마음이 모아져 광장은 숙연하기까지 했다. 길을 가다가 행사장 안으로 들어와 함께 감정을 공유한 것도 광장이기에 가능했다.

대형 공연과 음악회도 자주 개최됐다. 먼 발치에서 유명 가수의 얼굴을 보려고 까치발을 들었던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무대 가까이 가기 위해 가이드 라인을 넘었다가 안전요원과 실랑이를 벌였던 추억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광장이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 넓은 광장은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일탈이 묵인되었다. 평소에 점잖던 이들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응원을 할 수 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잠시 감성의 늪에 빠져들 수도 있었다.

얽매여 있는 삶과 규칙적인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광장은 도시인들의 억압을 분출시킬 수 있는 하나의 용광로 역할을 해왔다. 공원으로 불리거나 광장으로 불려도 관계가 없다. 중요한 것은 많은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서대전광장 (1993년 모습)
서대전광장 (1998년모습)
서대전광장 (2002년)

축제와 쉼터로
서대전시민공원에서는 다양한 축제들이 펼쳐진다. 그중에 하나가 대전칼국수 축제다. 대전에 칼국수 식당이 많다는 것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에도 다양한 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자리와 함께 웰빙칼국수 경연대회, 엄마 손맛 칼국수 경연대회, 칼국수 골든벨, 칼군무 경연대회 등이 진행됐다.

또 통밀놀이터, 칼국수 페이스페인팅, 통빌박 터뜨리기, 나만의 칼국수 만들기 등 체험행사와 칼국수 무료시식, 전통칼국수 레시피, 초대가수 공연, 경품 추첨행사 등이 마련됐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땀을 흘려가며 칼국수를 먹는 장면도 서대전시민공원이라는 안성맞춤의 광장이 있어서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평소의 공원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과 인생의 노년기를 보내는 노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띤다.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발길이 뜸하지만, 따뜻한 봄날이 되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광장 곳곳에서 퍼진다. 삼삼오오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 노인들의 정담도 정겹다.

서대전광장 (응원모습)
서대전광장 (제1회 대전칼국수 축제)
서대전광장정월대보름 놀이 (1994년모습)
서대전야외공연장준공기념 음악회 (1995년)

가끔은 쓸쓸한 노년의 고독도 느껴지고 있어 공원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한다. 혼자 걷는 산책이 깊은 사유라고 한다면 지혜를 발견할 수 있어 즐겁다. 하지만 홀로남아 우울한 발걸음을 거니는 이들은 누군가의 동행을 기다리는 눈치다. 공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녀노소의 희노애락이 묻어나온다.

공원에 가면 우리는 오래된 이야기와 새롭게 시작되는 유년의 이야기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서대전 시민공원이 오랫동안 시민의 곁에 남아 있다면, 그곳은 이야기가 넘치는 스토리광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전 군부대가 자리 잡았던 시절을 기억하는 노인과 갓 걸음을 뗀 아이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 서대전시민공원은 과거와 미래가 함께 만날 수 있는 열린 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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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전네거리 2018-02-09 13:06:57
제발 세대전광장을 공원으로 놔둬라
무슨 정치집회, 무슨 종교행사, 어린이날행사, 자원봉사행사
거기다가 상하수도 시설도 없는 곳에서 어이없이 칼국수축제까지....
잔디가 견뎌내지를 못하고 죽는다.
제발 서대전광장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남겨둬라
저렇게 맨날 행사장소로 이용하려면
차라리 잔디 걷어내고 콘크리트로 포장을 해버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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