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개헌, 정치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길
[시사프리즘] 개헌, 정치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길
  • 강영환
  • 승인 2018.0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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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굿모닝충청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개헌이야기를 많이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을 당론화했고, 지방선거와의 동시실시를 모색하는 반면, 선명한 대여투쟁을 각오한 자유한국당 또한 시기를 문제 삼을 뿐 개헌자체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개헌론은 그간 정치적 국면돌파를 위해 많이 활용된 도구였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정치적 역경에서 연정구상과 함께 권력구조 개편의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개헌에 임기단축까지 포함된 결기가 있었으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참 나쁜 대통령' 한마디에 개헌논의는 끝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1년 개헌논의를 제안했으나 곧 흐지부지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개헌에 관심이 없었다. 국가적으로 할 일이 많은데 개헌은 모든 이슈를 빨아먹는 블랙홀이라는 이유를 말했지만, 지지율도 높았고 굳이 개헌으로 독점한 권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던 그는 태블릿PC 보도로 점화된 최순실정국이 시작된 그날 개헌을 국회에서 제안했다. 개헌논의는 그날밤 이후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을 약속했고 추진하고 있다. 권력을 쥔 다른 역대대통령과는 달리 문대통령은 지지율이 높음에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정신을 높이 산다. 그러나 ‘개헌을 왜 해야 하는가?’의 문제에선 살짝 비켜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역대 대통령시절 개헌논의의 핵심은 ‘대통령에 몰려있는 권력의 분산’이었다. 특히 ‘의회로의 분산’여부의 문제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정과 맞물려 권력분산을 수용했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권력분산을 반대했기에 개헌논의에 부정적이었다. 문대통령의 개헌에도 권력분산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의회가 아닌,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의 권력의 분산’에 방점이 있는 듯하다.

헌법은 곧 시대정신이다. 시대정신은 물처럼 흐르는 것이며, 따라서 헌법 또한 시대정신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해방 후 시대정신은 ‘건국’이었다. ‘잘 살아보세’의 시대정신을 탄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번의 개헌을 하며 18년간 집권을 했다.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지속된 군사독재에 지친 국민은 민주주의를 갈망했고,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뽑자는 ‘대통령직선제’가 시대정신이 되면서 치열한 반독재 투쟁 끝에 1987년, 5년 단임 대통령직선제 개헌에 성공했다.

오늘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지금은 세계10위권의 국가경쟁력을 지닌 세계 속의 한국, 그 위상에 맞는 틀을 새롭게 정비할 시기다.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민주주의의 틀을 다져야 하는 시기다. 국민은 선진화된 국가위상과 민주주의에 맞는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를 원한다.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역대 정부는 개혁을 외쳤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너나없이 개혁의 기치를 들고 기존 정권의 잘못을 들추어 사정의 칼날을 세우곤 했다. 부패한 권력층의 처벌을 감행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권력이 스스로 부정부패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우리에겐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후 평화롭게 여생을 보낸 전례가 없다. 민주주의를 위한 피의 투쟁 속에서 얻은 현행 헌법에서도 결국 한 분도 성한 분이 없다.

문제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현재의 정치제도에 있다. 삼권분립의 이름으로 의회와 사법부에 권력이 분산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 힘은 돌고 돌아 다시 대통령에게로 향한다. 권한과 책임이 집중된 만큼 대신 불평의 손가락질은 모두 대통령에게 몰린다.

우리는 권한과 책임에 아울러 모든 비난과 반대까지 가져가야 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헌법을 87년 이후 30년이 넘도록 갖고 있다. 이제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필요하다. 이는 대통령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제대로 일하게 하는 정치제도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우리가 싸워 획득한 대통령직선제의 정신은 반드시 지키되, 국민의 동의가 있다면 잘 하는 대통령은 한번 더할 수 있는 4년 중임제를 검토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이 임기동안 제대로 일하도록 책임과 권한을 시대변화와 국가규모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30년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국가 예산이 15.6조원에 불과하고 1인당 GDP가 3,300불이었을 당시에는 대통령 혼자서도 내치와 외치를 모두 감당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국가 예산이 429조원에, 1인당 GDP가 3만불에 이르는 현실이다.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안보비중과 통일염원이 크다.  따라서 국방, 통일, 외교, 국가정보 등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직접 권한을 행사하고 이는 정쟁에서 제외해야 한다. 반면 내치는 국회가 맡아야 한다. 국회가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지만, 그래도 경제,사회,복지,교육,문화 등 제반 분야에 걸쳐 국회와 정당이 책임과 권한을 갖고 국민의 직·간접적 심판을 받는 체제를 이젠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이 감당할 권한을 정해 주고 국회에서 내치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권력을 나누면 정치적 갈등 또한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개헌관련 많은 쟁점이 있다. 시대가 많이 흘렀기에 손볼 게 많다. 국토균형발전의 정신을 담아 지방으로 권력분산을 확대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국민기본권에 생명권과 안전권을 추가하는 문제, 국민발안권과 국민소환권 등 직접민주주의요소를 강화하는 문제, 선거구제 개편이나 권력기관 개편의 문제, 공무원의 노동3권 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 걸쳐 논의와 정치적 합의, 그리고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고 행정부를 감시하며 국민에 무한책임을 지는 대의민주주의체제 강화를 위한 개혁이어야 한다.

개헌은 개혁이다. 모든 과정의 중심엔 ‘절대권력으로부터 정치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정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권력분산형 정치체제로의 개헌’이 곧 우리의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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