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숨] 기억은 우리를 일깨워준다
[세상의 숨] 기억은 우리를 일깨워준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 - 세상의 숨 ②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02.23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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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종교, 인종 등 차별을 넘어 전 세계의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종반을 향하고 있다. 여느 올림픽과 다르지 않게, 역전과 감동의 드라마가 쏟아지고 선수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올림픽 자체를 자본과 국가주의의 강요로 보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안에서 하나의 인간이 끊임없이 땀 흘리며, 자신의 이상과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는 휴머니즘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
윤성빈 선수의 감동과 이상화 선수의 눈물, 김아랑 선수의 웃음을 많은 국민이 함께하는 가운데 이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있어 보인다.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 하는가 하면, 노란 리본을 모자에 달고 나온 김아랑 선수를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인터넷사이트 이용자는 “세월호 리본스티커를 붙인 김아랑 선수를 IOC에 제소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떤 정치인은 김아랑 선수를 두고 “대한민국 선수가 아니라 세월호 선수입니까?”라며 비난했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며 탄핵반대를 외쳤던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는 김아랑 선수의 노란 리본에 대해 “"오로지 4년 전 세월호 침몰에 대한 추모뿐 인가. 아니면 박근혜 정부의 책임도 함께 묻기 위함이냐"고 날을 세웠다. 세월호 노란리본을 붙이고 나온 선수를 향한 웃지 못할 오버들에 여러 관용구가 떠오른다. ‘꿈보다 해몽’인지, ‘도둑이 저린 제발’인지, ‘방구끼고 성내는’ 건지 모르겠다.

2014년 4월 16일 참담한 그 날의 기억은 모두에게 진한 상처다. 당시 누구와 있었고, 어떤 보도를 했는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자세히 기억할 것이다. 그만큼 참담한 생을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 전원구조의 오보와 조명탄을 터트리던 현장 보도, 사실과 다르던 구조현장, ‘살릴 수 있었는데 살리지 못한’ 국가의 책임으로 우리 국민 모두는 슬픔에 잠겼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함에 사람들은 노란 리본을 만들어 가슴에 달았다.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노란리본은 그렇게 상처와 상처의 사이를 움직였다. 눈물밖에 흘릴 수 없는, tv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미안함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노란리본의 상징
노란리본은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퍼져나갔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서, 광주에서, 제주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노란리본을 만들고 나눠주기 시작했다. 대전에서는 2015년부터 유랑자로 불리던 故 이명영 씨가 노란 리본 나눔활동을 2년 반 넘게 이어갔다. 국민TV대전지협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노란리본을 만들고 노란리본 나눔에 지원했다. ‘님들의 행진’팀은 지금도 매주 화요일 5시, 세월호 기억행동으로 노란리본을 나눠주고 있으며,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 또한 매월 16일 세월호를 기억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에게 노란리본은 어떤 의미인가? 처음에는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바라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우리 가족이었다면, 나의 친구였다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단 한 명이라도 살아오길 바라는 구원의 심정이었다. 그리고 세월호 노란 리본은 더 이상 사회적 참사로 생명을 잃지 말자는 우리의 다짐으로 발전했다. 사회적 재난과 참사 속에서 이를 예방하고 구조할 시스템을 공고히 하여,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2015년부터 노란리본을 나눠주던 유랑자 故 이명영 씨는 스토리밥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제 고향이 당진 바닷간데요. 어릴 적에 동네에 한 아이가 물에 빠져 죽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부모가 배에서 몇날 며칠을 꼬챙이로 바다를 휘젓고, 굿을 하며 아이의 시신을 찾으려고 하는거에요. 자식의 뼈 한 점, 머리카락 한 올 만져보려고, 그게 부모에요.”

다시 김아랑 선수의 노란리본을 돌아본다. 노란리본을 두고 ‘정치적’이니,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느니, ‘세월호 올림픽’이니 비난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2014년 4월 29일 평창에 방문한 ICO위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했는데 IOC위원 모두가 올림픽 정신을 위배한 것이냐고. 세월호 참사 1주기인 2015년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텍사스의 추신수 선수가 노란리본을 달고 나왔는데, 세계적인 메이저리그도 정치적인 것이냐고. 은퇴기자회견에서 노란리본을 달고 온 박지성 선수는 프리미어리그가 아니라 ‘세월호 리그’ 인 것이냐고. 노란리본에 정치적 색깔을 입히는 이들에게 노란리본은 대체 무슨 의미인 것인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란리본은 올림픽 정신과 같다. 더 이상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세월호 희생자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그 평화의 마음이다. 쿠베르텡은 정치와 이념, 인종 등의 차별을 넘어 모두가 하나 되고 ‘평화와 화해’를 의미하는 올림픽 정신을 말했다. 정치와 이념 등으로 차별하고, 가르는 이들이 오히려 올림픽 정신을 위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억은 오랫동안
전 세계 대형 참사 가운데 여전히 기억되고 있는 사고 중 하나는 힐스브로 참사다. 이 참사는 1989년 4월 15일 잉글랜드 셰필드에 있는 힐스브로 스타디움에서 발생한 96명의 축구팬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리버풀 FC와 노팅엄 포리스트 FC간의 FA컵 준결승전이 힐스브로 스타디움에서 열렸고, 이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25,000여명의 리버풀 팬들이 찾아왔는데,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이들이 몰려 킥오프 이후 96명이 압사했다. 이 사건 이후 영국의 모든 스타디움에는 기존의 입석 형태가 아닌 좌석 형태의 좌석을 갖추게 된다.

사고를 둘러싸고 논란은 계속 이어졌고 유가족들은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유가족들을 포기하지 않았고 많은 이들은 기억을 했다. 20년이 지난 2009년 12월 영국 정부는 새로운 독립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힐스브로 참사 재조사를 선언했다. 위원회는 사고관련 정보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무려 5만여 건의 정보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뒤늦게 정부는 사과를 했다. 거기까지 오는데 참으로 긴 세월이 지났다. 어느새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도 많은 이들이 참사를 기억하고 있다. 추모하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한다. 외국의 대형참사를 통해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번 주에는 세월호 선체를 바로 세우는 작업을 진행한다. 4월이면 4주기가. 쓰러진 배가 그때쯤 직립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이후에도 어떻게 선체를 활용할 지 고민은 계속 될 것이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세월호는 녹이 슬어 부식될 수 있지만, 우리의 기억은 부식될 수 없다. 노란리본을 둘러싼 논란은 소모적이다. 기억은 소중한 추모의 방식이기에 더욱 그렇다. 세월호의 기억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대하는 예의이자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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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0320 2018-03-13 17:55:20
정말 좋은 글입니다. 많이 배워가고 또 많이 울고 갑니다
작가님들 정말 좋은 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깨우치고 함께 공감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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