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바벨탑과 ‘지지지지(知止止止)’
[김선미의 세상읽기] 바벨탑과 ‘지지지지(知止止止)’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8.0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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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어떻게 저런 인물들까지 감히 대전시장직에 도전을?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검찰 내부의 성추행 폭로로 촉발된 ‘Me Too(나도 말한다)’움직임이 가히 폭발적이다. 그동안 몸과 영혼을 밑바닥부터 유린하는 성범죄 피해를 입고도 항의는커녕 ‘아랫입술을 깨물 뿐’이었던 피해자들이 비로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서 검사가 추악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검찰과 법무부의 고위직 검사였던, 지금은 민간인이 된 안태근,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해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여당에서 지금은 야당 국회의원이 된 최교일의 이름을 넘어 원로시인 고은, 연출가 이윤택, 긴급 체포돼 구속에 이른 현직 부장검사, 여전히 실명 노출은 금기시되고 있는 유력 인사들.

‘아랫 입술을 깨물 뿐’이었던 피해자들 반격에 나서다

검찰과 같은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집단은 물론 문단, 연극계 등 문화예술계, 대학, 학교, 정치계 등등…뉴스 보기가 겁날 만큼 날이면 날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수많은 ‘Me Too’들. 지난 달 말 시작된 ‘Me Too’ 운동은 설 연휴가 지나도 잦아들기는커녕 갈수록 온 나라를 집어삼킬 듯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가히 ‘성폭력 공화국’이라 칭한다 해도 반박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나 지금 떨고 있니?
탄탄대로를 걸으며 잘 나가던 고위직으로, 문단의 거목, 연극계의 대부로 추앙받던 이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공든탑이 한 순간 바벨탑처럼 무너지는, 인생 전체가 시궁창에 처박히는 처참한 모습에 지금쯤 모골이 송연해지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이제 와서 왜? 그까짓 거, 그 정도 갖고 뭘?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 가슴이라도 졸였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성폭력 공화국? 떨기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

설 연휴가 끝나면서 지역정가는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일제히 6·13 지방선거전에 돌입했다.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다양한 경력과 포부를 담은 긴긴 명단들. 6·13지선에 나서는 예비 후보자들은 저마다 전의를 불사르며 연휴 기간 동안 민심의 향방을 탐색하고 기선 잡기에 나섰다. 온갖 인간 군상들이 몰려드는 정치판, 그것도 피아 구분 없이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하는 선거판에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청정무구한 인물들만 모일 것이라고는 애초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저런 인물까지 ? 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위장술과 뻔뻔함이 호탕함과 대범함으로 가공되고 정치인의 유능함으로 포장되기 일쑤인 세태이기는 하지만 어떤 이들은 정말 혀를 차게 만든다.

대전시장 후보군만 놓고 봐도 그렇다. 본인들은 선별적 기억상실증에 걸렸거나 시장자리가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는지 몰라도 자신을 몰라도 그렇게 모를 수가 없다. 툭 하면 갑질에다 과거에 각종 비리, 비위, 이권 개입에 연루된 적이 있거나 지금도 의심을 받고 있고 무절제한 처신으로 입질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들도 눈에 띈다.

바벨탑 무너진 자리에 사회적 매장식을 강제 당하다

정가에 떠도는 속설 중에 선거에 나서려면 삼대가 깨끗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중 앞에 서는 순간 낱낱이 벌거벗겨질 터니 책잡힐 일이 있으면 일찌감치 그만 두라는 일종의 경고다.

지역감정과 진영 논리에 갇혀 오물덩이를 묻히고도 자리를 꿰차는 일이 다반사인 터에 삼대 운운 하는 것은 한낱 헛소리에 지나지 않게 됐지만 그럼에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삼대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후보자 자신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만한 구석은 없어야 한다. 부끄러운 치부가 능력을 능가할 수는 없다.

유권자들은 더 아무리 작은 과오라도 점점 더 눈 감아 주려 하지 않는다. 몇몇이 수군대다 결국에는 “우리가 남이가”라며 감싸던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 추문은 하루도 안 되는 시간에 지구를 몇 바퀴 돈다.

십 수 년 전의 사소함(?)이 당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지지지(知止止止)’는 그침을 알아 그칠 데 그친다는 말이다. 지지(知止)는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국문학자 정민은 『일침』에서 그침을 아는 지지(知止)도 중요하지만 이를 즉각 실행에 옮기는 지지(止止)가 더 중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만’ ‘한 번만’ ‘아무도 모르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 ‘설마’에 매몰되는 순간 추락을 면키 어렵다. “그칠 데를 알아서 그쳐야 할 때 그쳐라” 당신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긴, 당신도 잊은 십 수 년 전의 사소함(?)이 당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권력은 채 잡아보지도 못하고 숨겨왔던 치부만 다 낱낱이 드러나 망신당하기 전 무대에서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그나마 자신을 믿었던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미적거리다가는 추하게 추락하게 된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자, 권력을 잡으려는 자, 수십 년 쌓아온 명성과 덕망을 한 나절도 안 돼 다 까먹고 ‘인간 말종’이라는 돌팔매질 아래 사회적 매장식을 강제 당하고 있는 저들의 처연한 몰골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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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랑 2018-02-23 10:20:03
이니셜이라도 밝혀주셔야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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