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의사' 윤일송 원장 "남성 합창의 매력? 안해 본 사람은 모르죠!"
'노래하는 의사' 윤일송 원장 "남성 합창의 매력? 안해 본 사람은 모르죠!"
아리랑아버지합창단 단장 7년째... “고등학교 동창과 노래방서 의기투합해"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8.02.24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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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합창의 매력,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죠.” ‘노래하는 의사’ 윤일송 원장(60, 윤일송 치과의원)은 수십 명의 중년 남성들의 목소리가 한데 모여 내는 중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고 말한다.

대전 신탄진에서 30여 년 가까이 치과의사로 활동한 그는 대전 아마추어 남성 합창단인 ‘아리랑아버지합창단’의 단장으로 7년째 합창단을 이끌어오고 있다.

윤 원장을 첫 대면했을 때 ‘의사 가운보다 나비넥타이와 턱시도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적(?) 외모와 함께 남다른 이력을 소유하고 있는 윤일송 원장과 대화를 나눠봤다.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노래하는 의사, 타이틀이 참 매력적입니다.

“사실 그렇게 불리기에는 실력이 턱없이 모라란 것 같아 쑥스럽네요(웃음). 합창단의 단장이지만 아시다시피 아리랑아버지합창단은 아마추어 합창단입니다. 살아오면서 노래와 친숙한 40·50대 아버지들이 모인 셈이죠.”

윤일송 원장의 성장기는 ‘노래하는 의사’만큼이나 독특하다. 윤 원장은 대전중앙초등학교와 대전동중학교, 서대전고까지 대전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진로는 의대도, 음대도 아닌 육군사관학교였다.

“제가 대학을 들어갈 당시 군사독재 시절이어서 ‘군인이 되면 성공하겠구나’라는 막연한 생각에 (육군사관학교를) 입학하게 됐어요. 하지만 꼬박 3년을 모두 채운 육사 마지막 학기에 군인이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졸업을 코앞에 두고 육사를 그만 둔 윤 원장이 선택한 곳은 원광대 치과대학이었다.

“어딘가 구속되는 것이 저한테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치대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죠.”

노래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노래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삶을 노래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삶에서 노래는 빼놓을 수 없었죠.”

윤 원장은 “사실 학창시절부터 친구들과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이 취미였어요. 육사에 다니던 때도 축제 때 친구와 함께 무대에 선 적도 있죠. 그때 불렀던 노래가 홍삼트리오의 ‘기도’였어요.”

그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릴 만큼 감수성도 풍부했다. 윤 원장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보면서 내 안에 예술적 감수성이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편제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세 명이 길게 이어진 길을 걸으며 아리랑을 부르죠. 슬픈 일을 겪은 후라 단조로 노래를 부르다 한순간 노래에 심취해 장조로 바뀌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 떨어지더군요. 그때 느꼈죠. 내가 노래로 감동을 받는 사람이라는 걸...”

아리랑아버지합창단 활동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윤일송 원장은 아리랑아버지합창단의 창단멤버로서 지난 2012년 1월부터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리랑아버지합창단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 윤 원장은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갔는데, 서로 노래 잘부른다며 칭찬을 주고받았고, 그러던 중 합창단 활동을 해보자고 입을 모았죠. 이것이 처음 합창단을 접하게 된 계기에요”라고 추억했다.

그는 “아리랑아버지합창단은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연습합니다. 처음 한 달여를 꼬박 다녀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구요. 함께 들어간 친구와 일주일 텀을 두고 탈퇴하자고 의기투합하고, 친구가 먼저 탈퇴를 했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일주일 뒤 탈퇴하겠다고 말을 하려는데, 단원들이 저를 부단장으로 추대를 하더군요. 저를 믿고 직책을 줬는데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한마디로 코가 꿴 셈이죠(웃음).”

어쩔 수 없이 합창단 활동을 해오고 계신다는 말씀인가요?

“시작이 참 아이러니했던 것뿐이지, 지금은 제 인생의 일부에요. 아 부단장이었던 제가 단장이 된 계기도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그가 단장을 맡게 된 이유도 꽤 재미있다. 윤 원장은 “나를 단장으로 만들어 준 사람은 합창단 정기연주회 팸플릿을 만들어주는 업체 사장님”이라고 회상했다.

“2012년도 창단 기념 연주회를 개최할 때 공연 팸플릿을 만들어주신 업체 사장님이 저에게 전화를 주셨어요. ‘팸플릿에 단장 인사말을 넣으려 하는데, 부단장이라고 쓰려니 면이 안 서는 것 같다. 단장으로 쓰자’라고 제안했고,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러자고 말씀드렸죠.”

“그렇게 첫 번째 연주회를 무사히 마친 뒤 단원들이 저를 단장님이라고 부르더라구요. 그래서 ‘난 부단장이다. 단장이라고 불러주시려면 단원 분들이 정식으로 임명해줘야 하지 않겠냐’며 우스겟소리를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바로 저를 단장으로 만들어주셨어요.”

팸플릿 사장님께 감사드려야겠네요(웃음). 윈터페스티벌 공연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대전 예술의전당으로부터 윈터페스티벌에 저희 아리랑아버지합창단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선택을 받았죠. 아마추어 예술인으로서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에요. 예술의전당 무대는 아무나 설 수 없는 곳이니까요. 저희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거죠.”

아리랑아버지합창단은 지난 21일부터 오는 25일까지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축제’ 윈터페스티벌(주제:설렘)의 피날레 공연을 맡았다.

윤 원장은 “합창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합창단으로서 관람해주시는 시민 여러분들에게 재미 또한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했다”고 전했다.

아리랑아버지합창단의 연주회는 확실히 색다르다. 모든 연주회의 첫 노래는 ‘아리랑’으로 시작한다. 윤일송 원장은 대열의 앞 줄 중앙에 서서 아리랑이 끝남과 함께 단장 인사말을 전하는데, 그는 “평범한 인사는 관객도, 저도 지루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마술”이라고 말했다.

“정기연주회마다 직접 마술을 준비해요. 독특한 인상을 심어주고 찾아주신 모든 분들이 함께 즐거워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이번 윈터페스티벌 공연도 참신한 무대로 준비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함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아리랑아버지합창단의 공연은 25일 오후 5시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되며, 입장료는 1000원이다.

마지막으로 굿모닝충청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단한 것 없는 저를 인터뷰해주셔서 부끄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네요. 조명해주신 김에 저희 합창단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 합니다.”

“아리랑아버지합창단은 올해로 7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현재 단원은 40명 정도이고 해마다 2월에서 3월 사이 진행되는 오디션에 7~8명이 저희 합창단을 찾아주고 있어요. 남성합창단의 매력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멋과 중후함이 있습니다.”

“오디션에 대한 부담은 떨쳐버리세요. 파트를 구분하기 위한 테스트일 뿐입니다. 오시는 분들은 모두가 ‘합격’이거든요(웃음). 또 저희 합창단은 자랑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전통이 있습니다. 단원의 자녀 결혼식에 아버지들이 모여 축가들 부르는 전통입니다.”

“자식의 결혼에 아버지가 축하의 노래를 불러주는 것에 모두가 감동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러한 감동을 공유하길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윤일송 원장은 자신은 아주 평범하다고 이야기한다. 보통 사람들처럼 그저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가끔 무대에 서는 것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내내 ‘예술적 재능까지 갖춘, 질투나는 의사’라는 생각이 자리했다. 노래뿐만 아니라 그는 60세 가까이 살면서 수백 편의 시를 쓴 ‘작가’기도 하다.

의사로서의 삶, 예술가로서의 삶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윤일송 원장은 부러움과 질투를 넘어 ‘멋있는 중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일송 원장의 시 한편을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삭혀내기> 윤일송 作

삭혀낸다는 건

기쁨과 슬픔에

웃음과 눈물을 뿌려서

콩콩 뛰는 가슴에 담아

함께 버무려 내는 것

삭혀낸다는 것은

사랑과 갈등의 마음도

빛과 어둠을 섞어서

희고 검은 눈동자에 모아

하나로 뭉뚱거리는 것

삭혀낸다는 것은

지난 일이나 오는 일이나

후회나 기대를 줄여서

두 손 두 발에 앉고 얹져

성큼성큼 건너가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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