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저는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고 했지, 미투가 공작이라고 한 적이 없다”는 방송인 김어준 씨의 해명에도 불구, 그런 발언 자체가 ‘음모론’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는 반박이 제기되고 있다.
공작 개연성을 스치듯 내뱉은 것처럼, 대수롭지 않은 듯이 쿨하게 해명하고는 있다지만, 발언의 전후 문맥을 짚어볼 때, 그가 나름대로 준비한 메시지를 공중에 전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작심하고 표출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아니면 말고’식 코미디 발언은 결코 아니라는 반론이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씨는 26일 “그런 식의 ‘예언’이 받아들여진다면, 피해자들은 자신의 고발이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는 행위가 아닐지 자기검열을 해야 할 것이고, 공작의 결과로 낙인 찍혀 신상털이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미투 운동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은 뒤로 사라지고 정권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먼저 계산하는 정치적 셈법만이 남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투 운동을 정파적 이해의 관점에서 해석, 피해자들의 고발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며 ‘음로론’을 끄집어냈다.
그는 “음모론에는 크게 두 가지의 유형이 있다”며 “첫째는 권력이 자신의 지배 목적을 달성하려고 거짓 음모론을 만들어 사람들을 속이는 경우”라고 말한 뒤, ▲유대인들이 세계를 지배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던 나치의 주장, ▲“우물에 조선인이 독을 넣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관동대학살, ▲우리 현대사에서 독재정권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조작사건들을 사례로 들었다.
이어서 “또 하나는 자신들의 잘못을 성찰하지 않고 그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음모론”이라며 “굳이 진영의 잣대를 들이대며 우리 진영의 잘못은 상대의 음모에 의한 것이라 주장, 자기 편의 책임을 모면한다”고 설명한 다음, “미투 운동을 음모론과 연결시키는 행위가 그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는 “이는 상대방은 ‘절대악’이고, 자신들은 ‘절대선’이라는 극단적 이분법의 해악을 낳게 된다”며 “그러니 자기 진영에 대한 성찰 같은 것은 필요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음모론이 횡행하는 사회는 이성이 작동하지 못하는 곳으로, 이성이 이끌어야 할 공론의 장은 만들어지지 못한 채 무책임한 예언과 자극적인 선동이 난무한다”며 “그리고 거짓으로 판명되어도 그것조차 진실이라고 숭배하는 다중들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고 퍼부었다.
그러면서 “이성이 작동하는 사회라면 성폭력 피해자들 앞에 두고 ‘공작의 예언’을 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힘들었냐며 손잡아주는 것이 순서”라며 “그것이 우리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