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 지저분한 법정싸움 시작
충남교육 지저분한 법정싸움 시작
사회팀장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3.06.30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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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있었던 충남교육청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사건과 관련한 증인신문에서 김종성 교육감 변호인 측이 문제 유출 대가로 돈을 걷은 노모 장학사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3000만원을 받으면 1000만원정도는 개인적으로 쓸 수도 있는데 왜 모두 보관책에게 모두 가져다 줬습니까?” 이에 노 장학사는 “나는 인생 그렇게 살지 않았습니다. 비록 죄를 지어 이 자리(법원)에 있지만…”이라며 변호인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어떤 의도의 질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그도 적지 않은 다른 이들도 황당해했다. 하지만 대답은 ‘걸작’이었다. 다섯 시간 넘게 계속되는 신문에 지루해있던 방청석이 순간 웅성댔다. 일부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틀어막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노 장학사에게 있어서는 인생에 찾아온 단 한 번의 실수였을까? 아니면 죄를 아직도 인식하지 못는 것일까?

연초 충남교육 중심부에서 터진 메가톤급 폭탄의 열풍이 사그라지는가 싶더니 시꺼먼 분진이 쏟아지기 시작됐다. 한때 은사이자 고향과 학교 선후배, 직장 동료 사이였던 이들이 이번 장학사 비리 사건과 관련해 지루하고 지저분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증인 신문현장에는 검찰 외에도 김종성 교육감과 변호인이 참석해 함께 신문을 벌이고 있다.

17일과 24일, 25일 3일에 걸쳐 5명의 관련자들이 증인석에 섰는데 이들 대부분은 사건에 직접 개입한 혐
의로 구속 수감된 선생님과 장학사들이다. 장학사들이 지난 2월부터 구속되기 시작했으니 일부 장학사의 수감기간은 4개월이 넘었다. 지난 3월 6일 구속된 김 교육감도 100일 넘게 감방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줄곧 같은 주장을 해오고 있다. 물론 한쪽은 “다른 한쪽이 시켜서 어쩔수 없이 한 일”, 다른 한쪽은 “나 모르게 지들이 알아서 하고 중상모략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수감생활을 하면서 별다른 심경의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좀 더 치밀한 진술을 바탕으로 기존 입장을 굳혀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해는 간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상대방에게 죄를 뒤집어씌울수록 자신의 죄는 가벼워질 것이라는 안팎의 조언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시소게임이라고 하나보다.

장학사들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김 교육감이 모든 것을 지시해 심복인 김모 장학사가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여럿을 끌어들였고, 이들은 인사상의 불이익 등을 고려해 잘못인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응시자들로부터 받은 검은 돈도 김 교육감의 것인 만큼 자신들은 큰 잘못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김 교육감의 얘기는 완전히 다르다. 그에 따르면 김 장학사가 자신의 이름을 팔아 모든 일을 꾸민 뒤 자신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증인석에 나온 장학사들의 진술은 애초 수사기관에서 했던 것과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다. 그렇다고 김 교육감이 시키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동료를 보호하기 위한 허위 또는 소극적 진술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 따른다. 이렇게 진술이 바뀔 때마다 김 교육감 변호인 측은 “왜 말이 달라졌느냐, 그때도 지금도 모두 꾸며대는 것아니냐”며 반 윽박지르기에 바쁘다. 그렇게 해서라도 증인들의 진술에 조금이라도 신뢰성을 떨어트려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재판이 계속될수록 이들의 싸움은 더 깊은 진흙탕 속 혈투로 갈 것이 뻔하다. 설령 마지막에 누군가는 진흙탕 속에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진흙을 뒤집어쓰고 누군가 앞에 다시 나타나 “난 인생 그렇게 살지 않았다”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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