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기자의 눈] 부자(富者)와 부자(父子)
    [시민기자의 눈] 부자(富者)와 부자(父子)
    • 홍경석
    • 승인 2018.03.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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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집들이’는 이사해 새로운 집으로 옮겨 들어감을 뜻한다. 또 이사한 후에 이웃과 친지를 불러 집을 구경시키고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나타낸다. 외국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집들이를 중시했다.

    집들이를 하는 경우, 손님으로 가는 사람은 선물을 마련했다. 여유가 돼 큰 선물을 하면 좋겠지만 하다못해 휴지세트 내지 음료를 들고 가도 흉은 되지 않았다. 반면 손님을 초대한 집 주인의 입장에선 맛난 음식을 준비했다.

    이 또한 넉넉하다면 출장뷔페 따위의 식단으로 서비스하는 방법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꽤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요구하기에 식당으로 손님을 모시는 사례가 작금의 트렌드이지 싶다. 곧 맞이할 아들의 집들이가 우리 가족 최대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아직 결혼도 아니 한 총각의 신분임에도 스스로 장만한 신규분양 아파트로의 입주에 이은 집들이다. 때문에 지난 설에 집에 온 아들에게 아내는 평소보다 두 배는 족히 칭찬했다. 반면 입때껏 구질구질 못 살며 쪼들리는 생활고의 나는 그런 아들과는 사뭇 반하게 비교당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물론 이는 스스로 느끼는 열등감이자 자격지심이다. 그렇긴 하되 아들의 집들이를 앞두니 새삼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새삼 곱씹게 된다. 가족이란 부모, 부부, 자식이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공동체 집단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남보다 못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없지 않음을 왕왕 발견할 수 있다. 부모의 유산을 둘러싼 다툼과 심지어는 법적공방까지 가는 사례도 없지 않다. 예컨대 이익 앞에서는 한 치의 양보조차 없는 극한대결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부모가 가지고 있는 재산에는 관심이 지대한 반면 정작 부모의 삶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즈음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재산 내지 유산이라곤 쥐뿔도 없다. 되레 손이나 안 벌리면 차라리 다행일 정도다.

    고로 향후라도 유산을 둘러싼 아이들의 반목은 있을 수 없다. 그렇긴 하더라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는 것은 참 어려운 관계임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란 자식에게 부담을 지워선 안 되겠기에 언제나 아프지도 말아야 하는 때문이다.

    아울러 받기보다 마냥 주기만 하는 존재로 우뚝해야만 이담에 손자와 손녀들도 자주 찾아올 것이 틀림없다. 어쨌든 아들의 집들이가 조만간 치러진다. 미리 예약한 열차표를 들여다본다.

    아들의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올 생각에 아내는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그날 집들이 선물로는 과연 무엇이 좋을까…이런 고민 아닌 고민의 뒤로 지난날 내가 결혼한 후 최초로 집들이를 했던 천안 원성동의 반 지하 월세방이 기억의 언저리에 포개진다.

    작수성례로 치른 결혼식이었으되 가정이라는 둥지까지 꾸린 마당에 친구들을 아니 부를 수 없었다. 친구들은 화장지와 비누 따위들을 들고 와서 축하해 줬다. “부자 되거라~” 그게 벌써 40년 가까이 흐른 세월이건만 난 입때껏 부자(富者)가 될 수 없었다.

    다만 부자유친(父子有親) 마인드에도 철저한 효자 아들을 둔 부자(父子)라면 또 몰라도. 새삼 집들이를 앞둔 아들이 실로 대견하다. 우리나라에서 주요 대기업의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은 불과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깜냥이 출중해 그 범주에 속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자린고비 습관의 견지로서 마침내 스스로 내 집 마련에까지 성공한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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