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이게 실화냐? 안희정의 몰락
[김선미의 세상읽기]이게 실화냐? 안희정의 몰락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8.03.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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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공개 사과·지사직 사퇴 면죄부 아니다, 당장 수사 나서야

이게 실화냐?

늦은 시간 휴대폰이 연속적으로 울려댔다. 그와 아무런 개인적 인연이 없는 지인은 TV 뉴스를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입니다. 모두 다 제 잘못입니다. 오늘부로 도지사 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습니다.… 안희정 올림”

개인적 인연 없는 지인도 한탄, 극단적 선택 우려까지

5일 JTBC 뉴스룸을 통해 8개월간 자신의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 했다는 폭로가 나온 뒤 연락두절이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다수가 잠들었을 한밤중,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공개 사과와 지사직 사퇴를 밝혔다.

뉴스를 보았느냐는 지인들의 전화에 뒤늦게 뉴스를 검색하고 피해자 김지은 씨의 인터뷰를 확인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너무 황당하고 허탈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런 느낌과 생각을 가진 이는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당장 수장을 잃게 된 충남도청은 물론 지지자들을 집단 멘붕에 빠지게 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너야 하는, 매사가 살얼음판인 대권을 꿈꾸는 유력 정당의 차기 주자가 ‘성폭행’이라니 너무도 비현실적 상황이다. 그것도 자신의 수행비서를 말이다. 아무리 한 순간, 욕정에 눈이 멀었다 해도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한 번이라고 해서 변명이나 용서가 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집권 여당의 차기 유력 대권 주자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단 한 번 우발적이었다면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실수’라고 최소한의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길지 않은 기간에 4차례나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것은 상습범이라는 얘기다.

더 충격적인 것은 피해자가 폭로를 결심하게 된 ‘Me Too(나도 피해자)’ 운동이 들불처럼 번진 와중에 ‘Me Too’ 얘기를 하며 사과한 날에도 그 끔찍한 짓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왜 그랬냐고? 무슨 생각으로 그랬냐고? 정말 그의 정신상태가 궁금하다. 그는 치료가 어렵다는 성중독자이거나 성도착증 환자인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지도 모르지만 차라리 이쪽이 낫겠다 싶다. 허탈과 배신과 분노로 몸서리를 치는 대신 치료가 필요한, 아픈 사람으로 치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그의 정신상태가 궁금하다

<굿모닝 충청>에 처음 게재한 칼럼이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비록 패했지만 단박에 전국적 정치인으로 부각된 안희정 지사에 관한 『안희정의 가지 않은 길, 안희정의 미래』였다.

“어떤 길을 가든 아직은 미완의 길이다. 비록 차차기 대선을 위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는 하나 오늘을 점치기도 어려운 변화무쌍한 현실정치 세계에서 차차기까지는 너무 멀고 수많은 변수가 잠복해 있다.…단 시간 내에 여러 이슈를 만들어내며 단숨에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안희정의 성과이다. 이는 안희정 개인을 넘어 지역의 정치적 자산이기도 하다.”

칼럼 중 일부이다. 그 ‘미완의 길’과 ‘정치적 변수’가 성폭행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

단숨에 이뤄낸 전국적 입지를 성폭행으로 말아먹다니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벌거벗은 마하>와 <옷 입은 마하>로 잘 알려진 스페인의 궁정화가 고야는 온갖 추하고 기괴한 악마와 괴물들이 등장하는 <카프리초스> 판화집에 이 같은 부제를 붙였다.

무엇이 명민하다고 여겨진 그의 이성을 그토록 마비시켰을까?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그렇듯 통제되지 않은 무소불위의 권력에의 도취와 자기중심적 사고가 결국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김지은 씨의 인터뷰 중 성폭행 폭로도 끔찍하지만 더 경악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다.

김 씨는 얼굴과 실명을 드러낸 후 쏟아질 2차 피해 등 인터뷰 후 닥쳐올 수많은 변화도 두렵지만 더 두려운 것은 안 지사라고 했다. 도대체 평소 “노오” 라고 말할 수 없는 힘없는 비서에게 얼마나 무자비하게 힘을 휘둘렀기에 두려움에 떨며 자신이 없어질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게 됐을까.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몰락의 여러 조짐들

안 지사는 어쭙잖고 구차한 변명이나 법적 대응 운운하며 교언영색으로 여론을 호도하려 하지 않고 그나마 비교적 빨리 수용적 태도를 보이며 공개 사과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지은 씨는 인터뷰에서 자신 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 성폭행 폭로 이후 실제 충남도청 주변에서는 피해자가 3명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당연히 즉각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

안 지사를 둘러싼 비이성적 조짐과 소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24시간 대기하며 밀착 수행해야 하는 수행비서를 여성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한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모두 묻혔다. 그리고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 폭발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수직 추락, 집권 여당의 유력 대권 주자 안희정 몰락의 서곡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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