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본 안희정 "믿고 지지했는데… 끝까지 비겁"
대학생이 본 안희정 "믿고 지지했는데… 끝까지 비겁"
5일 성폭행 언론보도 이후 대학생들 반응, 충격과 함께 참담함과 배신감 전해
  • 이종현 기자
  • 승인 2018.03.09 10:3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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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 사건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아르바이트와 정책기자단 활동을 통해 안 전 지사를 만나본 대학생들의 인식 변화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남도 제공)

[굿모닝충청 내포=이종현 수습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등 성폭행 의혹 사건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아르바이트와 정책기자단 활동을 통해 안 전 지사를 만나본 대학생들의 인식 변화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굿모닝충청>은 지난 8일 대학생 4명과의 통화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그들이 느꼈던 안 전 지사는 "식사자리에서도 불편함 없이 청년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열린 정치인"이었다.

도 대학생 정책기자단으로 활동했던 황 모 씨는 “중심이 잘 잡힌 차세대 리더였다”며 “자기 행실을 똑바로 하면서도 대의명분, 실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 나라를 이끌어 간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 모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청년의 눈으로 도의 정책을 바라보고, 대선 후보로 나온다면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말끔한 외모 덕분에 충남의 엑소라고 불려 질 정도로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았고, 나 또한 그의 지지자였다”고 말했다.

노 모 씨도 “대학생들과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고 조언해주는 모습은 소위 말하는 꼰대 같은 아저씨가 아니었다”며 “평소 민주주의와 거버넌스를 중시하던 정치 철학이 한국의 여러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겠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도 대학생 아르바이트로 근무했던 권 모 씨는 “젊은 정치인답게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탈한 화법과 깔끔한 외모에 전국에 존재감을 뽐냈지만  "연예인 병에 걸린 거 같다"는 비판도 있었다.

또 안 전 지사가 대학생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거대담론을 자주 말하곤 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너무 큰 틀에서 이야기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노 씨는 "도지사란 자리는 행정가의 임무도 있는데, 민주주의나 철학 같은 거대담론으로만 다가온다는 느낌도 들었다"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안 전 지사는 대학생들과 거리낌 없이 사진을 찍거나 싸인을 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충남도 제공)

지난 5일 JTBC 뉴스룸을 통해 폭로된 안 전 지사의 모습을 보며 이들의 인식은 큰 충격과 함께 시선 역시 냉랭해진 분위기로 바뀌었다.

김 씨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만약 미투 운동과 수행비서의 폭로가 없었다면 안희정은 사람 좋은 척하는 가면을 쓰고 정치생활을 유지했을 것”이라며 배신을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노 씨 역시 “모든게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며 “내가 믿고 알고 있었던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허탈해,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 씨는 “폭로 이후 안 전 지사의 대처를 보며 실망감이 하늘을 찔렀고, 그의 본모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반면 권 씨는 “미투 운동의 파장이 일파만파인데 여론에 휩쓸려 안 전 지사의 사건만 두드러지게 보이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정확한건 본인이 알고 있겠지만, 잘못을 했다면 그 모습을 드러내고 국민 모두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예정됐던 기자회견이 돌연 취소되면서 안 전 지사에 대한 신뢰감이 더 떨어졌다는 말이다.

권 씨는 “회견 취소 전까지는 긴가 민가 했다. 그런데 취소가 되니 정말 단단히 뭔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회견에 대해서 신중히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다”며 비판했다.

김 씨는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확실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니 차라리 입을 꾹 다문 것 같다”며 “비겁하게 뒤로 숨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노 씨도 “단순하게 미안하다는 말이 아니라,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무엇이 당신을 믿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는지 말하길 원했지만 마지막 남은 기대마저 저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황 씨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진실을 말해줬으면 좋겠다”며 “안 전 지사를 응원하고 지지했던 도민과 지지자들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안 전 지사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그를 지지했던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실망이 너무 크지만 더 이상의 실망은 없길 바란다는 것이다. (충남도 제공)

이들은 안 전 지사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그를 지지했던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실망이 너무 크지만 더 이상의 실망은 없길 바란다는 것이다.

노 씨는 “권력과 힘으로 여성을 억누르는 일은 이 기회를 통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면서도 “미투 운동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기회로 사용하려는 사람들 역시 경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미투 운동의 본질처럼 억압받고 짓눌리던 여성들의 인권을 지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한편 안 전 지사는 9일 오후 5시 경 서울 서부지검에 자진 출두해 9시간 30분에 걸친 조사를 받고 10일 새벽 귀가했다.

그는 "모욕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많은 분께 정말로 죄송합니다"라며, "저를 지지하고 저를 위해 열심히 했던 참모였습니다. 미안합니다. 그 마음의 상실감, 배신감, 여러가지 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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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누리 2018-03-11 23:05:12
대학생들의 마음 이해합니다.

한밭 2018-03-11 22:41:32
나도 20대지만 같은 마음

김다희 2018-03-11 20:02:27
오랜만에 좋은 기사 봅니다

민주주의 2018-03-11 19:22:30
'MeToo' 악마를 보았다...'개판'http://president007.blog.me/22121890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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