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잘 죽는 법 아시나요? 그게 잘 사는 법입니다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잘 죽는 법 아시나요? 그게 잘 사는 법입니다
⑩ 모리와 함께한 일요일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8.03.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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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죽은 정승이 산 개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죽음은 누구나 꺼리는 주제이다. 모두들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죽음이 임박할 때까지 죽음 같은 것들을 생각하도록 놓아 주질 않는다. 우리는 명예나 돈, 지위 같은 이기적인 것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지금처럼 야망이 넘칠까.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 수 있다. 우리는 한발 뒤로 물러서서 우리의 삶을 관조하며 ‘이게 다 인가, 이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건가. 뭔가 빠진 것이 없나.’ 하고 돌아 봐야 한다. 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관계를 끝내는 것은 아니다. 떠난 후에도 다른 이들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있다. 이것이 끝까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주인공은 사회학 교수인 모리 슈워츠 (Morrie Schwartz)이다. 그는 강하고 고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저자 미치 앨봄 (Mitch Albom)은 어느 날 우연히 ABC TV에 출연한 15년 전 대학에서 강의를 들었던 스승 모리 슈워츠를 보고 연락을 하여 재회한다. 그는 죽기 전까지 화요일마다 스승을 문병하고 함께 지내면서 인생 전반에 관하여 묻고 그것을 가지고《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란 책을 만들었다.

모리는 당시 루게릭 병에 걸려 촛불 같은 한시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죽음이라는 어두운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 보고, 삶에 대한 환한 빛을 끄집어 내었다. “교수님의 기운을 북돋워드리려고 찾아왔는데, 도리어 고민이 뭐냐고 질문을 받았어요. 말씀드리니, 모리가 더 자세히 물었고, 결국, 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울게 되더군요......” 미치 앨봄은 그동안의 사연을 감동적으로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모리를 위로하려 왔으나 자기 이야기를 몽땅 털어놓고 오히려 한 아름의 위로를 받고 돌아갔다.

모리는 ‘심오한 말’을 했다. 주는 것이 사는 것이다. 베푸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자신을 내주는 것이 영원히 사는 방법이다. 그가 가진 물건조차도 모두 ‘구닥다리'라고 한다. 그에게 새 차, 새 옷, 새 평면 TV를 소유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안 준다.
미치 앨봄은 대학을 졸업한 후, 1980년대가 흘러가고 1990년대도 그렇게 갔다. 대학시절 ‘부자는 ‘나의 적이고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죄수복’이라고 생각했다. 잠에서 깨어나 어디로든 떠나갈 자유, 오토바이를 몰고 파리 뒷골목을 누비거나 티베트에 들어갈 자유가 없는 것은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많은 꿈들은 두둑해진 월급봉투와 맞바꿔 버렸고,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했다.

노은사(老恩師)와 마지막 수업은 일주일 한 차례씩 모리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주제는 ‘인생의 의미’이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된다”라는 조언이 이 책의 주제이다. 한마디로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 것이냐이다. 모리가 경험한 것들을 가지고 강의했다. 모리의 질문에 대답했고, 또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죽음이 아닌 삶을 이야기했다. 사랑, 일, 공동체 사회, 가족, 나이 든다는 것, 용서, 후회, 감정, 결혼, 등과 같은 주제들이 논의되었다.  미치 앨봄은 이를 계기로 많은 깨달음이 있었고, 세속적인 성공만 추구하던 자기 삶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고 한다.

“그는 천천히 약해질 때 가장 두려워한 것은 어느 날 누군가 내 엉덩이를 닦아줘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인생은 밀고 당김의 연속이다. 무슨 레슬링 경기 같다. 그러나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봉사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것에 헌신해야 한다.”

“가족이 주는 의미는 그냥 단순한 사랑이 아니다. 지켜 봐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바로 정신적인 안정감이야말로 가족 말고는 세상의 그 무엇도 그걸 줄 수는 없다. 돈도, 명예도.”

“타인과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한다.”

“슬픔, 두려움, 고통, 외로움, 이런 감정들에 온전히 자신을 던져서 스스로 그 안에 빠져들도록 내버려 두면, 슬픔이나 두려움이란 게 뭔지를 알게 된다. 또 고통이나 외로움이 뭔지도 알게 된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점 많은 것을 배운다. 스물두 살에 머물러 있다면 언제나 스물두 살 만큼만 알게 될거다. 나이 드는 것은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성장이다.”

“마음속으로 우러나는 일들을 해라. 그러면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 질투심으로 괴로워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지도 않는다.”

“결혼생활, 그것은 시험을 치르는 것과 같다. 자기가 누구인지, 상대방은 누구인지, 둘이 어떻게 맞춰 갈 건지 탐색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 일정한 공식이 없다. 양쪽 모두가 공간을 넉넉히 가지면서 넘치는 사랑으로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게 인간관계이다. 두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각자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서.”

끝으로 모리 교수는 갑자기 전화나 전보를 받고 자신의 죽음을 알게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자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되어 포옹과 키스, 대화와 웃음, 작별 인사를 못하고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좋은 죽음, 의미 있는 작별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데 호흡기를 부착하는 연명치료는 아니다. 본인도 가족도 힘들고, 많은 사람들이 병원 치료 중 사망한다. 가족과의 작별 인사도 못하고 떠난다.

나는 ‘생전의 장례식’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하게 살아있을 때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가족관계나 인간관계에 관하여 정리하고 떠나는 것이다. 마음속에 묻어둔 상처를 꺼내서 어루만져 주고, 신세 진 많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한다. 이 책은 가벼우나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주는 무거운 인생수업이다. “오늘 생이 끝나느냐?” 스스로 물으면서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하지 않으면 좋은 삶을 가질 수 없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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