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고민 Q&A] ‘줬다 뺏는 기초연금’
[어르신고민 Q&A] ‘줬다 뺏는 기초연금’
  • 임춘식
  • 승인 2018.03.10 05: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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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우리 동네 독거노인 김(80) 할머니는 기초수급 노인인데,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지 않고 있답니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며 울쌍이십니다. 이런 일도 있나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대전, 여 58)

A. 기초연금의 전신은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기초노령연금입니다. 기초노령연금은 박근혜 정부 이후 기초연금이 도입되면서 대체됐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원 씩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 공약은 노년층의 박근혜 후보 투표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기초연금 도입은 많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를 약속했던 공약과 달리 재정 부족을 이유로 지급 대상이 축소됐습니다. 2013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대로 할 경우 2040년 157조 원의 재정이 소요된다”며 기초연금 대선공약 후퇴를 사과하고 기초연금 시행을 위한 정부안을 공식발표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초연금은 2014년 7월 25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현재 매달 25일 기초수급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지급받습니다. 그런데 이 기초연금이 기초생활보장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는 바람에 다음달 20일 지급되는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만큼 삭감됩니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의 내용입니다.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으로 시행령만 개정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그대로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해가 바뀌었건만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 역시 국민기초생활보장제(공공부조)의 보충성 원리에 따라  불가피하다는 내용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내내 들었던 변명 그대로 입니다.

물론 공공부조의 기본 원리는 보충성 원리입니다. 생계급여는 정부가 정한 기준선과 개인의 소득인정액 차이만큼을 보충해주는 제도라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보충성 원리를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적용한 사례입니다. 

사례입니다. 독거노인 김 모(68ㆍ시각장애 3급)씨의 수입원은 65세 이상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 20만원과, 빈곤층이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통해 받는 생계급여비 50만원이 전부입니다.

합해서 70만원이 매달 통장에 찍혀야 할 것 같지만, 그가 실제 손에 쥐는 돈은 50만원이 전부입니다.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되는 탓에 생계급여가 20만원 차감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줬다 뺏는 연금’입니다. 정부가 현재 20만 6,050원인 기초연금액을 올해 9월부터 25만원으로, 2021년부터 3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역설적으로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20여개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보장연대)는 지난 1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9월부터 25만원으로 상향 지급되는 기초연금으로 차상위 계층 노인의 삶은 조금 더 나아졌지만, 빈곤 노인의 삶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줬다 뺏는 연금 문제를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상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중위소득 30% 이하)도 하위 70%에 해당하는 만큼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초연금액은 전액 소득으로 인정되므로 다음 달 받는 생계급여액이 삭감돼 실제론 아무런 실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노인 40여만 명 정도가 이런 조삼모사 연금 탓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는 최저생계비 수준(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을 정해 놓고, 0원을 버는 사람에게는 최저생계비 전액을, 10만원을 버는 사람에게는 최저생계비에서 10만원을 뺀 돈을 지급해 누구든 적어도 최저생계비는 벌 수 있게 보장한다는 기초생활보장법의 ‘보충성의 원리’ 에서 비롯한 결과입니다.

더 큰 문제는 기초연금이 오르면 이런 박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생계급여 수급자들은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을 때는 생계급여가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줄고, 기초연금이 25만원으로 늘어나도 생계급여가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더 많이 줄어, 결국 받는 돈은 50만원으로 동일합니다. 기초연금 액수가 올라갈수록 빈곤 노인과 차상위 노인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오를수록 슬픈 빈곤 노인이 생겨납니다.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은 장애인들이 받는 장애인연금이나, 한 부모 가정이 받는 아동양육비, 각종 유공자들이 받는 수당 등은 소득으로 보지 않습니다.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을 장애인연금처럼 소득 산입에서 제외해 달라는 것이 보장연대의 주장입니다. 즉 기초연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빈곤층과 차상위 계층의 실제 소득 격차가 역진적으로 커지는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해야 할 것입니다.

기초연금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이후 도입된 노인 복지입니다. 노인소득 상향을 위해 기초연금이 시행되었습니다. 그런데 보충성 원리를 적용한 결과 기초수급 노인보다 형편이 나은 비수급 노인들은 모두 20만 원의 가처분 소득을 얻었으나 수급 노인만 그대로입니다. 기초연금으로 인해 오히려 노인간 소득의 역진적 격차가 커져 버렸습니다. 

올해 9월에 기초연금이 25만 원으로 오릅니다. 기초수급 노인은 기초연금을 25만 원 받고 다시 생계급여에서 25만 원 삭감당할 것입니다. 2021년에는 기초연금이 30만 원으로 오릅니다. 다시 소득격차는 30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보장연대)가 제시한 해법은 간단합니다. 소득인 정액 산정 소득 범위에서 기초연금을 예외로 인정하면 되는 일입니다. 이미 시행령에는 여러 예외 소득이 존재됩니다. 장애인이 받는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 아이들을 위한 영유아 보육료, 양육수당, 유치원교육비, 한 부모 아동양육비, 그리고 희귀난치성 질환자, 만성질환자에 대한 지원금은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해당 가구의 지출 특성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또한 국가유공자의 생활조정수당, 참전유공자의 명예수당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됩니다. 과거 활동에 대한 '예우' 차원입니다. 이처럼 기초연금은 노인간 '형평성'을 이유로 소득인정액에서 예외로 인정하면 됩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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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숙 2018-03-13 19:36:29
격하게 공감합니다. 늘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글재주가 없어서 주장하지 못하고 있었죠. 저는 50대 주부이고 노령연금을 받을 나이는 아니지만,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이 처음부터 근로무능력자가 아니었을텐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지식인들이 힘써주세요. 아마 동참할 많은 사람들이 있을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민자 2018-03-11 15:44:51
올해9월부터가초연금
25만으로오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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