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함께’ 자라는 아이
[시민기자의 눈] ‘함께’ 자라는 아이
  • 손석현
  • 승인 2018.03.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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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연계협력팀장

[굿모닝충청 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연계협력팀장] 봄이 왔다.
겨울내 빈손으로 서있던 나무는 새 옷을 입기위해 대지의 기운을 가지 끝으로 모아내고, 얼었던 땅에선 이름 모를 새싹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굳이 자세히 보지 않아도 형형색색 옷으로 갈아입고 마을 곳곳 왁자지껄 뛰어다는 아이들 웃음소리만 들어도 봄이 찾아 왔음을 알 수 있다. 봄이 찾아왔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필자의 집에도 작지만 새로운 시작이 왔다. 아파트 단지내 어린이집을 다니던 둘째 녀석이 얼마 전 수료하고 새로운 유치원에 입학했다.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아이 둘을 모두 국공립 유치원에 보내게 되었으니 주변에선 모두 부러워하는 눈치다. 그것도 모자라 첫째 녀석과 같은 유치원을 보내니 부모된 마음에 걱정 한시름 놓는 것도 사실이다. 입학식 당일 아내는 직업 특성상 도저히 시간을 내기 어려워 두 아이와 필자만 참석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배정 받은 반과 교실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내일부턴 이 교실을 찾아와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신신당부하고 입학식장으로 들어섰다.

배정된 반 이름이 적힌 푯말 뒤로 두 아이를 각각 앉혀놓고 제일 뒤로 이동한 나는 입학식을 내내 조용히 지켜보았다. 낯선 환경에 어리둥절해 할 둘째 녀석이 내심 걱정되면서도 한 살만큼 성장 했겠거니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와 떨어진 직후부터 입학식이 끝날 때 까지 계속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여느 입학식과 다르지 않게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식은 시작되었다. 예닐곱살 먹은 재학생들은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에게 실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지난해부터 음악수업을 통해 배우고 익혀 잘 알고 있는 유치원 원가를 큰 소리 내어 따라 부르기도 했다.

곧이어 소개와 함께 무대 위로 올라온 사람은 다름 아닌 원장선생님. 원장선생님은 제일 먼저 상냥한 목소리로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에게 머리 낮추어 인사를 건냈다. 원생 여러분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고 열심히 뛰어놀고 씩씩하게 유치원 생활 잘 해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요청과 함께 그 자리에 참석한 학부모들에게 한 말씀 전한다고 했다.

“어머님, 아버님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녀들 예쁘고 건강하게 잘 키우시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 잘 돌봐주세요” 나는 원장님의 첫 인사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흔히들 자녀들 맡겨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앞으로 잘 돌보고겠다는 각오를 먼저 밝히지 않나? 그런데 앞으로 자녀들 잘 보살펴 달라니? 어리둥절해 있는 나는 이어진 원장선생님의 다음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자녀들 우리 유치원에 맡겨 주신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우리 부모님들이 각 가정에서 자녀 앞에서 평소 보여드리는 생활태도입니다. 어머니 아버님 더욱 사랑하시고 표현하세요. 평소 가정에서 느끼는 안정적 분위기와 사랑의 표현이 아이들에게 투영됩니다. 부모간의 관계가 소원하고 폭력적인 가정의 자녀가 유치원에서 친구를 괴롭히고 때린답니다. 우리 모든 교직원들은 부모님과 ‘함께’ 아이들을 돌보겠습니다. 과거 나 혼자만 똑똑하고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사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지도하지 않겠습니다.” 원장선생님은 매우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지성 교육을 강조하며 마을과 공동체,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함께 자라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아이 입학식에 와서 마치 부모교육을 받고 있나 착각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나로서는 매우 신선한 충격이요, 일견 타당한 교육 철학을 말씀하셨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덧붙이셨다. 평소 부모님들로부터 민원 아닌 민원 제기가 제법 있었나 보다. “어머니 아버님 너무 조바심 갖지 마세요. 선행학습 현재 법으로 금지되어 있거니와 지금 우리아이들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하는 나이예요. 영어 수업 우리 유치원은 안합니다. 영어는 나중에 초등학교 3학년부터 천천히 시작하면 됩니다.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 매우 단호했다. 입학식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긍정의 박수로 화답했고 입학식은 그렇게 끝났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원장선생님의 평소 교육철학을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가정에서 어떤 남편이고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빠는 어떤 모습이었나? 평소 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기대와 조바심을 가졌는가? 자문자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중에 많이 나와았는 육아와 교육 관련된 서적 한권 읽는 것 보다 아이 입학식장에서 당부 받은 그 메시지가 나에게는 더욱 강렬하게 남아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자라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래본다. 나와 가족, 이웃과 마을, 공동체, 국가의 교육 방향도 함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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