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보다 과잉경쟁 해소가 먼저
자유학기제보다 과잉경쟁 해소가 먼저
[시사프리즘] 서창원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 서창원
  • 승인 2013.07.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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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재임시절...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내놓은 정책이 ‘방과 후 학교’다. 2006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시간에 학원을 학교에 끌어들여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운영, 사교육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게 방과 후 학교다.

목표도 거창하게 ‘획일화된 정규교과 위주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21세기를 이끌어갈 인재양성과 학생들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계발 및 사교육비 경감, 교육복지증진은 물론 사회양극화 심화에 따른 교육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당시 많은 학부모들은 정말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고 꿈에 부풀어 있었다.

방과 후 학교를 시작한지 10년이 다가 오고 있지만 그런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믿을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솔직히 말해서 방과 후 학교란 처음부터 실패가 예상됐던 정책이었다. 과외수업이며 특기적성교육, 수준별 보충수업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소질과 적성개발도 교육양극화’도 해소된 게 없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지치고 힘든 학생들은 학교를 뛰쳐나가거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 내리고 있다.

2016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도입 된다. ‘꿈과 끼를 기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박근혜정부의핵심과제로 학생들로 하여금 한 학기 동안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찾아서 인성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교육부가 박근혜대통령에게 보고한 ‘2013년 국정과제 실천계획’을 보면, 현재 올해 상반기 중 37개 연구학교를 지정해 2학기부터 시범운영하고, 2014~2015년에는 희망 학교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적용하며 2016년에는 모든 학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전시교육청도 지난 4일 ‘중학교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발대식을 시작으로’를 본격 운영되고 있다.

자유학기제의 연원은 이미 1970년대 '자유학습의 날', 1990년대 '책가방 없는 날'에서 찾을 수 있다. 모두가 하나같이 실패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자유학기제’는 성공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자유학기제는 성공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앞에서 지적한 자유학기제 역시 노무현 정부의 특기적성교육, 수준별 보충수업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선행학습이 강화되고 사교육비의 증가가 불을 보듯 뻔하다.

사교육이 창궐하고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현상은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 때문이다. 학벌사회에서는 꿈과 끼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투자를, 누가 더 많은 고액비밀과외를, 누가 더 많은 선행학습을, 누가 더 많은 해외유학.... 으로 성패가 가려지지 않은가? 국제학교의 사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과거에는 실업계학교와 인문계학교로 나누어졌던 고등학교가 특목고, 자사고, 자율고, 개방형 자율학교, 특성화고, 일반계고등학교(인문계), 실업계고등학교(전문계), 산업체 부설고등학교, 방송통신고등학교, 통합형고등학교(종합고등학교), 농어촌 자율학교, 기숙형공립고등학교, 마이스터고, 고등기술학교, 고등공민학교, 대안학교 등이 있다. 특목고만 해도 외국어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과학영재학교, 예술고등학교, 체육고등학교, 등으로 복잡해졌다. 학부모들 중에는 이런 학교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학교가 이렇게 복잡하게 된 이유는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살리는 ‘다양성’ 때문이 아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교육을 상품화시킨 상업주의가 학교에 침투해 학교를 서열화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소위 ‘일류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상류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가?’ 하는 삭막한 경쟁이 만들어 놓은 후유증이다.

특목고, 자사고 등 고교 다양화체제와 비평준화체제 등 고교서열체제를 해소하지 않고 경쟁적 진학시스템을 손보지 않은 채, 일류대학에 입학하기만 하면 전공과는 관계없이 공무원 시험준비나 고시준비를 하는 나라에서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살리는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은 불가능하다.

박근혜정부가 정말 교육을 살리고 싶으면 대학 입시 제도의 개혁을 통한 학벌타파와 공교육정상화부터 시작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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