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① “음주운전, 정부가 5년에 한 번꼴로 봐준다?”
[커버스토리] ① “음주운전, 정부가 5년에 한 번꼴로 봐준다?”
착한운전 마일리지 ‘허점’
  • 남현우, 최수지 기자
  • 승인 2018.03.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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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정부는 ‘음주운전 단속’ 규정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공표했고, 이에 따라 관련 기관들은 현행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 농도(0.05%)를 0.03%로 낮출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다수의 국민들 또한 음주운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 중 일부 제도가 이러한 정부의 입장과 여론에 역행하고 있는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 1일부로 신설돼 올해 8월 만 5년을 맞게 되는 ‘착한운전 마일리지’다. ‘운전을 못하는 운전자에게 벌점을 주는 것처럼, 운전을 잘 하는 운전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로 시행된 이 제도가 음주운전자들의 구제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처분 없음’이라는 ‘특혜’를 제공할 수 있는, 허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야심차게 고안해 낸 착한운전 마일리지, 과연 어떤 문제가 있을까? [편집자 주]

 

“상점 30점에 안전교육… 면허정지 70일 줄였어요”
‘착한운전 마일리지’ 허점-어느 음주운전자 이야기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2월의 어느 날 아침, 대전에 사는 30대 남성 김 아무개 씨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버스에 탄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칼바람이 기승을 부리더니, 한풀 꺾인 듯 한 날씨다. 옷깃을 여미고 어깨를 한껏 움츠린 채 지내던 사람들이 조금은 수월한 모양새로 길거리를 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남극에 사는마냥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렸고, 집에서 몇날 몇일을 입은지 모를 후드티를 뒤집어쓴 채 버스 맨 끝 자리로 숨는다. 기쁜건지 슬픈건지, 힘든건지 모를 눈빛으로 창밖을 한동안 응시한다.

그렇게 버스에 몸을 맡긴 지 20여 분 됐을까. 버스에서 내린 뒤 그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도로교통공단 대전충청지부 교육장이다. 그렇다. 그는 벌점이 쌓여 면허가 정지된 운전자다.

100여 명의 사람들이 강의장에 빼곡하다. 그는 ‘다들 무슨 이유로 이 교육을 받으러 왔을까’하는 궁금증이 잠시 일었지만 상관 있겠냐는 표정으로 지정된 자리에 털썩 앉았다. 교육 시작까지 10여 분이 남았다. 김 씨는 ‘어쩌다 내가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생각으로 지난 일을 되짚어본다.

1월 초, 새해를 맞이한다며 직장인이건, 대학생이건 술 한잔을 기울이던 시기였다. 김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술 약속으로 저녁 일정이 채워졌다. 평소 술을 즐겨 마시던 그에게는 연말연시는 술 마실 핑계를 만들어주는 최고의 기간이었다. 친구와 한 잔, 직장 동료와 한 잔, 동호회에서 또 한 잔 하면서 그의 1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저녁 약속으로 정신이 없던 1월 중순경, 퇴근이 늦어져 약속시간이 촉박했던 김 씨는 자신의 차를 그대로 몰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대리운전을 부르면 됐기에 별다른 고민 없이 운전을 했다.

술자리가 시작됐고, 오랜만에 동창을 만나는 자리였기에 더 시끌벅적했다. 주중에 있던 약속이었던지라 다행히 과음을 하진 않았고, 그간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이어갔다. 2시간 쯤 뒤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자리는 다소 이른 시각에 끝났다. 이때부터 김 씨에게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아주 양호한(?) 수준으로 술을 마신 김 씨는 ‘대리운전 비용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김 씨의 동네에서 모인지라 집까지는 차로 5분 정도 거리인 데다 주당으로 소문난 그가 이날 마신 술은 서너잔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두시간 정도만 쉬면 다 깨겠지.’

괜찮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김 씨는 친구들을 모두 배웅한 뒤 한 시간 정도 흐른 뒤 시동을 켰다. 매일 가던 길이었고, 이상하리만치 또렷했기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운전을 했다. 5분여 정도를 운전한 김 씨 시야에 자신의 집이 보였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좌회전을 하던 찰나 그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집 주차장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작은 골목길 사거리에서 경찰이 음주단속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일체 하지 않았고, 자신의 집 앞에서 단속을 하던 것을 본 적이 없던 그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 몸이 굳은 채 경찰의 안내에 따라 차에서 내렸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음날 아침이었다.

한참을 되뇌이던 김 씨의 머릿속에는 마지막 친구의 말이 돌림노래처럼 맴돈다. “대리운전을 부르거나 택시 타고 가. 운전은 절대 하지마.”

김 씨는 평소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자책감에 표정이 굳었지만 이내 앞으로에 대한 걱정만 남기 시작한다. 영업사원인 그는 근무시간 대부분을 운전으로 보내기 때문에 더 앞길이 막막하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있다. 언제 신청한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잊고 지냈는데, 김 씨에게 착한운전 마일리지로 상점 30점이나 쌓여있던 것이다. 30점의 상점으로 벌점 30점을 깎은 그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정지 기간이 100일에서 70일로 줄었고, 도로교통공단에서 총 두 번의 교육을 받아 50일을 줄이면 결과적으로 20일만 참으면 된다.

3주 남짓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김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곧이어 길고 긴 특별교통안전교육이 시작됐다. 어느새 김 씨의 마음 속에는 반성 대신 안도감만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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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0점씩 누적… 벌점 감면 혜택
‘착한운전 마일리지’란?

[굿모닝충청 최수지 기자] 벌점이 두려운 운전자는 ‘착한운전 마일리지’ 제도를 이용해 벌점감면 혜택을 받아보자.

'착한운전 마일리지'제도는 지난 2013년 8월 1일부터 시행됐으며 모범운전자에게 벌점감면 혜택을 주기위해 제도화됐다. 제도를 이용하려면 가까운 경찰서(지구대, 파출소포함)나 온라인 사이트 eFINE(www.efine.go.kr)에 ‘무위반ㆍ무사고 서약서’를 제출하면 된다.

서약서를 제출한 뒤 1년간 운전면허 취소, 정지처분, 과태료 처분 등을 받지 않는다면 10점의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더불어 횟수제한이 없어, 1년 단위로 재서약이 가능해 10점씩 마일리지를 누적할 수 있다.

운전자가 벌점 40점 이상을 받아 운전면허 정지처분 대상자가 됐을 때 누적된 마일리지를 이용해 면허벌점, 정지일수(1점에 1일)를 감경 받을 수 있다. 즉 벌점이 40점 이상일 때 착한운전 마일리지 10점을 이용해 면허정지 처분을 받지 않을 수 있으며 벌점이 50점인 경우 마일리지를 사용해 면허정지기간을 10일 감경 받을 수 있다는 것.

운전자는 벌점 40점을 받으면 면허가 정지된다. 게다가 벌점은 누적관리 돼 1년간 121점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때문에 벌점관리에 신경써야하는 운전자라면 ‘착한운전 마일리지’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한편 서약의 내용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운전자는 운전면허를 다시 받는 날부터,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운전자는 정지기간이 만료되는 날의 다음날부터 ▲통고 처분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교통사고를 유발하였음에도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을 받지 않은 운전자는 통고 처분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교통사고를 유발한 다음 날부터 다시 서약서를 제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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