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② “사망사고 내고도 곧바로 운전 가능… ‘아이러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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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운전 마일리지’ 허점-도로교통공단 김진형 교수 인터뷰
  • 남현우, 최수지 기자
  • 승인 2018.03.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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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정부는 ‘음주운전 단속’ 규정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공표했고, 이에 따라 관련 기관들은 현행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 농도(0.05%)를 0.03%로 낮출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다수의 국민들 또한 음주운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 중 일부 제도가 이러한 정부의 입장과 여론에 역행하고 있는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 1일부로 신설돼 올해 8월 만 5년을 맞게 되는 ‘착한운전 마일리지’다. ‘운전을 못하는 운전자에게 벌점을 주는 것처럼, 운전을 잘 하는 운전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로 시행된 이 제도가 음주운전자들의 구제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처분 없음’이라는 ‘특혜’를 제공할 수 있는, 허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야심차게 고안해 낸 착한운전 마일리지, 과연 어떤 문제가 있을까? [편집자 주]
도로교통공단 김진형 교수

[굿모닝충청 남현우, 최수지 기자] 올해 초 경찰청과 관련한 보도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음주운전 단속 강화’였다. 10년이 넘도록 제기만 돼 왔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개정이 되느냐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현행 0.05%에서 0.03%로 강화할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적극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만큼, 음주운전에 대한 시대적 흐름은 ‘엄격히 처벌하겠다’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을 본의아니게 거스르고 있는 제도가 있다. ‘착한운전 마일리지’ 제도다. 착한운전 마일리지는 1년동안 무사고·무위반한 운전자에게 상점 10점을 주는 제도로,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음주운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도 면허가 정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역행하는 ‘착한운전 마일리지’, 도로교통공단 대전충남지부 안전교육부 김진형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착한운전 마일리지, 선순환적 취지는 좋아… 경미한 위반에 대한 감경 효과 인정해야
김진형 교수는 “착한운전 마일리지는 선순환적 의미에서 보면 취지 자체는 좋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3년 8월 1일, 착한운전 마일리지가 시행되기 전에는 운전 잘하는 사람에 대한 혜택은 없었다. 벌점제만 있었기 때문에 좋은 운전자에 대한 보상이 전무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착한운전 마일리지는 경찰청 전산에 ‘운전을 잘 하겠다’는 서약을 하는 것으로, 마일리지를 신청한 운전자가 무사고·무위반 운전을 할 경우 1년마다 10점의 상점을 받을 수 있다. 현행 제도상 만 1년동안 성실히 법을 준수하면 자동으로 기간이 갱신돼 10점씩 누적해서 제한없이 쌓이게 된다.

김 교수는 “경미한 위반으로 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지난 1년 간 모범적인 운전을 한 점을 반영해 줌으로써 다시 운전을 잘 할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 8월, 마일리지 최대 50점 누적… 음주운전 하고도 정지 처분 안받아
김진형 교수는 “운영상에 심각한 허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음주운전과 교통사망사고 등 중대하거나 사안이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도 마일리지가 있다면 아주 경미한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도로교통법상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운전자는 도로교통공단에서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는다. 1차 교육(20일 감경)과 지난 2005년 신설된 2차 교육(30일 감경)까지 모두 이수하면 최대 50일까지 감경되는데, 여기에 5년동안 쌓은 마일리지(50점)까지 사용하면 결과적으로는 면허정지 일수가 0일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상점 40점까지 누적한 운전자는 전국적으로 115만 7659명에 달한다. 즉 115만여 명의 운전자가 오는 8월부터 ‘0일 정지’ 특혜를 받게 된다.

김 교수는 “착한운전 마일리지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음주운전과 관련한 도로교통법을 강화해야 된다는 정부의 입장에 완전히 역행하는 제도가 됐다. 실제로 올 초 상점 40점을 쌓은 음주운전자가 교육을 다 받은 뒤 10일만 정지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착한운전 마일리지 허점.… 사망사고 내고도 면허정지 안돼
김진형 교수는 “착한운전 마일리지의 허점은 비단 음주운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운전자가 보행자 사망사고를 내고도 다음날 버젓이 운전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버린다”며 중대 과실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무단횡단 보행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하면 벌점 100점을 받는다. 그런데 착한운전 마일리지가 현행대로 유지돼 10년동안 100점을 모은 운전자라면 사고를 낸 다음날부터 곧바로 운전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그는 또 ‘장롱면허자’들에게도 ‘눈 먼 상점’을 주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면허를 취득하고 실제로 운전은 하지 않는 ‘장로면허자’의 경우, 신청만 해놓고 수십점의 상점을 챙길 수 있다. 실질적으로 운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운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갱신 폐지, 상점 누적 제한 등 추가 장치 필요해
김 교수는 “처음 제도가 도입됐을 때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내가 제기한 많은 부분들은 이미 착한운전 마일리지 신설 당시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음주운전 하는 사람이 50점 이상 상점을 채울 수 있겠느냐’라는 반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상점 자동 누적 등이 야기할 문제들을 가지고 좀 더 심도깊은 논의가 있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착한운전 마일리지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취지 자체만 놓고 보면 유지되는 것이 맞다. 제도가 운전자들의 올바른 운전 습관 형성에 기여하고 있으며 경미한 위반에 대한 구제는 일정부분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제도로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착한운전 마일리지 신청이 자동으로 갱신되는 점, 상점이 상한선 없이 누적되는 점 등을 문제로 보고 착한운전 마일리지를 보완할 만한 추가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존 자동 갱신되는 가입형태에서 1년마다 재신청하는 방식을 써서 실제로 운전을 하고 운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상점이 30점 이상 누적될 경우 추가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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