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화장(火葬)의 역사
[어르신 고민 Q&A] 화장(火葬)의 역사
  • 임춘식
  • 승인 2018.03.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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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88세 아버지께서 은근히 사후 고향 땅에 묻히길 원하십니다. 그러나 요새 화장이 보편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집안 사정 때문에 자식들은 화장후 매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자식의 도리로써 직접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바람직한 장례정보를 청합니다(남, 57)

A.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이기에, 가까운 사람이 떠나는 순간을 맞이하는 엄숙한 장례식장에 누구나 가게 되는 일이 가끔 생기곤 합니다. 더러는 문상객 입장에서 장례 절차는 물론 심지어 화장인가 매장인가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자식들의 입장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고대 역사에 장례나 죽음의 처리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으나 죽음 후에도 영혼은 생전과 같이 살아 갈 것이라고 믿기도 하였습니다. “육”은 흙과 함께 소멸하고 “영”은 정토나 윤회의 세계로 돌아간다고 믿었습니다. 죽음이란 무서운 것으로 생활 속에서 관념화되어 죽은 조상은 살아 있는 후손들의 생활 속에 길흉화복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대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후 세계에 대한 내세관 형성과정에서 신앙이나 종교의 영향력은 지대하며 이에 따른 주검의 처리방식과 장례의식 또한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주검의 의미는 시대에 따른 종교적 신앙과 많은 관계를 가지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의 전통을 갖게 된 것은 조선왕조에 들어서였습니다. 조선왕조가 유교 국가였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이 유교적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삼국시대나 고려시대도 우리의 전통입니다. 고려는 불교문화가 지배적인 불교 국가였습니다. 만일 우리의 직접적인 전통이 조선이 아니라 고려였다면, 우리의 생각이나 습관 등도 매우 달랐을 것입니다. 유교는 화장을 꺼립니다. 장례는 매장이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불교시대만 되어도 화장이 일반적이었고, 이 일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화장 문제는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의 제국주의는 매우 유치하고 저질스러운 통치 방식을 사용한 저열한 것이었습니다. 창씨개명을 한다든지 말을 없애려 발악하고 문화를 말살하려 한 정책들은 정말 그들의 본질이 야만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줍니다. 풍수와 관련해서 이름난 산 곳곳에 쇠말뚝을 박아 넣은 것을 보면 저들이 문명국가인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특히 일제는 화장을 장려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생긴 관념이 화장은 왜색을 띤 문화이며, 전통문화와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전통문화를 파괴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릇된 생각입니다.

지금 국토 문제도 그렇고 점차 매장할 장소가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은 자의 집을 호화롭게 장식하는 처사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산 자의 위세일 뿐 죽은 자에 대한 경의는 적습니다. 더구나 잘못된 풍수 관념 때문에 화장을 하게 되면 조상의 기가 후손에게 감응될 통로가 상실되고, 그로부터 무언가 조상 덕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습니다.
화장을 한다고 해서 상례를 치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광중을 파고 관을 내리는 대신에 관을 불에 사르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도 아니고, 돌아간 이에 대한 사모의 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화장은 매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선택되어야 하는 장례 방법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는 천시와 지리도 중요하지만 인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화장이 인화를 위해 장려되는 것이라면, 인화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풍수이론이 어쩌구저쩌구 하더라도 인화를 해치는 이론이라면 그것은 사이비에 불과합니다.

풍수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강변할 수 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서들의 저자는 공자, 맹자, 노자의 말을 따르고 산 사람들입니다. 오직 풍수를 팔아 배를 불리는 사람만이 핏대를 세울 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전해 내려온 오랜 전통을 너무도 철저하게 부정하기만 하고, 존중하거나 새롭게 해석할 줄 몰랐습니다. 풍수나 화장도 그런 것들 중 하나입니다. 풍수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은 전체 자연과 호흡을 맞추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이 인간에게 일방적일 수는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마음이 자연스러운 방향을 상실하면 인간이 불행하게 됩니다. 마음이 향하는 자연스러운 방향에는 자연과의 조화가 있지만 인간 세상의 조화 역시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습니다.

요즈음은 장례문화가 많이 간소화되었습다. 예전같이 좁은 집안에 빈소를 차려놓고 장례를 치르기보다는 시신을 모셔놓는 병원의 영안실부터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장례식장을 빌려 웬만한 것은 다 돈으로 처리할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막상 힘든 일이 닥쳤을 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서로서로 돕는다는 개념에서 새로 생겨난 문화인 상조라는 사업이 있으니 더욱 손쉬워졌을 터입니다. TV를 보면 우후죽순처럼 상조회사가 늘어나 저마다 최상의 서비스를 하는 양 호도하지만 아시다시피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니 여기서는 거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친자연적 장례문화 확산을 위한 지역별 순회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설명회는 보건복지부에서 주최하고 재단법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주관해 자연장 교육영상 시청, 건전하고 품위 있는 친자연적 장례문화 안내, 불법묘지 설치예방 안내, 자연장지 조성사례 등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직접 장례방법과 용품 등을 정할 수 있는 '장수행복노트'도 배부하고 있습니다. 친자연적 장례문화 등에 대해 궁금한 사항은 재단법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1577-4129)으로 문의하면 됩니다.

자연장은 화장한 골분을 수목,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친환경적 장법으로 자연환경 지속이 가능하고 경제적이며, 생활공간 가까이 설치할 수 있어 접근성이 용이한
데다 다양한 형태로 조성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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