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토끼몰이 싸움이 시작된다
[시사프리즘] 토끼몰이 싸움이 시작된다
  • 강영환
  • 승인 2018.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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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굿모닝충청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았다’라는 말이 있다. 동시에 성취하기 힘든 두 가지를 해냈을 때 쓰곤 한다. 인생에서 보면 공부와 놀이, 일과 사랑, 돈과 명예처럼 한쪽에 올인(All in)해도 제대로 얻기 어렵거나 서로 배타적이기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도래한다. 이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 자칫하면 둘 다 놓칠 수 있기에 한 마리 토끼라도 잡아야 한다. 

정치, 특히 선거에선 더욱 그렇다. ‘진보와 보수’가 그것이다. 선거 때마다 각 캠프는 치열하게  ‘집토끼 vs 산토끼’ 논쟁을 벌인다. 우리를 지지하는 층에 전략적 주안점을 두자는 것이 집토끼 우선주의자이고, 그러면 확장성에 문제가 있으니 가운데 또는 다른 진영을 공략하자는 주장이 산토끼 우선주의자의 생각이다. 모두 다 일리가 있다.

그런데 산토끼와 집토끼는 보기엔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전자 수가 달라 교배할 수 없고, 그러니 설령 잡아 두더라도 함께 둘 순 없다. 선거에서도 진보적 입장이 강하면 보수지지층이 거부감 때문에 이탈하고, 보수적 입장을 표하면 진보지지층이 떨어져 나간다. 그러니 우리나라처럼 양당제의식이 강한 경우 서로 상대진영의 논리를 끌어들일 땐 조심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의 공존을 표방하는 중립정당은 정체성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양쪽을 흡수할 수 있는 확장성도 있지만, 반대로 양극단으로 빠져나가려는 원심력도 크기 때문이다.    

적잖은 분들이 어디에 포커스를 둬야 하냐고 묻는다. 나는 틈을 두지 않고 말한다. 우선 ‘두 마리 토끼 잡으려 하지 마라. 그리고 가까이 있는 집토끼를 소중히 하라’고. 이번 6.13선거도 마찬가지다. ‘여당도 야당도 집토끼를 잡아두는 것이 싸움의 기본‘이라 말한다.

‘14년 지방선거부터 작년 대선까지 대전의 선거를 통해 확인된 몇 가지 사실을 돌아보며 토끼몰이전략을 본격적으로 얘기해 보자.

첫째, 민주당의 지지율은 40%대를 견고하게 유지한다. 그렇다고 50%을 넘진 못했다. 민주당은 ‘14년 지방선거에서 권선택후보 49.45%, 2016년 총선에서 43.14%을 얻었다. 대선에서 문재인후보는 42.77%을 얻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은 4년전대비 반토막 이하가 되었다. '14년 박성효후보 46.18%, '16년 총선에서 37.94%, 대선에서 20.23%을 얻었다. 제3당은 국민의당이 '16년 총선에서 14.88%을 얻은 데 이어, 대선에선 안철수,유승민후보의 선전에 힘입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하면 29.45%을 얻었다. 그러나 제3당의 현재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바른미래당 후보는 중도와 보수의 지지를 끌어낸 대선후보들만큼 파괴력이 크지 않다. 그 힘을 키워나갈 동력도 약해 보인다.

반면 표를 뺏긴 자유한국당의 박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기울어졌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의 분포는 아직 팽팽하다. 공중파3사가 실시한 작년의 대선출구조사결과 자신이 진보라는 응답자는 27.1%, 보수라는 응답자는 27.7%였다. 38.4%의 응답자가 중도를 답했다. 일반적으로 인정됐던 보수40%, 진보40%, 중도20%의 이념 스펙트럼이 중도의 확대로 변화했지만 보수와 진보는 비슷한 구성비임을 말해주고 있다.

셋째, 지방선거에선 투표율이 대선대비 대폭 낮아질 공산이 크다. 세대에 따른 이념 및 지지정당의 선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투표율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선의 19세~30대 투표율은 74~77% 수준이었다. ‘07년 대선의 경우 20대 46.6%, 30대 66.3%, 50대 이상은 76%대였다.
반면 지방선거의 경우 대전은 ‘10년 52.9%, ‘14년 54%로 전국평균 대비 2%전후 낮은 수준이었으며, 2,30대는 낮은 반면 5,60대 이상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런 속에서 민주당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지방선거는 사실상 1:1구도가 만들어지는 속에 후보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경계의 말을 전했다. 김원장 말대로 사실상의 1:1구도가 만들어지고 과거처럼 진영간 싸움의 색채가 만들어진다면 안철수, 유승민 후보를 찍은 유권자는 움직일 수 있다.

나는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당시 안철수, 유승민 지지표를 누가 갖고 오느냐가 관건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 표는 보수쪽에서 넘어온 표가 대부분이다. ‘14년 박성효후보를 찍었던 표중에서 반 이상이 떠난 표이다. 뺏어간 제3당의 후보가 이를 지켜낼 것인가? 박후보가 이를 다시 되찾아갈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과 당의 인기도, 그리고 박영순,이상민,허태정후보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를 민주당후보가 가져가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표를 시뮬레이션 해보자. 122만 대전 유권자 중 투표율을 ‘14년 지방선거보다 약간 높은55~57%로 가정한다면 67~70만명이 투표를 하는 셈이다. 이중에 제3당이하 후보가 10%전후를 득표한다고 가정하면 결국 30~32만 득표가 당선가능선이다.

당선을 위해선 민주당후보는 ‘14년 당시 권선택후보가 가져온 표(32만2천)를 가져와야 한다. 문재인대통령후보를 찍었던 40만 4천 5백표의 80%가 자신을 투표하게끔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박성효후보는 최소한 본인이 4년전 얻었던 30만1천여표보다 2만표는 더 얻어와야 한다. 특히 대선때 홍준표후보를 찍었던 19만1천표는 무조건 가져오고, 안철수,유승민후보를 찍었던 27만8천6백표의 반가까이, 즉 13만표를 찾아와야 한다. 바른미래당후보는 안철수, 유승민 지지표를 모두 지켜낸 후 4만여표를 더 얻어야 한다.

산토끼를 넘볼 틈이 없다. 결국 민주당후보는 집토끼를 지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자유한국당후보는 집토끼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집나간 집토끼도 되찾아 와야 한다.

제3당후보는 집토끼만으론 안된다. 이쪽 저쪽 산토끼도 넘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움직여라(Move the movable)라는 말이 있다.

집토끼의 마음을 움직여라! 그것이 우선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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