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구속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김윤옥 여사의 사생활을 카메라로 몰래 촬영, 이를 ‘단독포착’이라는 마크를 달고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죄의 유무를 떠나 당연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생활을 은밀히 찍어, 대단한 뉴스 가치라도 있는 양 일반에 공개하는 행태는 관음증적 옐로우 저널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매체 <더 팩트>는 5일 ‘검찰 조사 거부…자택서 끼니 챙기는 김윤옥 여사’라는 제목으로, 김 여사가 전날 밤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가족들과 저녁 식사 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먼 발치에서 몰래 찍은 10여 컷의 사진을 게재, “김 여사가 검찰 조사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평온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내용을 스케치하듯 실었다.
캄캄한 밤중에 먼 발치에서 망원렌즈로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을 포착, 촬영한 사진을 뉴스로 올리면서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매체 이름에 걸맞게 ‘팩트’라며 기사화했다.
물론 소재 자체가 ‘팩트’일 수는 있다. 하지만 기사를 살펴보면, 그 내용이 고작 ‘이따금 심란한 표정 짓는 김 여사’ ‘아이스크림 삼매경’ ‘식사 후 아이스크림 콘 디저트’ ’늦은 밤, 끼니를 해결하며’…라는 내용을 사진의 설명처럼 붙여 놓았을 뿐, 파파라치 이상의 뉴스적 가치는 찾아볼 수 없다.
한 언론인은 “매체 이름대로 팩트를 보도했다고 강변하겠지만, 죄의 유무를 떠나 인간으로서 향유해야 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동일하다”며 “사생활 침해와 언론의 자유를 혼동하고 있거나, 모르지 않으면서도 그랬다면 명백하게도 ‘나쁜 짓’”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5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자신을 할퀴는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행태를 겨냥해 썼던 호소문이 데자뷔처럼 오버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언론에 호소합니다.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부탁합니다. 그것은 제게 남은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입니다. 저의 집은 감옥입니다. 집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저의 집에는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 카메라와 기자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친척들도, 친구들도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 신문에 방송에 대문짝 만하게 나올 사진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상한 해설도 함께 붙겠지요. 오래 되었습니다. 이 정도는 감수해야겠지요. 이런 상황을 불평할 처지는 아닙니다. 저의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생활은 또한 소중한 것입니다.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자유, 마당을 걸을 수 있는 자유, 이런 정도의 자유는 누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지금 이만한 자유가 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카메라가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는 집 뒤쪽 화단에 나갔다가 사진에 찍혔습니다. 잠시 나갔다가 찍힌 것입니다. 24시간 들여다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제는 비가 오는데 아내가 우산을 쓰고 마당에 나갔다고 또 찍혔습니다. 비 오는 날도 지키고 있는 모양입니다. 방 안에 있는 모습이 나온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커튼을 내려놓고 살고 있습니다. 먼 산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보고 싶은 사자바위 위에서 카메라가 지키고 있으니, 그 산봉우리를 바라볼 수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사람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언론에 부탁합니다. 제가 방안에서 비서들과 대화하는 모습, 안 뜰에서 나무를 보고 있는 모습, 마당을 서성거리는 모습, 이 모든 것이 다 국민의 알권리에 속하는 것일까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간곡히 호소합니다. 저의 안마당을 돌려주세요. 안마당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자유, 걸으면서 먼 산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최소한의 사생활이라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