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사랑과 증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사랑과 증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⑫ 안나 카레니나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8.04.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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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소설은 인생의 보험 같다’는 말이 있다. 일생에 생길 수 있는 큰일에 미리 대비하게 한다. 광고인이면서 인문학자인 박웅현 님은 『안나 카레니나』를 독자들에게 이렇게 소개한다.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이다. 비슷할지언정 어떤 인생도 전인미답이 아닌 게 없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어떤 상황이 처음 닥쳤을 때 내 감정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길을 잃지 않을 거다.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한 여자를 중심으로 뻗어있는 수많은 이야기는 골목골목 세밀하게 표시된 지도처럼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를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게 보여준다.” 정말 사람 심리묘사를 이처럼 잘 알까?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톨스토이는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이 소설 서두에 나오는 문장은 유명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는 한마디로 한 여자의 바람 핀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레프 톨스토이(1828~1910) 소설 중 가장 예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은 두 가정 네 사람이 주인공이다. 안나 카레니나, 그녀의 남편 알렉세이, 레빈과 키티. 소설은 모스크바 역에 기차가 도착하고 주인공 안나가 내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머니를 마중 나온 브론스키가 안나와 처음으로 여기서 마주친다. 안나의 또 다른 운명이 시작이다. 안나의 남편 알렉세이 는 아주 잘 나가는 군인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보수적이고 관료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사랑보다 외부의 시선과 형식을 중요시한다. 겉보기에 행복의 조건을 다 갖추고 근사하기까지 하나 실속은 없고 무미건조하다. 안나는 남편을 이렇게 생각한다. “이 분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단어를 듣지 않았더라며 이 분은 결코 그런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안나는 20살이나 많은 남편과 사랑이 뭔지 모른 채 결혼했다. 안나는 그런 상류층 사람에 걸맞은 여인이다. 젊고 아름답고 성격 좋고 집안도 훌륭하다. 이런 여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무료함이나 허무함, 권태가 어딘가에 있다. 그럴 때  전도유망한 잘생긴 청년 장교 브론스키가 나타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첫 만남에서 브론스키는 그녀에게서 붉은 입술 사이를 팔락팔락 기어 돌아다니기라도 하듯 ‘짓눌린 생기’를 알아챈다. 결혼했으면 다른 남자와의 가능성을 갖지 말아야한다는 짓눌림.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브론스키의 유혹에 바람기가 틈새로 살짝 나와 생기가 돈다.

안나가 브론스키를 기차역에서 보고 마음이 흔들린 후, 모스크바로 돌아 왔을 때, 남편이 마중 나왔다. “세상에! 어째서 저이의 귀는 저렇게 못생겼을까?” 그동안 안나에게 보이지 않던 남편의 단점이 보인다. 불행의 시작이다. 안나의 오빠 오블론스끼의 처제 키티는 브론스키를 좋아했고 브론스키도 관심 있어 그가 청혼하길 바랐다. 그러는 사이 짝사랑하던 레빈이 키티에게 프로포즈하나 그녀는 일언지하로 퇴짜를 놓는다. 브론스키를 마음에 둔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얼마 후 키티는 무도회에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브론스끼를 바라 보았으나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으나 안나는 무도회에서 불타는 눈동자, 행복하고 상기된 미소, 우아하고 경쾌한 동작으로 브론스키의 마음을 한껏불질렀다.

브론스키는 안나가 모습을 보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났고 드디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안나도 끊임없이 주위에서 맴도는 그의 모습이 어느 날 보이지 않을 때는 오히려 허전함을 느꼈다. 안나는 언제나 어디든지 브론스키를 만나고 다녔지만, 남편 알렉세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자기 집으로 돌아온 사람이 문이 잠겨 있음을 발견했을 때 맛보는 것과 같은 감정을 경험했다. 오직 그녀에게 양심과 신에 대한 의무만 강조할 뿐이다.

안나의 불륜은 시작되고 마침내 브론스키의 아이를 가졌다고 남편에게 고백한다. 남편은 안나에게 눈앞에 그 사내가 나타나지 않을 것, 주위로부터 비난받을 짓을 하지 않도록 처신할 것, 더는 그 사내를 만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는 자신의 체면을 고려한 최소한도의 요구였다. 안나가 딸을 출산했으나 알렉세이는 사랑했던 모든 것을 잃는 것보다 아이와 자신의 위신에 피해가 가지 않은 선에서 봉합하고 싶어 한다.

안나도 이혼을 하면 8살 된 아들을 잃을까 봐 이혼을 거부하고 브론스키와 외국으로 떠나 한참 동안 생활한다. 나중에는 아들보다 브론스키가 더 중요한지 이혼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귀국한 안나는 점점 주위 있는 사람들로부터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어떤 이는 극장에서 안나에게 뭔가 큰 소리로 모욕을 주고 나가 버렸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둘 사이의 사랑은 식어갔다. 안나는 브론스키의 사랑에 의심하고 질투하고 활동을 구속하지만, 브론스키는 그럴 때마다 안나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한다.

그는 이제 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꽃을 꺾어 놓고서 이제 와서 시든 꽃을 앞에 두고 아름다움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서로 간 애정은 식었다. 안나는 점점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마침내 약물에 의지하기까지 했다. 사랑으로 시작해서 증오로 치닫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시골로 내려가려고 기다리던 기차역에서 구내로 들어오는 기차에 몸을 던졌다. “하느님, 제 모든 것을 용서해 주옵소서” 그는 죽음으로써 브론스키를 벌주고 싶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구나.

한편 키티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한 레빈은 수치심에 몸서리쳤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레빈은 사실 농촌에서 목축업이나 사냥 등으로 소일하면서 농장을 경영하는 별 볼 일 없는 사내이다. 편안하고 좋은 느낌이 들수 있으나 미래가 흐릿하고 모호했다. 브론스키는 사교적이며 부족한것 없는 신사에 밝고 행복한 미래가 보였다. 다만 어딘가 좀 부족하다. 사교계에 드나들던 어머니 영향으로 가정을 모르는 남자다.

레빈은 키티에게 선택받지 못했을 때 시간을 두고 견뎠다. 농촌으로 가서 농민과 함께 육체적인 노동을 하며 현장에서 보냈다. 모든 것을 책과 이론으로 해결하려는 사회혁명가 형 니콜라이와는 판이한 접근이다. 레빈도 귀족 출신으로 사교계에서 여러 여자를 만나고 관료로서 알렉세이처럼 떵떵거리며 살 수 있지만, 그 길은 자기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농촌 생활이 훨씬 단순하고 뛰어나다고 느꼈다. 그가 가진 개 ‘라스카’처럼 자족하면서 살겠다는 마음이다.

브론스키가 안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자, 키티는 자연스럽게 버림받아 상심하여 심신이 쇠약해지자 독일로 건너가 한동안 그곳에서 요양 한다. 얼마후 돌아온 키티는 레빈에게 마음을 연다. 레빈의 인생을 환하게 비춰주는 사람은 키티가 유일한 존재다. 레빈은 사랑의 고백을 앞두고 이틀 밤쯤 뜬 눈으로 새운다. 그런 후 드디어 키티한테 썰매를 타고 가는데 마부들도 그 기분을 아는 양 행복한 얼굴로 서로 다투어 자기 썰매를 권한다. 들떠있는 레빈의 마음이다. 레빈은 키티가 방에서 나오는 장면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행복이 그의 목숨이 그 자신이 아니 그 자신보다 소중한 그가 그토록 찾고 바라던 그녀가 빠르게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구혼은 키티 부모에게도 기쁨이었다. 노인네들은 아무래도 순간 머리가 뒤범벅되어서 사랑에 빠진 것이 자기들인지, 아니면 자기네 딸인지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안나가 죽고 난 후 브론스키는 자비로 군대를 모집하여 세르비아 전쟁에 의용군으로 참가한다. 깊은 신앙심을 가진 레빈은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고민한다. 톨스토이는 소설가로서 보다는 교사로서 평생 ‘좋은 삶이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모범적인 레빈의 생각과 행동은 분명히 톨스토이의 것이다. 이 소설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작가는 무인도에 가져갈 책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추천한다. 톨스토이 소설은 어려워서 안 읽는 것이 아니다. 너무 두꺼워서 안 읽는다. 『안나 카레니나』는 500쪽짜리 세 권이나 삶에 가장 중요한 사랑, 행복, 가정, 종교에 관하여 폭넓게 생각하는 기회를 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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