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시와 그림이 있는 소제창작촌의 골목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시와 그림이 있는 소제창작촌의 골목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76)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04.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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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지역의 시민 사회와 협업을 통해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삶의 질을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인 ‘허그 스트리트’ 프로젝트의 1호 시범 사업으로 대전시 동구 소제동의 프로젝트가 선정되었다.

시민들의 참여로 함께 만들어 가는 ‘허그 스트리트’ 프로젝트는 비영리 기관인 사단법인 스파크의 주관 아래 주택도시보증공사 후원으로 마련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심 안전, 주거 환경 개선, 삶의 질 향상 등의 주제 속에서 시민들이 각자 살고있는 지역과 공간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 받아 실행하는 것이다. 소제동의 개선 아이디어를 응모해 프로젝트로 선정된 주인공은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하동규 학생의 제안이었다. 청소년의 제안을 아이디어로 채택한 것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청년예술인 단체 소제창작촌과 대전문화유산울림이 협업해 '시와 그림이 있는 골목'을 주제로 거리를 조성했다.

소제창작촌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전역 뒤편 소제동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과 전시 공간이 있다. 우리는 이곳을 ‘소제창작촌’이라 부른다. 이곳은 2012년부터 철도문화유산 활용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레지던시를 운영했고, 근대문화유산인 소제동 철도관사촌 공간에 입주해 주민들과의 소통하는 작업을 통해 순환적인 지역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재생매개공간의 성격을 갖고 있다.

창작촌이 들어서 있는 소제동은 대전시 동구에 있는 지역으로 지금은 사라진 소제호라는 큰 호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옛 자료에 의하면 소제호의 면적은 50,067 제곱미터로 꽤 큰 호수였다. 일제 강점기 당시에는 제 1호 신사가 소제공원 입구에 있었고 이후 일제의 전통말살에 근거해 1927년에 호수가 메워지고 철도가 개설. 일본 철도 노동자들의 숙소인 관사촌이 형성된 것이다. 지금은 빈집이 늘어나면서 일부는 재개발 지역으로 분류되었고, 개발 계획이 구체화 되면 마을의 옛 자취가 어떤 형태로 남을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현재 소제창작촌에는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비롯해 공동체 아틀리에, 게스트 하우스, 재생공간 293으로 불리는 기획전시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다. 좁은 골목 사이를 다니다 보면 이 공간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그림과 시가 있는 골목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가 소제동 골목을 찾은 지난 9일에는 그림과 시가 있는 골목개장을 기념하는 작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주민들이 막걸리 한잔씩 나누기도 했다.

골목에는 일러스트 박선향 씨가 그린 그림 여러 점이 걸려있다. 좁은 골목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액자에는 친숙한 상호의 가게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 있다. 대전역 앞 골목에서 35년 넘게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별난집’을 보면 두부두루치기의 맛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침이 고인다. 진로집, 청양식당, 광천식당 등과 함께 두부두루치기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별난집’은 사리와 함께 나오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녹두전 또한 막걸리 안주로 그만이다.

1964년 문을 연 대창이용원도 지역에서는 기네스의 기록을 갖고 있는 집이다. 긴 세월동안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머리를 깎았다. 지금은 미장원에 밀려 그 이름이 퇴색되고 있기는 해도 이발소에 대한 추억을 돌아보게 하는 데는 그만이다.

애주가들이 기억하는 곳 중에 하나가 육개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명랑식당’이다. 많은 애주들은 전 날의 음주로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삼성동 골목에 있는 ‘명랑식당’을 자주 찾았다. 푸짐한 고기와 손가락 굵기로 크게 썬 대파의 맛을 기억하는 이들은 지금도 종종 이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골목을 지나 100년 우물터에 마련한 작은 쉼터에 앉으면 몇 편의 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레지던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작품이다. 그곳에 앉아 있으면  골목을 거닐었던 수많은 발자국들과 두런거리며 대화를 나누었던 오래된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소제동 골목은 개발에서 비껴나 있다는 점에서 침체된 지역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어릴 적 오가던 그 골목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에선 추억의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 또 다른 기억을 꺼내주는 그림들과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시편들을 보며, 우리는 옛것이 추억으로 머무는 게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 조심스런 전망을 해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그림이 들어있는 액자에는 조명이 켜진다.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는 것은 그림 속 조명이 아니라 어쩌면 그림 속에 담겨진 사연들일지 모른다. 잊혀지고 싶지 않은, 잊지 말아야 할 대전의 오래된 역사가 환하게 빛나길 바라는 마음은 아닐지. 전시는 상설로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에 불현듯 생각날 때 소제동 골목을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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