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양승조 국회의원(천안병)의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경선 승리는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얻은 값진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4선 중진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맏형 역할을 해 온 양 의원이 ‘안희정 사태’ 이후 진공 상태인 충남의 새로운 대표선수 자리를 넘보게 됐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지난 1월 4일 도청에서 가진 출마선언에서 양 의원은 “충남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자 변호사로서 직업 활동을 시작한 곳”이라며 “충남도민이 저를 4선 국회의원, 당 대표 비서실장, 당 최고의원, 당 사무총장,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만들어주고 키워주셨다”고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양 의원의 이번 승리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선 초기 인지도에서 앞선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양 의원은 박 전 대변인이 적극적인 '안희정 마케팅'을 벌이자 안 지사(전)를 직접 찾아가 경선 중립을 요구하기도 했다.
양 의원 스스로 “(경선에서 지면) 찰과상을 입는 정도가 아닌, 2층에서 떨어지는 것”이라며 경선 패배 시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될 거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희정 사태’(3월 5일)와 박 전 대변인의 자진 사퇴(3월 14일)가 이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자연스럽게 복기왕 예비후보(전 아산시장)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는데, 잇따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엇갈린 결과가 나와 결과를 낙관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자유한국당이 이명수 국회의원(아산갑) 대신 이인제 고문을 전략공천하자 그에 따른 대응 전략도 바뀌었다. 즉 본선을 ‘거물 vs 거물’ 구도로 이끌면서 상대적으로 중앙정치무대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복 전 시장에 비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양 의원은 특히 각급 단체의 지지선언을 대거 이끌어내며 세를 확산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킨 것이다.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하겠다”며 박수현 캠프에 참여했던 몇몇 핵심 인사를 영입한 것도 승부수 중 하나였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의 소통능력과 오랜 중앙정치 경험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해 왔다.
이에 맞서 복 예비후보는 ‘역할분담론’을 통해 “4선 국회의원의 저력으로 중앙정치무대에서 충남을 위해 더욱 힘써 달라”고 압박했지만 뒷심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양 의원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서명한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의 지방선거 불출마 서약도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지는 못했다. 다만 본선에서는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양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후보로 확정되면서, 과거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 이인제 고문(후보)과의 대결 구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양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세종시 수정안에 맞서 22일 간의 목숨 건 단식농성을 진행하는 등 이 고문과는 정 반대되는 길을 걸어왔다.
무엇보다 경선 과정이 워낙 치열해 앙금이 쌓인 만큼 하루 빨리 ‘원팀’을 꾸리는 일도 양 의원의 급선무가 될 전망이다. 박 전 대변인의 역할론 역시 자연스럽게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양 의원의 경선 승리와 맞물려 천안병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확정돼 어떤 인물이 나서게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 의원은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진행된 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외부로 발표할 순 없지만 (준비된 후보가) 있다”며 “천안병은 제 지역구로, 절대 의석을 놓치지 않게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어 어떤 인물을 마음에 품고 있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