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은 ‘민주vs반민주’ 싸움
국정원 대선개입은 ‘민주vs반민주’ 싸움
[노트북을 열며] 최재근 편집국장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3.07.14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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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근 편집국장

20세기 망령이 21세기에 되살아났다.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두 번 다시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망령이다. 역시나 예전처럼 음습한 기운이 감돈다. 또 다시 우리의 삶이 그들의 손에 놀아난 것은 아닌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아마도 우리가 너무 방심했었나 보다. 그 망령을 몰아내기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까맣게 잊고 살았으니 말이다. 비록 결과론적이지만 자본주의라는 미명아래 경쟁으로 얽힌 정글 속에서 허덕거린다는 핑계로 우리가 진짜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산 것은 아니었는지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다.

누가 뭐래도 민주주의는 소중하다.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지고지순한 가치이다. 알량한 경제적 부(富)와 맞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강한 나라도, 경제적 호황도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확고히 지켜질 때라야 만이 가능하다. 굳이 민주화를 이루지 못한 나라들을 후진국이라 칭하는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뚜렷이 알 수 있는 일이다.

당연히 민주주의 수호에는 다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 보수든, 진보든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미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는가. 얼마 되지도 않았다. 1980년대로 영사기를 돌리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돌을 던졌고, 자욱한 최루가스의 매케함도 견뎌냈다. 쫓고, 쫓기고... 아침이면 맞닥뜨리는 싸움의 흔적들. 그 속에 수많은 젊은이들은 꽃다운 청춘을 바치고 소중한 목숨을 던졌다. 아니 목숨을 잃었다.

가장 소중한 생명이 스러지고, 우리의 가족과 형제와 아들이 어느 날 사라지고 없어지고, 결국에는 의문투성이의 주검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주검 뒤에는 언제나 음습하기 이를 데 없는 정보기관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은 잊고 싶은 기억들이다. 거기에 무슨 진보와 보수가 있었겠는가. 다른 마음을 품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했겠는가.
그렇게 모두가 한 뜻으로 지킨 민주주의다. 그렇게 한 마음으로 유지해 온 민주주의다. 보수와 진보와는 상관없이 민주투사라는 수많은 이들의 피를 먹고 자라난 민주주의다.

그래서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말살한 것이다. 단순히 한 국가기관이 저지른 일탈로 치부해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이들을 옹호하려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물론 20세기에서처럼 우리의 아들, 가족, 형제들에게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는 현실 속에서가 아니고, 현실과는 다소 떨어진 사이버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명확하게 판단하는데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옹호와 방조는 언젠가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는 엄청난 ‘위험’을 스스로 품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이번 싸움은 분명히 ‘민주 대 반민주’의 싸움이다. 국가의 권력기관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유지하려는 대한민국의 국기를 문란케 한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들의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의 성상을 하루아침에 무너트린 폭거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본질이다.

따라서 이것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미래를 얘기할 수 없다. 20세기에 사라진 줄 알았던 망령을 21세기에 또 다시 걷어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못내 안타깝지만 방심할 때마다 살아나는 망령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라도 한 치의 물러섬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것만이 진짜 살만한 대한민국을 우리의 후세들에게 넘겨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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