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내 삶의 속도는 어떠한가?
[시민기자의 눈] 내 삶의 속도는 어떠한가?
  • 손석현
  • 승인 2018.04.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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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연계협력팀장

[굿모닝충청 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연계협력팀장] 형형색색 자기의 예쁨을 자랑하는 꽃들을 시샘하는 추위가 반짝 찾아왔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거리에는 활짝 핀 꽃만큼이나 화려한 봄옷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된다. 기나긴 추위를 뚫고 꽃망울을 터트린 꽃들의 기다림만큼이나 모두들 봄을 기다려 온 듯하다. 행여 조금이라도 일찍 꽃을 피운 녀석들은 꽃샘추위에 얼어버리거나 금세 시들해져서 아름다운 그 자태가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대지에서 제공받는 영양분을 줄기 끝으로 밀어 올리며 천천히 꽃을 틔운 녀석들은 향긋한 향기로 서로 대화하기 바쁘다. 꽃과 마찬가지로 봄추위를 예측하지 못한 구경꾼들은 추위 속에서 몸을 떨어야 했다. 봄꽃과 함께...

지금껏 제주도 땅을 한번 밟아 본 적 없다는 아내의 말에 최근 제주도로 짧은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조금 이른 여행이라 아침, 저녁으로는 찬바람이 불었다. 그럼에도 제주도 남녘은 육지와 다르게 훈풍이 제법 불어 활짝 핀 유채꽃을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었다. 제주도 여행을 마무리할 즈음, 나는 아내에게 이번 제주도 여행이 어땠는지 물었다. 당연하게도 제주도를 처음 접한 아내의 입에서 “너무 좋았어”라는 말이 나올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짧은 시간 여기저기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니려니 시간에 쫓기듯 바쁘기만 하고 제대로 제주도를 경험할 수 없었어”라고 말이다. 아차! 필자는 난생처음 제주도를 찾은 아내와 자녀들이 보다 많은 제주도 곳곳을 구경할 수 있도록 여행코스를 잡았는데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돌이켜보니 여행 시간의 대부분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었고, 몇몇 관광 명소를 잠시 들러 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몇 차례 제주도를 찾아 트레킹도 해보고 다양한 곳을 둘러본 경험이 있는 나로써 너무 욕심을 낸 탓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속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봄꽃이 완연한 요즘과 같은 계절, 직선으로 잘 닦여진 도로위에서 빠른 속도로 자동차를 타고 달리며 바라보는 꽃들의 모습은 속도와 비례한 직선에 불과한 것이다. 민들레와 같은 작은 풀꽃들은 쉬이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일쑤이거나 한 개의 점에 불과한 것이었다. 반면 직선의 도로에서 잠시 벗어나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면 풀 한포기, 꽃잎 한 장까지도 남김없이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봄길을 만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봄꽃을 보는 속도의 차이에서도 이러할 진데, 하물며 우리들이 타인을 만나는 속도는 어떠한가? 어떤 사람과 일면식(一面識)이 있고 친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몇 차례 만난 적도 없으면서 그 사람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행세하지 않았는가? 어떤 이와는 한두번 만나 대화 몇 마디 나눠본 것만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나 생각, 사고까지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처럼 자기식대로 쉽게 그 사람을 단정 짓고, 대하고 있지는 않는가?

타인을 만나고 알아감에도 여유와 속도가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생각을 짧은 시로 표현한 나태주 시인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의 시간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는 여유의 속도를 찾았으면 좋겠다.

봄꽃을 찾는 나비와 같이...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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