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인] “하다 말겠지… 했는데, 어느새 일상이 돼버렸네요”
[굿모닝충청인] “하다 말겠지… 했는데, 어느새 일상이 돼버렸네요”
용계동 접수마을 8년째 청소 봉사 하준영 씨
  • 최수지 기자
  • 승인 2018.04.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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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최수지 기자]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2010년부터 용계동 접수마을을 자원해 청소하고 있는 하준영(34) 씨를 만났다. 청소는 일상인 듯, 기자와의 첫 만남에도 그는 한손에 쓰레기봉투를 쥐고 있었다. 인터뷰 장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접수마을 산책을 제안했다.

어머니의 고향인 용계동 접수마을로 이사 오기를 결심한 그가 마을에 처음 도착해 보게 된 것은 다수의 ‘쓰레기’들 뿐이었다. 

“제가 용계동으로 이사 온 건 2010년쯤이었어요. 줄곧 서구 둔산동에서 거주하다 처음으로 도심을 벗어나게 된 거죠. 동네에 처음으로 와 주변을 둘러보니 쓰레기가 여기저기 많이 보였어요. 동네에 대한 첫 느낌은 삭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2010년 이전까지 도심에 거주하던 청년이었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그는 접수마을에서 처음으로 도심에서 벗어난 생활을 경험했다. 그러나 살기 좋고 한적한 시골마을일 것이라는 그의 생각과 달리 마을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있어 개발지역의 삭막함만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제가 이사 왔을 때만해도 도안개발이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없는 큰 산이 마을 앞에 있어 쓰레기 수거차량이 동네로 들어오지 못해 마을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배출요령을 알지 못해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끔 수거차량이 들어와도 무단으로 투기된 쓰레기는 수거해가지 않았습니다.”

마을의 삭막함을 개선해보고자 스스로 자원을 해 청소를 지속해온 그도, 처음에는 ‘한 두 번하다 말겠지’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을청소가 일상이 되었다고 한다.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거의 매일 시간이 될 때마다 나와 청소를 합니다. 처음 이곳에 와 청소를 시작했을 때에는 7시간 정도 오롯이 청소만 한 적도 있었죠. 지금은 하루 2~3시간 정도 마을 청소를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저를 보고 환경미화원으로 종종 착각하곤 했습니다.”

주민들이 환경미화원으로 착각할 정도로 열심히 접수마을 환경미화에 힘썼던 그는 마을의 쓰레기 청소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제설작업, 여름에는 제초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불어 그는 사비를 들여 청소용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청소용품도 구매하고 버스 승강장 등에 쓰레기 배출요령에 대한 안내문을 인쇄해 부착하기도 했습니다. 마을 청소를 하면 쓰레기가 하루에 적게는 100L 1~2개, 많게는 8개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쓰레기봉투 값도 만만치 않았죠.”

 

현재 그는 유성구청에서 쓰레기봉투나 장갑 등을 지원받고 있다. 또한 청소를 하면서 마을의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민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제가 이곳에 왔을 때만해도 버스 승강장 표지판도 없었습니다. 유성구청에 민원을 신청해 현재는 표지판도 설치되고 페인트칠도 새로 한 상태입니다. 이외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가로등이나 안내 표지판, 방지턱 설치 등을 구청에 민원을 신청해 많이 개선된 상태입니다.”

현재는 접수마을의 시급한 문제인 도로 상황 개선을 위해 구청에 민원을 넣은 상태이나,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보충사항에 대해 의견을 모아 오는 5월쯤 다시 민원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접수마을을 돌며 인터뷰를 진행하다 만난 주민도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준영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나와서 청소를 합니다. 얼마 전에는 청소하던 구역을 벗어나 다른 곳까지 청소를 하더군요. 오늘도 퇴근하는 길에 준영씨가 비를 맞으며 청소하는 것을 봤습니다. 2016년에는 유성구청에서 상까지 받기도 했습니다. 아주 열심히 사는 사람이에요.”

함께 마을을 돌며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가 진심으로 이 마을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을이 조금 더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청소를 꾸준히 지속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마음에서 더 나아가 통장에 도전하려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마을이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이 마음이 커지니 통장에 도전해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개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통장이 되지 못하더라도,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청소를 지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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