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미식의변 - 냉면사랑
[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미식의변 - 냉면사랑
  • 탄탄(呑呑) 스님
  • 승인 2018.04.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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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呑呑)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여진선원 주지 자유 시사기고가 용인대 객원교수

미각이 발달한 사람을 ‘미식가’라고 한다.
지방 나들이를 가거나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일보다 관광보다 먹거리 부터 찾는 일이 다반사다.

한밭에서 살게 된지 일 년 하고도 육개월이 훌쩍 넘었다.

여러 맛집이 있다고 하지만,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역시나 분식과 면요리가 대세인듯 하다.
이름 난 국수집이 여러곳 이고 ‘성심당’이라는 빵집이 독보적이다. 평소 경주와 부산을 자주 오가는 편인데,이 두 곳에서는 밀면을 자주 접한다.

평소 국수나 밀가루 음식에 탐닉하는 필자가 근래에 당뇨를 앓으니 분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주변의 권유로 근래에는 삼가 하는 편 이지만, 랭면이 맞는지,냉면이 적합한지 ,둘 다 맞는지,냉면에 대해서 는 건강을 위한 섭생보다 미식이 우선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어떨 때에는 하루 세 끼를 냉면으로 해결 한적도 있으니,물론 한 끼는 비빔 냉면 이었지만, 전국의 냉면 맛집에 대한 인터넷검색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대전 유성 신성동 숯골에 4대를 이어온 '노포'가 있으니 지면에 소개하여 본다.

이 맛집의 선대가 평양 출신 실향민으로 김일성이 김정일의 손을 잡고 맛본 옥류관 랭면의 원조라는 설도 있지만,입맛 까다로운 필자가 감히 평하여 보면 평양 냉면의 정수인것은 확실하다.

담백하고 짜거나 싱겁지도 않은 안성맞춤의 무우지는 일품이고 한 겨울에도 속이 시원하도록 뻥 뚫어 주는 그 청량한 국물 맛이며 더구나 이 곳 여주인의 섬세한 친절은 가히 '손님은 왕' 이다는 우쭐한 기분이 들게 할 정도의 묘미가 있다고 하겠다.

냉면이 북쪽의 음식이며 전쟁의 상흔과 늘 고향을 그리던 실향민을 떠올리면 냉면 생각이 부합되듯이 말이다.

우리민족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외세에 의하여 분단의 고통을 겪은지 반세기를 훌쩍 넘기고있다.

지난 꼴통 보수 정권에 의하여 동질성을 회복 하여야 할  남북관계가 더욱 이질화 되고 더욱 적대화 된 ‘잃어버린 9년’은 참으로 길고도 길었다.

민간인 차원의 교류며 공식적인 남북 관계는 이념과 핵무기에 묻혀 진전도,조짐도,한 치의 양보나 배려도 없다가 촛불 시민 혁명으로 이룬 문정권 이후에야 물꼬가 트여 그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남쪽의 연예인들이 냉면 먹는 장면의 사진이 언론에 실렸다. 그것은 달라진 세상을 의미하는 상징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한때 남북관계 호시절에는 평양에서 ‘진짜’ 평양냉면을 먹어본 인사들이 많았으며 그 냉면의 맛을 평하는 입맛들도 다양했다. 평양의 냉면이 더 이상 세간의 화제가 아니었다. 정치를 하든 사업 하든 각계각층의 인사들 가운데 옥류관 냉면 한번 못 먹어본 사람은 끝발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그만큼 평양 왕래객이 많았으며 평양에 가지 않더라도 대안으로 금강산 관광을 가서도 평양냉면을 직접 사먹을 수 있었다. 북한당국의 당시 설명대로라면 ‘평양과 똑같은 냉면’을 팔았다고하니 말이다.

방북 예술단은 연일 수 많은 화제와 방문담을 확대 재생산하는 중이다. 단연 대중의 관심은 냉면 시식기다. 면 색깔이 검은 걸 보니 감자전분을 많이 섞거나 메밀 겉껍질을 넣은 막국수 스타일이 아니냐는 상당히 냉면에 조예가 있는 평도 나왔다. 평양냉면을 두고 다시 논쟁이 벌어졌다. 남한 냉면보다 평양냉면이 진짜라는 걸 주장한다고 하여 냉면 종북주의자라는 하는 말 까지도 한다고 하니,예전의 남북 왕래 시기에는 없던 말들이다. 남북이 냉랭하게 지내는 동안 오히려 남쪽에서는 평양식 냉면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란이 생겨났다. 냉면에 대한 고집스러운 자부심이며, ‘식초, 겨자 논쟁’도 있었다. 고춧가루를 뿌리느냐 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도 벌어졌으며 각자 다른 해석이 난무하였다. 예전에 고기에는 누린내가 났으니 식초를 뿌렸을 뿐, 요즘 고기는 질이 좋아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어디까지나 확인되지 않은  추정인 이야기다. 옛 민간의 냉면 취식에 관한 권위 있는 조사나 연구기관의 논리적인 논설도 있을리 없으니 남한의 냉면 신봉자들은 신주처럼 모시는 굵직한 강령을 어느 정도 정리를한 듯하다. 식초, 겨자는 안 치는 게 세련된 자세이고, 메밀 함량이 높은 면을 취할 것이며, 가위는 대지 않는 것이 정통이라는 것 따위다. 정작 북한에서는 옥류관 냉면의 메밀 배합이나 육수의 비밀 같은 건 입밖에도 내지 않고 있으니 이 또한 허무한 반쪽짜리 이론이 아닌지 모르겠다. 원래 냉면이라는 것도 김치처럼 집안마다 상점마다 다른 조리법이 있었을 텐데 하나의 정통을 찾으려는 태도가 어느정도 무리일 뿐이다. 냉면 조리법을 적어 놓은 북한의 책을 보면 하나같이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수령님은 랭면은 평양의 자랑이라고 교시하시였습니다.” 

책마다 조리법이 다 다르며 육수만 해도 소고기만 쓰거나 소고기와 돼지고기, 소와 돼지에 닭고기까지 넣는가 하면, 꿩고기를 더하는 설명도 나온다. 동치미나 김칫국도 넣는가 하면 혹은 빠져 있기도 하다. 냉면은 다 자기 색깔이 있다. 하다못해 고깃집에서 내는 냉면은 냉면이 아니랴. 그러니 냉면 종북주의도, 오히려 남한 냉면이 더 맛있다는 냉면 남한독자노선도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하기야 중국의 유명한 북한식당에서 팔아온 냉면이 실은 남한 사람의 입맛을 겨냥해서 개량한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던 시절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필자의 미식의 변 가운데 냉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말하고자 한다면 밤도 짧으며 지면도 훨씬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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